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충격은 역시 방사능관리의 허술함이다. 주지하다시피 일본은 세계 유일의 원폭 피폭 국가이다. 그렇기에 핵과 방사능은 지울 수 없는 일본의 트라우마이다. 유명한 괴수영화 ‘고질라’나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에서 다양한 형태로 일본의 안위를 위협하는 침입자의 본질은 핵에 대한 일본인의 본원적 공포와 피해의식이다. 하지만 외부적 공격에 의한 과거의 상처와는 달리 이번 방사능 사태는 철저히 자초한 재난이다. 미군 함대에 굴복해 개국한 메이지유신을 비롯해 일본의 근대는 외부의 자극을 계기로 반응하고 결속한 역사의 연속이다. 외부로부터의 자극과 위협을 되레 내부 결속과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아왔다. 방사능 사태의 치명적 심각성이 여기에 있다. 일본에게 방사능과 핵은 절대 자기책임으로 위기가 야기되어서는 안 되는 사안이었다. 그것은 자기부정을 통한 극복으로써 지속해 온 근대 그 자체가 송두리째 ‘자기부정’되는 존재의 위기에 일본이 직면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지진 이후 한국에서는 지진 및 방사능 안전대책 문제로 떠들썩하다. 일본의 위기를 ‘낯선’ 타국의 이야기로만 치부하기에는 새삼 결코 친숙치 않은 일본과 우리의 ‘가까움’이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리라. 일본의 대참사에서 우리가 진정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재해예방 및 안전대책 마련보다 훨씬 더 긴요한 하나. 그것은 내파된 일본의 존재적 위기 국면을 타자화시키지 않는 것이다. 비록 매우 동의하기 어렵더라도, 우리와 일본의 근대가, 직면했던 제 문제의 본질과 그 해결법에서 실은 매우 유사한 도정을 밟아왔음을 직시할 수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