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의 저자 정회일 인터뷰

강남역 테헤란로, 높디높은 빌딩숲들을 우러러 보게 되는 곳. 그 곳에서 조금 빗겨난 골목길로 들어서면 한 남자의 사무실이 있다. 바로 작가 정회일의 사무실이다. 그곳에서는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음악과 대조되는 그의 시니컬한 표정. 그 이질적인 분위기 속에서 그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작가이자 억대 연봉의 영어강사이기도 한 그는 역설적이게도 ‘영어’보다 ‘독서’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독한 가난과 여러 해 동안 투병생활로 밑바닥 인생을 살던 그가 반년 만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독서에 있기 때문이다. 1년 365일 동안 365권 이상의 책을 읽는 그는 책 속에서 끊임없이 생각할 거리를 찾고 배우며 자신을 되돌아보고 발전시킨다. 독서의 계절인 가을, 그를 만나 그의 독서 철학과 삶 이야기를 들어봤다.

-처음에 책을 많이 읽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다

어린 시절 저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어요. 지독한 가난 때문에 라면하나도 살 돈이 없어서 굶주리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자랐죠. 심지어 2000년에는 제 건강도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5년 동안 바깥 구경을 할 수도 없었어요. 그런 제 운명과 세상을 원망하며 하루하루를 살았죠. 그러던 중에 우연히 십대 때 읽었던 책을 다시 보게 됐어요. 분명히 예전에 봤던 책이었지만 십대 때와는 또 다른 것들을 배우면서 책에 흥미를 느끼게 됐죠. 제가 책을 제대로 많이 읽게 된 것은 그때부터였어요. 지금은 1년에 365권 이상을 읽는 독서가가 됐죠.

-1년에 365권 이상을 읽는다면 하루에 한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는 뜻이다. 책 읽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인가

꼭 그렇진 않아요. 모든 책을 빨리 읽지는 않거든요. 30분 만에 읽는 책이 있는가하면 일주일이 걸리는 책이 있기도 해요. 어떤 책에 어느 정도 시간투자를 할 것인가는 책을 읽는 사람 스스로가 판단하기 나름이죠. 책 속에서 생각해 볼만한 주제를 찾고 그 중요도를 따져서 투자시간을 정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렇다면 어떤 책에 투자를 많이 하는 편인가

저는 『논어』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어요. 논어의 한 구절이 제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거든요. 공자의 제자인 자로는 ‘들은 것이 있는데 아직 그것을 실천하지 못했을 때는 다른 가르침을 듣는 것을 두려워했다’는 구절이에요. 아직도 명확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책을 통해서 배우는 중이죠. 이처럼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은 좋은 책이고 옆에 오래두고 봐야할 책이죠.

-책을 읽으면서 생각할 거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렇죠. 생각거리는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니까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생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에요.

진정한 독서는 세 단계가 있어요. 첫 번째 단계는 독서에 ‘재미’를 느껴야 한다는 것이에요.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이라도 맛없으면 안 먹는 것처럼 좋은 책이라도 흥미가 없으면 읽지 않게 되죠. 두 번째 단계는 ‘생각’할 거리를 찾는 것이에요. 책을 통해서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더 나은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이 되거든요. 마지막 단계는 ‘실천’이에요. 책을 통해 배운 지식을 실천함으로써 스스로의 역량을 한 단계 올리는 거죠.

-직접 책을 통해 배우고 실천한 것들에는 무엇이 있나

가장 큰 실천은 영어공부였죠. 투병 중에 영어책 한권을 읽고 제대로 실천해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영어에 관련된 책을 300권 넘게 읽었죠. 덕분에 영어 공부를 시작한지 6개월 만에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쌓을 수 있었어요. 건강이 조금 회복된 뒤에는 영어강사로 활동하면서 집안의 빚을 청산했고 지금은 강남에서 억대연봉의 강사가 됐어요. 책을 읽고 실천해서 인생이 달라진 것을 제가 몸소 경험한 셈이죠.

-그런 경험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책을 권하는 것인가

맞아요. 실제로 꿈도 없고 직업도 없으셨던 분들이 책을 통해 배우고 실천해서 다시 꿈을 찾고 창업을 하시는 모습은 종종 봤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 뿌듯하죠. 하지만 그분들도 처음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멀리했어요. 아마 대학생 여러분들도 연애하고 공부하느라 바쁘다고 하시겠죠. 하지만 빌게이츠는 일주일에 책을 5권씩 읽어요. 우리가 빌게이츠보다 바쁜가요? 아니죠. 그런데도 우리는 항상 바쁘다는 핑계를 대요. 책을 읽으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주어진 시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책 읽을 시간은 어떻게 만들어야하나

책 읽을 시간을 만드는 것은 ‘우선순위의 문제’에요. 평소에는 보지도 않았던 책이 시험기간만 되면 너무 재밌어서 공부는 안하고 책만 읽은 경험이 다들 한번쯤은 있을 거예요. 시험기간에 정말 해야 할 것은 공부인데, 그보다 독서가 쉬우니까 공부대신 독서를 하면서 위안을 삼는 것이죠. 시험기간에 갑자기 공부보다 독서가 우선순위가 되는 거예요. 이처럼 독서가 쉽고 재밌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자연스레 우선순위로 가게 되요. 모두가 바쁜 일상을 보내지만 독서의 재미와 중요성을 깨닫고 우선순위에 두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봐요.

-독서를 우선시하는 생활이 쉬운 일은 아니다. 다른 일들을 포기해야 하지 않는가

인생을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시간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죠. 한정된 시간 속에서 얼마나 가치 있는 삶을 사느냐하는 문제는 각자의 몫이에요. 저 같은 경우에는 죽을 고비를 넘겨봤기 때문에 가치 있는 삶에 대한 목적의식을 가질 수 있었어요. 죽음 앞에서 제 인생을 되돌아보았는데 ‘아,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걸’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마 죽음을 직면하고 있거나 직면해봤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런 후회를 하겠죠. ‘친구들하고 당구를 더 칠걸’, ‘미팅을 더 많이 해볼걸’ 하고 후회하는 사람을 없을 거예요. 하지만 젊고 건강한 친구들은 지금 당장의 즐거움을 최고로 삼곤 해요. 인생을 보는 시야가 좁기 때문이에요. 좀 더 시야를 넓혀서 멀리 보도록 하세요. 그러다 보면 독서의 중요성도 깨달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숙명인들이 책을 통해 무엇을 얻었으면 좋겠는가

궁극적으로는 ‘건강한 꿈’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고 봉사하고 싶어서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 믿을 수 있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싶어서 음식점 사장님이 되고 싶다는 꿈. 이런 꿈들이 바로 건강한 꿈이죠. 숙명인들이 책을 통해서 그런 꿈들을 꾸고 이뤄낸다면 그것이 곧 의미 있는 삶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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