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11]

제13회 여성영화제 르포


“방사능 비를 뚫고 이 곳을 찾아주셨네요. 대단한 열정입니다” 지난 7일 열린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개막식에서 사회자 김여진의 재치있는 입담에 관객들은 폭소를 자아냈다. 궂은 날씨에도 신촌은 영화제를 보기위한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하철역부터 극장까지 곳곳에 여성영화제 포스터가 붙어있고  극장 앞에는 취재진들로 북적여 축제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제1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는 총 30개국 115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13편이 늘어난 것이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퀴어 레인보우’, ‘쟁점’, ‘아시아 단편경선’ 등 총 11개의 분야에서 동성애, 사회문제부터 산업화 시기 여성주의 영화까지 다양한 주제의 영화가 선보인다.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키워드는 ‘활개’다. 그동안의 키워드는 ‘노동’, ‘모성’ 등 대부분 무거운 주제였지만 이번에는 ‘활개’로 인해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 ‘활개’에는 여성들이 사회에서 더 많은 활약을 나타내며 활기찬 생활을 하길 바라는 염원이 담겨있다.


‘활개’라는 키워드 덕분인지 개막 당일부터 극장에는 많은 인파가 몰렸다. 현장 판매를 시작함과 동시에 매진된 개막작 <헤어드레서>의 입석표를 구매하기 위해 관객들이 매표소 앞을 가득 메웠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다양한 관객이 영화제를 찾았고, 곳곳에서 외국인과 영화 감독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영화제를 찾은 독립영화 <낯술>의 노영석 감독은 “비오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아올 줄 몰랐어요. ‘활개’와 딱 맞아떨어지네요”라고 말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관객들이 영화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김영미 홍보 팀장이 전했다. 그는 “작년에 비해 상영작이 많아졌음에도 올해는 매진작이 훨씬 많아졌어요. 그리고 영화제 트위터나 블로그 등에서는 방문자 수와 게시글 수가 현저하게 증가했죠. 이런 것을 보면 영화제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것이 실감나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특히 올해는 이전 영화제와는 달리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 우선 여배우들이 감독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공개됐던 영화제의 예고편은 구혜선이 출연·제작해 관객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추상미는 자신이 연출한 영화 <분장실>이 ‘아시아 단편경선’ 부문에서 선정되기도 했다. 이에 13일, 추상
미는 감독의 자격으로 영화팬들과 대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외에도 여성 감독들이 만든 애니메이션 특별전이 선보이고 있고, 이번에 신설된 ‘이주 여성 영화제작 워크숍’ 분야에서는 이주 여성들이 직접 만든 영화가 상영된다.


뿐만 아니라 이번 영화제는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관객들의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영화계 관계자와 관객이 토론을 하는 ‘토크 인 씨어터’가 마련돼 있다. 문화 공연도 준비돼있다. 영화제가 열리는 기간 동안 신촌, 홍대 등지에서 자원 활동가들이 게릴라 공연을 펼친다. 또한 12일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근대 한국의 도시공간’이라는 주제로 강연회가 열린다.


다채로운 행사와 더욱 다양해진 상영작으로 인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해가 갈수록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개막작을 보러온 석미혜 (28ㆍ여)씨는 “재작년에도 왔는데 여성영화제는 부대행사들이 많아서 매번 오고 싶어져요”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만약 아직 영화제를 가보지 않은 누군가가 있다면 지금 즉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찾아가보자. 이번 영화제는 신촌 아트레온 극장, 한국영상자료원, 서울여성플라자, 양천해누리타운에서 14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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