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소리]

▲ 이지연(언론정보 10)

 최근 몇 년 사이에 ‘재능기부’라는 새로운 형태의 봉사가 주목 받고 있다. 이는 개인이 가진 재능을 자신의 이익에만 한정시켜 사용하지 않고 사회에 기여하는 새로운 기부형태를 말한다. 예를 들어 가수가 노래를, 의사는 의술을, 지식인은 강연을 통해 소외된 계층뿐만 아니라 나아가 사회에까지 공헌하는 것을 들 수 있다.

  한창 재능기부 붐이 일어나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렀을 때, 필자는 고민에 빠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남을 도울 수 있는 재능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악기를 다룰 줄도, 누구를 가르칠 정도의 전문적인 지식도, 기부할 긴 머리카락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고민 끝에 필자는 ‘재능기부’란 것은 어떤 특정 분야에서의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봉사로 치부해버렸다.

  하지만 우연히 본 우리학교 점역봉사단의 홍보 문구는 이러한 필자의 생각을 뿌리째 흔들어놓았다. ‘오늘도 책상 위의 컴퓨터는 인터넷 뉴스, 웹툰, 게임, 메일, 쇼핑에만 사용되고 있습니까? 일주일에 한 번, 키보드 위, 당신의 손이 수만 시각장애 학우들을 웃게 만듭니다. 함께해주세요’

  이 문구를 보는 순간 필자에게도 재능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바로 12년간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얻은 ‘타자치는 속도’가 필자의 재능이었던 것이다. 필자는 적어도 평균의 사람들보다 뒤지지 않은 ‘타자치기 실력’을 갖고 있었다. 이는 학습도서가 부족한 시각 장애인들의 도서를 만들어 내기에 충분히 값진 재능인 것이었다. 시각 장애인 학생들은 비장애인과 함께 똑같은 공부를 하고 싶어도, 대입 준비를 하고 싶어도 점역된 도서가 부족해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그런데 하루에 한 시간씩 정처 없이 인터넷을 떠돌아다니는 시간을 모으면 일주일에 7시간. 일주일에 7시간씩 한 달을 투자하면 그들을 위한 도서 한 권을 점자로 번역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사소한 재능과 적은 시간만으로도 그들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은 평소 봉사에 압박감을 느끼던 필자를 180도 변화시켰다.

  봉사가 스펙이 되는 시대를 맞이한 우리. ‘봉사활동 경력이 취업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까’ 라는 무거운 의무감에 봉사활동을 하는 대학생들이 적지 않다. 그들이 봉사하는 목적이나 이유가 무엇이었든 간에 이왕 봉사를 할 거라면 자신의 재능을 찾아 봉사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 방법이야말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사회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재능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자신을 한번만 되돌아보자. 사소한 재능일지라도 이 재능은 누군가에겐 커다란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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