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채용시 연령제한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고 밝혔다. 반가운 일이다.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나이의 많고 적음에 의해 생기는 부당한 대우는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명분이 현실에서 얼마나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한국 사회의 조직 문화는 명백한 수직관계로 형성돼 있다. 조직 문화에서 가시적인 서열은 직급에 의해 나뉘겠지만 나이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부하직원, 자신보다 어린 상사를 대하는 것은 아직도 불편한 일이다.

과거 기업들이 연령제한을 지원자격에 명시했던 것도 이 같은 한국 사회의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이윤 창출을 최고의 목표로 두고 있는 기업이 연령을 기준으로 뛰어난 인재를 내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령제한이라는 벽이 존재하는 이유는 조직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서다. 직급과 나이가 반비례 할 경우 원활한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 나이 많은 부하직원에게 ‘이래라 저래라’ 말하기 힘들고, 부하직원도 이를 온전히 받아들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단지 업무에서 뿐만 아니라 사적인 자리에서도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조직 문화 속에서, 과연 기업은 연령을 배제하고 사원을 채용할 수 있을까? 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한 명의 인재보다 단합된 조직이다. 조직의 원활한 운영은 기업의 이익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이런 특성을 바탕으로 할 때 채용시 연령제한을 금지하는 것은 명분만 그럴싸한 제도가 될지도 모른다. 대외적으로는 연령제한이 없다고 해도 외모나 면접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나이는 채용시 무시할 수 없는 기준이다.

어차피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면 명백히 밝히는 것이 좋다. 그럴싸한 포장으로 지원자들을 속이는 행위는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명분만을 고려한 ‘빛좋은 개살구’를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직종에 따라 연령제한의 범위를 좁히는 것과 같은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수진(언론정보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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