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의 긴 겨울 방학이 눈 깜빡 할 새 지나갔다. 흔히들 방학을 자기 계발의 시간이라고 부른다. 내 친구들만 봐도 그렇다. 토익 점수를 올린다며 영어학원에 다니고, 이력서 쓸 때 한 줄이라도 좋은 스펙을 적기 위해 대기업 인턴을 한다고 난리다. 어쩌면 학기가 시작되면 모두 3학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모두들 3학년 때부터는 취업준비를 해야 졸업 후 바로 취업이 된다며 떠들어 대고 있다.

하지만 사회의 실상은 다르다. 최근 ‘그냥 쉬는’ 20~30대가 56만 명이라는 통계 결과가 나왔다. 그중 20대는 33만 7000명으로 19명 중 1명이 별 이유 없이 쉬고 있다는 이야기다. 보수지의 한 평론가는 “청년 백수가 무슨 벼슬이냐,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냐”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어쩐지 억울하다. 즐거운 방학기간을 자신을 계발하는데 써도 왜 원하는 반찬 골라 한술 뜰 욕심을 가지면 안 되는 것인가. 무조건 찬밥이라도 고맙게 먹어야 하는 것인가. 그동안 스펙 따지며 모아온 오곡백과로 따끈하게 밥 지을 시간도 필요하다. 즉, 열심히 스펙을 모았다면 열심히 놀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개짱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는 개미처럼 일할 줄도 알고 베짱이처럼 놀 줄 아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개짱이야말로 이 시대에 꼭 맞는 콘셉트가 아닌가? 사람이 공부와 스펙에 열심을 낼 때도 있어야 하지만 그만큼 충분히 쉬어 주기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짱이의 예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리의 일상생활인 수업에서도 볼 수 있다. 과제를 제출할 때에도 개짱이들의 아이디어는 독특해서 점수를 더 많이 받는 경우가 많다. 지식과 경험이 어울러져 참신한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들은 책상머리에서 짜낸 아이디어보다 더 파괴력을 지닌다.

이번 방학 나는 프랑스에 다녀왔다. 비록 프랑스 대학교 취재의 목적이었지만 프랑스에서의 일주일은 지쳐있던 일상에 휴식이 돼 주었다. 너무 잘 쉬어서 일까. 쉬다 보니 문득 노는 것에만 무척 열심을 내는 내 모습이 보였다. 학기 중의 나는 신보사 일도, 학업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항상 노는 것이 더 흥미가 있고 더 좋아한다. 이런 나야 말로 여름에 놀다가 겨울에 먹을 것이 없어 죽는 베짱이가 아닐까.

이제 대학교에서 선배라면 선배라고 할 수 있는 3학년이다. 어떤 일을 하든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때가 온 것이다. 학업에 있어서도, 임기를 한 학기 남겨둔 신보사 일에도, 앞으로의 미래를 결정하는 취업준비 또한 열심히 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런 일들에 얽매여 경험이 없는 사람이 되기는 싫다. 즉, 나는 무작정 공부만 열심히 하는 개미가 되고 싶지 않다. 미래를 준비하지 않고 놀기만 잘하는 베짱이가 되기도 싫다. 나는 개짱이들의 노력, 그 꺾이지 않는 열정을 본받아 앞으로 나아가는 개짱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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