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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를 친구 삼은 소년, 음악계를 뒤흔들다작곡가 돈 스파이크를 만나다
이진수 기자  |  smpljs81@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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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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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월, 양재동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에서 편안한 차림의 그를 만났다. 평소 TV에서 비치는 강인한 이미지와는 달리 그의 소탈하고 친근한 모습이 엿보였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김범수 옆에 앉아 항상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주던 사나이를 기억하는가. 바로 작곡가 겸 편곡가 돈스파이크다. 그는 ‘보고싶다’를 부르던 슬프고 가련한 모습이 김범수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그는 매 회를 거듭할 때마다 획기적인 편곡을 통해 늘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냈다. 이렇듯 최근에서야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된 그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발 담근 지 올해로 16년째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이 정도 성공한 사람이라면 차갑고 냉철한 성격이지 않을까. 그러나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음악 이야기를 할 때면 한없이 뜨겁고 진솔했다. 까만 선글라스에 감춰져있던 그의 진짜 모습을 들여다보고 싶은가. 여기 그의 이야기가 있다.

 

-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는 돈스파이크에게 어떤 의미인가

<나가수>는 개인적으로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프로그램이다. 나뿐만 아니라 무대 뒤에서 일하던 음악계 사람들이 전면에 나와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됐다.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자체가 음악 제작 과정에 포커스가 많이 맞춰졌기 때문에 더욱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길에서 나를 알아 보셔서 조금 불편하다.(웃음)

 

 

- <나가수>와 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프로그램 형식 자체를 평가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대중문화에는 언제나 유행이 따르지 않나. 그런 의미에선 새로운 유형의 프로그램이 뜨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본질을 잊은 채 음악이 아닌 경쟁 자체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과대포장 하는 것은 반대한다.

 

 

- 원래 꿈이 작곡가였나

그렇다. 어린 시절 나는 집에서 혼자 재즈 피아노를 치며 노는 시간이 많았다. 공부도 잘하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음악에만 전념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당시 컴퓨터에도 관심이 많아서 음악과 컴퓨터를 접목시킬 수 있는 실용음악을 공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입시를 준비하던 때만 해도 국내에 실용음악과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부터는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기로 결심했고 연세대학교 클래식 작곡과에 입학했다.

 

 

- 클래식 전공인데 지금은 대중음악을 하고 있다

사실 음악을 장르별로 나누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지금 하고 있는 대중음악의 작업에도 오케스트라 편곡과 같은 클래식 분야의 지식이 많이 쓰인다. 어떤 음악을 하느냐 보다는 잘할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평소 음악적 영감을 받는 부분은 어디인가

여행도 많이 다니고, 영화도 많이 본다. 무엇보다 살면서 겪게 되는 자잘한 경험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하다못해 친구들과 함께하는 술자리에서도 도움을 받곤 한다. 이런 모든 것들이 음악에 조금씩 담겨있다. 때문에 어느 한 부분에 영감을 받는다기보다는 영향을 받는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 ‘돈스파이크스러운’ 느낌의 원천은 무엇인가

작곡가나 가수는 어떤 외부적 자극을 받고 느낀 것을 표현하는 직업이다. 똑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본인의 ‘취향’에 따라 자기화 시켜 작품으로 내놓는다. 예를 들면 오늘부터 슬픈 음악을 듣는다고 해서 내가 당장 슬픈 발라드를 만들게 되지는 않는다. 개인의 타고난 취향과 재능 그리고 경험이 복합적으로 섞여져야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에서 ‘어떤 곡은 누가 작업한 곡 같다’라는 느낌이 생기는 것 같다.

 

 

- 정신적 멘토가 있다면

2005년도에 들었던 스티비 원더의 음반에서 큰 힘을 얻었다. 당시 그의 음악은 나에게 있어 굉장한 충격이었다. 그 전까지는 내게 음악은 단지 ‘직업’에 불과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보다는 ‘클라이언트, 제작자들이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야 했고, 상업적 흥행 여부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했다. 하지만 이 음반을 들은 이 후에는 ‘테크니션’보다는 ‘뮤지션’ 정신이 강해야 된다는 것을 느꼈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음악에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 어떤 사상을 담아야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 말이다.

 

 

- 가장 아끼는 곡은 무엇인가

2006년에 작업했던 나얼의 리메이크 앨범이다. 이것만큼은 남들에게 “이 작업 제가 했어요”라고 들려줄 수 있을 정도로 만족한다. 총 16곡으로 구성돼 있는데, 구석구석에 내가 하고 싶었던 음악적 시도를 녹여 넣었다. 노력도 많이 했고 재미있었던 작업이다.

 

 

- SNS에 “왜 음악의 가격이 다 같은지 모르겠다”는 의견을 올렸다

음악의 수준이 높고 낮은 것을 떠나, 최소한 모두 같은 가격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프로듀서는 최소한 자신이 만든 곡의 가치를 스스로 매길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곡은 애착이 가고 어떤 곡은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법인데 그러한 가치를 매기는 과정을 프로듀서가 직접 하지 않고 음원 유통업계에 넘기고 있다. 껌 한 통도 가격이 다른데 우리나라는 유독 영화와 음악만 가격이 균일화 돼있다. 생산 원가가 오만 원인 작품이 있고 몇 억 원인 작품이 있는데도, 이 모두를 배제한 채 유통업계가 모든 작품에 동일한 가격을 매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

 

- 요즘은 음원이 mp3 파일로 쉽게 오고가고, 버려 진다

음원이 CD에서 MP3 파일 형식으로 넘어오면서 음악은 더욱 흔해졌다. 그러면서 음원 유통업계는 시장에서 물건을 팔 듯 ‘150곡에 8000원’과 같은 방식으로 곡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쉽게 유통되는 음악은 미술이나 영화와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아 쉽게 다뤄질 수 있는 만큼, 음악은 그 가치를 정하는 시스템이나 제도가 먼저 마련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부분이 확립되기도 전에 기술이 너무 빨리 발달 버렸다.

 

 

작품의 가격 매기는 주도권 뮤지션 스스로에게 있어야… 

 

자극적인 저품질 음악은 음악 전체의 가치 낮추는 일

 

- 음원의 가격이 낮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가격에 따라 똑같은 물건에 대해서도 다른 가치를 부여하기 마련이다. 같은 음식이라도 가격이 만 원일 때는 고급스러워 보이고, 천 원일 때는 불량식품처럼 느껴지는 것과 비슷하다. 음원 유통시장에서 음원이 값싸고 쉽게 제공 되면서 음원에 대한 싸구려 이미지가 생성됐고 이 때문에 갈수록 유행에 편승하거나 자극적인 저품질 음악만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모두에게 책임이 있고 고쳐져야 한다.

 

 

- 작곡가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가장 먼저 자신이 왜 음악을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음악을 하는 것이 자신에게 좋으면 된다. 물론 음악으로 먹고 살 수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순수 음악이나 대중음악 모두 음악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적다. 대중음악계는 그런 사람이 몇 백명도 안된다. 아마 국회의원보다도 적은 숫자일 것이다. 또한 음악계는 고시처럼 자신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인맥이나 운과 같은 부분도 작용한다. 문제는 스스로 음악을 만들고 즐기면서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즐겁게 사는 것이 목표다. 나는 세속적인 사람이여서 내 기분이 편안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현재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어 만족한다. 예전처럼 음악을 감정적으로 느끼지 못하고 수치나 악보를 계산하면서 듣게 되는 점은 좋지 않기도 하지만.(웃음) 중단했던 클래식 공부를 계속 해서 영화 음악에도 도전하고 싶다. 아주 먼 훗날에는 영화관에서도 내 음악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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