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평론가 김봉석 인터뷰

 

-지난 1999년에도 종말론이 이야기됐다. 그 당시 사회상황은 어땠나?

다미선교회 사건이 가장 크게 기억에남아요. 다미선교회는 1999년 6월 중 휴거일을 발표했어요. 지구의 종말이 오기 직전인 휴거일에 독실한 신도들을 하늘로 데려간다고 했죠. 휴거일이 되자 9시 뉴스에서 중계방송을 할 정도였어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많은 눈이 숨죽이고 지켜봤어요. 그런데 예정된 시간이 됐는데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어요. 결국 새벽 두시쯤, 목사가 나와서 사람들을 돌려보냈죠. 이후 다미선교회 측은 계산착오였다며 다시 날짜를 발표했지만 그 날도 역시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어요. 하나의 우스운 해프닝이었죠.

 

 

-그렇다면 2012년 종말론과 2000년 이전의 종말론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차이점은 2012년이 세기말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때문에 지난 종말론 때 보다 대중의 관심이 덜하죠. 2000년처럼 단위의 가시적인 변화나 세기말의 두려움 등이 없잖아요. 또 다른 차이점은 매스미디어의 존재 여부예요. 과거에는 종말론이 특정한 지역에 국한됐었다면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잖아요. 매스미디어 덕분이죠. 특히 요즘은 SNS를 통해 더 광범위하고 빠르게 종말론이 퍼지고 있죠.

 

 

-종말론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어떤 것이 있나

사실 종말론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실질적인 폐해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어요. 굳이 종말론이 아니라도 사건사고는 항상 많잖아요. 종말론을 믿는 사이비종교에서 집단 자살을 하는 일은 늘 있었어요. 지금 한국에서도 종말을 준비하면서 지리산 깊숙이 사는 사람들이 존재하죠. 고대 예언에 따라 지리산 지역이 종말로부터 가장 안전하다고 믿으며 예비 식량까지 마련해 놓고 종말을 기다리고 있죠. 하지만 어디까지나 소수집단의 믿음일 뿐이에요.일반적인 사람들 중에서 종말론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실재로 우리나라 국민 중에 1퍼센트 정도만종말론을 믿는다고 해요. 종말론을 믿는 사람 중에서도 절반 정도는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고요. 나머지 절반가량은 진심으로 종말론을 믿지만 그렇다고 종말을 대비한다고할 만한 행동을 특별히하지는 않죠. 따라서 사회 자체가 종말론 때문에 흔들린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종말론이 영화, 소설, 만화의 좋은 소재나 마케팅의 한 방법이 돼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효과들을 볼 때, 종말론이 그것을 믿는 극소수사람들에게는 끼치는 무기력감 등의 부정적인 영향보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경제적으로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이더 크다고 생각해요.

 

 

-종말론이 앞으로도 계속 회자 될까

앞으로도 종말론이 계속 나올 거라고예언해도 좋을 것 같아요.(웃음) 999년이나 1999년 같은 세기말에는 항상 종말론이 거론됐고 그 외에도 많이 있었어요. 999년 종말론이 빗나가자 1999년 종말론이 나왔고, 그것도 어긋나자 2012년 종말론이 나온 거예요. 이번에도 예언이 틀린다면 누군가 미래에 또 다른 종말의 날을 찾아낼 거예요. 종말론은 우리가 미래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한 앞으로도 계속 있겠죠.

 

 

-끊임없이 야기되는 종말론을 통해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점은 무엇인가

지구도 인간도 멸망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한때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이 멸망했던 것처럼 인간도 멸망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기왕이면 인간을 지구라는 별에 여행 온 여행자라고 봤으면 해요. 종말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것이 아니라 지구와 동행해야 한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승화하는 것이 가장 건전하고 상식적인 방법이라고 봐요.

 

 

-종말론을 대하는 20대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20대 청춘들에게 미래는 매우 불명확하고 불안해 보일 거예요. 그래서 더 종말론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겠죠. 하지만 지금은 그냥 현재를 즐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더 나아가서 세상이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의미있겠죠. 오늘 당장에도 우리는 교통사고를 당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 상황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죠. 그저 교통사고를 조심하는 수밖에요. 종말론도이와 마찬가지에요. 내일 지구가 멸망한대도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없어요.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한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던 명언을 되새겨 봐야할 때인 것 같아요.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