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개정 법률 따라 다음 학기부터 안전관리 담당자 지정할 것

  대학 실험실의 안전사고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 9월 발표된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연구실안전환경조성법(이하 연안법)’이 시행된 2006년부터 올해 6월까지 대학 내 실험실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466건으로, 이는 5년 간 약 11배가 증가한 수치다. 사고건수가 가장 많았던 대학은 총 33건이 발생한 건국대로, 한양대(28건), 경북대(27건)가 그 뒤를 이었다. 그 중 우리학교의 사고 발생건수는 8건으로, 전체 71개 대학 중 20위로 집계됐다.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사고증가의 원인으로 대학의 실험실 관리가 체계적이지 않음과 안전교육이 미흡한 점 등을 지적했다. 이에 본지에서는 현재 우리학교 실험실 관리 현황에 대해 조사해봤다.

 

▲ 제 2창학 캠퍼스에 있는 과학관 6층의 모습. 실험기구와 약품 보관함이 나열된 복도 사이를 한 학우가 지나고 있다.

 


  #일일점검과 안전교육,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제2캠퍼스에 위치한 과학관에는 종양 생물학 실험실, 생화학 실험실 등 총 96개의 실험실이 밀집돼 있다. 연안법에 의하면 실험실 내부에는 의무적으로 일일점검표를 비치해 작성해야하며, 매년 1회 이상의 정기점검을 받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본교에서는 1년에 한 번씩 정기점검을 실시하고 있으며 일일점검표를 실험실 마다 비치해 실험실 사용자가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시설관리팀은 “지난 10월 실험실 전체를 조사했을 때, 일부 실험실에서 일일점검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용 학생들에게 점검표 항목에 맞게 실험실을 운영하고 점검표 작성을 잊지 않도록 당부했다”고 말했다.
  한편 연안법에는 실험을 하는 학부생을 포함한 연구자들이 연구실 안전교육을 받도록 의무화돼있다. 이에 우리학교는 모든 실험교과목의 담당교수가 실험 시작 전 5분간 반드시 안전교육을 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시설관리팀이 대학원생과 일부 학부생들에게 한 학기에 6시간 이상의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 학기부터는 온라인 교육제도도 도입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교육 미이수자에 대한 제제가 없어 학생들이 반드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약한 실정이다. 이에 시설관리팀은 다음 학기부터 체계적인 온라인 교육시스템을 개발해 미이수자도 정확히 체크하여 교육을 이수하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공간 부족문제로 복도에 나열된 실험기구들


  과학관에서는 주로 실험실을 사용하는 화학과, 생명과학과 학우들의 전공수업 외에도 이과계열 학과의 수업과 교양 수업 등이 진행된다. 이 때문에 과학관에서 수업을 하는 학우들은 강의실을 가기 위해 실험실이 밀집된 복도를 지나야 한다.
  실험실이 밀집 된 복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실험실 공간이 협소해 각종 기구와 약품들이 복도에 나열돼 있는 점이다. 복도에 나열 된 실험기구와 약품들은 경고문이나 안전장치 없이 방치 돼 있으며 ‘독성물질’ 혹은 ‘위험물질’을 표시한 스티커가 보관함에 부착돼 있는 경우라도 별도의 잠금장치 없이 보관 돼 있다.
교양수업을 듣기 위해 매주 과학관을 찾는 송정아(역사문화 11) 학우는 “쉬는 시간과 같이 복도에 학우들이 붐빌 때, 혹시라도 약품 보관함에 부딪혀 함이 넘어가는 사고가 일어날까 걱정된다”며 “약품의 명칭이나 영향을 정확히 게재하지 않은 채 학우들이 다니는 통로에 약품을 보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천충일(생명과학 전공) 교수는 “안전점검을 받은 이후 복도에 보관되던 독성물질의 약품들은 인체에 무해한 약품으로 대체해 실제로 학생들에게 유해한 약품은 보관돼 있지 않다”며 “화재 위험이 있는 휘발성 액체들은 모두 실험실 내부에 보관하고 있기에 복도 내 보관함 약품들 중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할 요소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전관리 총괄하는 전담부서 없어


  서울대의 환경안전원 안전관리부, 고려대의 관리처 산하 안전관리팀, 카이스트의 안전팀 등 현재 여러 대학에서 실험안전을 전담하는 부서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 실험실 안전에 대한 전문적 관리와 사고 발생시 즉각적인 대처를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본교의 경우 이처럼 실험실 안전 관리를 전담하는 부서는 따로 편성돼 있지 않다. 시설지원팀에서 안전교육과 점검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는 있지만 대부분 부서 내 담당자가 다른 업무와 같이 병행하기 때문에 보다 심층적인 관리는 이뤄질 수 없는 실정이다. 또한 실험실에서 사용되는 기구나 약품들은 해당 과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기구 및 약품 구성과 보관에 대한 총괄적인 관리는 이뤄지고 있지 않다.
  전담 관리부서가 있는 서울대의 경우, 담당 부서인 환경안전원이 실험과 실습수업의 안전점검ㆍ관리와 사고 기록 보존 및 홍보 등 실험실 안전에 대한 사항을 총괄하고 있다. 이에 시설지원팀은 “올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연구실 안전법을 강화하면서 대학 내 실험실 관리 전담자를 지정하도록 했기 때문에 다음 학기부터는 본교 시설지원팀 내에 안전관리 업무만 전담하는 담당자가 생길 것”이라며 “전담자가 생기면 지금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관리가 가능할 것이다”고 전했다.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학교측의 시설 관리도 중요하지만, 실제 실험실을 사용하는 학생들과 연구종사자들의 안전의식 또한 매우 중요시 된다. 시설지원팀은 “현재까지 발생했던 실험실 사고의 80% 이상이 안전 불감증이나 부주의로 인한 것”이라며 “실험실 이용 학생들이 일일점검표 작성을 잊지 않고, 사용 이후 정리정돈이나 환기와 같은 기본적인 사항을 잘 지켜주면 안전사고 발생률을 크게 막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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