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소리]

  벚꽃이 지고 꽃들의 여왕, 장미가 피는 5월이 왔다. 5월은 대학생들을 무척 설레게 만든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날씨도 완전히 따사로워져서 놀러가기 좋은 때가 되기 때문이다. 그에 맞춰 5월에는 기념일과 행사들이 한 주 간격 잦게는 하루 간격으로 분포해 있다.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을 비롯해 대학가 축제까지 모두 5월 달에 있다. 이 기념일들과 행사들 중에 유독 여학생들을 설레게 하고 기대하게 만드는 날이 있는데 바로 '성년의 날'이다.

  성년의 날은 매년 5월 셋째 월요일로 올해는 이 달 16일이다. 본래 성년의 날의 의미는 '만 20세가 된 젊은이들에게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짊어질 성인으로서 자부심과 책임을 일깨워주고 성년이 됐음을 축하하고 격려해 주는 날'이다. 이처럼 성년의 날의 본래 취지를 살펴보면 여학생들만이 유독 이 날을 설레여하는 까닭을 알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념일들이 그 취지를 잃어가듯 이 성년의 날 역시 퇴색돼 '남자친구에게 장미꽃다발, 향수 그리고 키스를 받는 날'로 기념되고 잇다. 성년의 날이 문제가 되는 것은 다른 빼빼로 데이, 발렌타인 데이처럼 상술에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선물을 받고 축하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여성에게만 한정되기 때문이다. 이 날은 남녀 모두를 축하하고 격려하기 위한 날이다. 그런데 축하는 여성들만 받고 남성들은 이 축하를 준비하는 날로 치부돼 버린 것이다. 필자의 이성친구들은 성년의 날을 맞던 해에 그들이 축하받을 것을 기대하기보다 성년의 날을 맞는 여자친구의 선문을 고민하고 부담스러워할 뿐이었다.

  우리가 이렇게 남녀 모두를 위한 날에 일방적으로 남성들의 자리를 없애버리면서 다른 경우에서 여성의 자리를 주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여성들의 이러한 자세는 여성이 스스로 남성에게 기대하고 의존하게 만들고 결국 자신들의 다른 권리들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이 시대에 지성인으로서 여성 스스로 그 권리를 진전시키지는 못하고 오히려 퇴보를 야기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성년의 날을 맞는 남자친구나 오빠, 남동생이 있다면 나의 선물만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그를 위한 향수와 카드 한 통을 준비해보는 것이 어떨까. 성년의 날에 축하를 받을 사람은 우리 여성들뿐만이 아니라 만 20세가 된 청춘 남녀들 모두이기 때문이다.

박선영(인문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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