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 죽고사는 대학생 4인의 간담회

# 문학은 대학생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문학은 청춘과 같은 말이다'라며 문학에 푹 빠져 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시를 쓰며 등단을 준비하는 황의중(서울예대 문예창작학 3학년)씨와 요즘 단편소설을 쓰고 있다는 최지선(서울예대 문예창작학 3학년)씨, 그리고 우리학교 소설학회 '미소'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혜림(국어국문 08)학우와 중앙문학동아리 '
글패시월'의 회장 박수현(국어국문 08)학우이다. 네 명의 대학생 문학인이 들려주는 문학 이야기를 들어봤다.


-요즘 대학생들은 스펙을 쌓기 위해 학점을 관리하고 자격증을 따려고 노력을 하죠. 그래서인지 대학생이 ‘문학을 한다’고 하면 생소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느낌마저 들어요.
황의중 : 그런 건 편견이라고 생각해요. 작가가 쓰는 작품의 내용은 현실과 다를 수는 있어도, 작가까지 현실과 동떨어져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문학의 생산과 공급은 현실 속의 시장 안에서만 전개되니까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최지선 : 저도 ‘문학하는 사람은 현실과 동떨어져 산다’는 관념이 오해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문학을 하는 사람이 현실적인 고민을 더 많이 하는 걸요. 다른 친구들처럼 어학점수나 학점을 관리하며 스펙을 쌓을지, 글을 쓰면서 나만의 세계를 펼치지 고민하다 보면 현실을 더 빨리 인식하게 되죠. 어떻게 보면 저처럼 작가가 꿈인 학생들이 문학을 공부하는 것은 나름의 ‘스펙’을 쌓는 방법일거예요.


-문학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최지선 : 누군가 ‘왜 밥을 먹니?’라고 물어오면 대답하기 힘든 것처럼, 저는 ‘왜 문학을 하니?’라는 질문을 받으면 대답을 하기가 어려워요. 어릴 적부터 습관처럼 글을 써왔기 때문이죠.
황의중 : 저도 어릴 적부터 글 쓰는 것을 참 좋아했어요. 문학 작가가 되겠다고 다짐을 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 저의 멘토였던 김경주 시인을 만난 이후부터였어요.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지켜나가는 그의 모습이 존경스러웠어요. 그래서 그 시인을 닮아가려는 노력을 했고, 지금까지 계속 글을 쓰게 된 거죠.


-‘국어국문학과(이하 국문과)나 문예창작학과(이하 문창과)를 전공한다’거나 ‘문학작가가 되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박수현 : 대학생이 될 때 ‘국문과 들어가서 뭐 해먹고 살거니?’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어요. 취업하려면 국문과보다는 경영학이나 경제학 같은 실용학문을 전공해야한다는 직언을 받은 적도 많죠.
김혜림 : 다행히도 저희 부모님은 제가 국어국문학과를 가고싶다고 했을 때, 저의 선택을 지지해주셨어요. 저는 대학에서 취업을위한 공부가 아니라,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인 문학을 배울 수 있다는 게 큰 행운이라 생각해요.
황의중 : 처음에 문창과로 진학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대학 시절은 꿈을 찾는 시기이니까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하셨었어요. 그러나 졸업 할 때가 되니까 은근히 취직하기를 바라시는 것 같아요. 저는 순수 문학을 하는 작가가 되고 싶은데, 부모님은 방송작가가 되라고 권유하세요.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문학작가보다 방송작가가 비교적 수입이 좋고 안정적이기 때문이죠.
최지선 : 저 역시 순수하게 글을 쓰며 등단을 준비하고 싶지만, 부모님한테는 아직 말씀드리지 못했어요. 출판시장의 입지는 좁은 반면에 글을 쓰는 작가가 많아서 성공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우리 사회에서 ‘문학한다’는 것은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일처럼 여겨지는데 이러한 인식이 왜 생겨나게 된 것일까요?
박수현 : 소위 ‘글쟁이’라고 하면 가난하고 빈곤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잖아요. 요즘 사람들은 가난이 수치라고 생각하니까, 다들 그런 직업을 회피하게 되고 부모님들도 싫어하시는 것 같아요.
김혜림 : IMF 위기를 겪은 후부터, 돈을 잘 버는 것이 성공한 삶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많아졌죠. 그래서 돈을 얼마 벌지 못하는 문학인들을 경시하는 경향이 생기고 문학시장 또한 침체되는 것 같아요.
박수현 : 요즘 사람들은 순간적이고 자극적인 이미지에 열광하지만, 어떤 문제에 대해 고찰하는 것은 꺼리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출판 시장에서 출간되는 문학작품의 수는 점점 줄어드는 반면에 TV나 영화산업은 발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순수 문학을 고집하던 기존의 문학가들이 시나리오 작가나, 방송 작가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아졌고요.


-문학을 하는 것은 어려운데, 계속해서 문학 활동을 하는 이유가 있나요?
최지선 : 글을 쓰면 가슴 속의 응어리를 뱉어내는 기분이 들어요. 말 못할 비밀을 글로 풀어 낼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가 좋아요. 이 쾌감 때문에 문학을 하죠.
황의중 :저는 성격이 소심하고 말을 조리있게 못 하는 편이라서 사람들과 대화할 때 어려움을 겪기도 해요. 그 때 글을 쓰고 나면 소통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제가 쓴 글을 보고 과거를 추억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글을 쓰죠. 물론 사진으로도 저의 기록을 남길 수 있지만, 글로 저를 형상화한다는 점에서 문학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박수현 : 문학은 제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하죠. 책을 읽을 때, 마치 허기가 느껴지는 기분이 들 때도 있어요. 사람들이 배가 고프면 예민해지는 것처럼, 저는 책을 읽을 때 저의 감수성이 되살아나고 세포 하나하나가 곤두서기 때문이죠.
김혜림 : 저는 문학이 제 청춘을 표현하는 또 다른 단어라고 생각해요. 아무 걱정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을 때는 지금 밖에 없잖아요. 지금 문학이 제게 그런 존재이거든요.

-어떤 작품이 좋은 작품인가요?
김혜림 : 제가 몰랐던 저의 모습을 찾게 해주는 책이 좋은 것 같아요. 또한 훔치고 싶을 정도로 멋진 구절이 담긴 책도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황의중 : 저도 매혹적인 문장이 담겨 있는 책이 좋아요. 특히 저는 글의 흐름과 상관없이 독특한 문장이 튀어나오는 작품을 좋아해요. 가령 신해옥 시인의 시 『점심시간』에는 ‘사슴은 카레가 맛있을까’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이 문구가 재미있어서 이 시를 몇 번이나 읽었어요.
박수현 : 저는 전율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읽었을 때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죠. 다시 책을 읽고 싶지만, 처음 그 느낌을 받지 못할까봐 책을 꺼내 보지도 못하고 있어요. 그만큼 이 책은 제게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최지선 : 제가 무의식중에 지나치는 문제들을 상기시켜주는 책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작품들은 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죠.


-대학생이 편독하는 경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김혜림 :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실이 싫어요. 사람들은 책을 읽으면서 실용적인 무언가를 얻어야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 같아요. 문학작품을 읽음으로써 감동을 느끼고 자신을 더 깊게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죠.
황의중 : 맞아요. 자기계발서는 작가의 삶의 방식을 독자들에게 강요하는 것 같아서 다른 종류의 책을 먼저 읽었으면 해요.
최지선 :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일 수 없는 것처럼 책도 억지로 강요할 수는 없죠. 그래도 좀 더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박수현 :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자신의 필요에 따라서 책을 선택하잖아요. 그래서 지금 책을 편식한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자신에게 필요한 책이 달라지니깐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책을 편식하는 것보다 독서를 권장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계속 ‘문학하는 여자’로 살아갈 것인가요?
최지선 : 앞으로도 계속 문학을 할 생각이에요. 독자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요. 요즘에는 단편 소설을 위주로 글을 쓰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황의중 : 아직 고민을 하는 중이지만, 시를 쓰고 싶어요. 제가 보기에도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고 싶어요.
박수현 : 저는 계속 다양한 문학 서적을 읽을 거에요. 요즘에는 투박한 독일 문학의 문체를 직접 느껴보고 싶어서 독일어를 공부하고 있죠.
김혜림 : 저도 문학을 계속 하지 못하더라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을 것 같아요. 책이 주는 매력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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