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네이버
꿀벌의 집은 건축가도 인정할 만큼 과학적이다. 그러나 꿀벌이 건축가를 따라 잡을 수 없는 이유엔 적어도 한 가지가 존재한다. 인간은 자신의 의식에 따라 자연물을 변화시킨다는 점이다. 꿀벌은 본능적으로 집을 짓지만 인간의 노동 과정에는 결과물에 대한 예측도 포함돼 있다. “노동자는 자연물의 형태를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자기가 의식하고 있는 목적으로 자연물에 실현하는 것이다.” 이것이 칼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 1818~1883)가 「자본론」을 통해 정의한 인간 노동의 특성이다.


마르크스는 사상의 역사에서 최초로 노동을 철학의 무대에 오르게 했다. 이러한 사명을 갖고 이론을 정립하게 된 데에는 학교에서의 교육과 직장에서의 깨달음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대학에서 당시 독일 내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던 헤겔의 철학을 알게 되고, 곧 좌파 성향의 ‘청년헤겔파’에 들어간다. 무신론적 급진주의자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 마르크스는 후에 급진적 반정부신문인 ‘라인신문’에 기고를 시작하다 1842년 신문편집장이 된다. 현실 문제를 다루던 신문의 편집장은 경제학의 필요성을 실감했고 이를 자신의 철학에 접목시켜 이론들을 정립하기 시작한다.


그가 20년의 세월 끝에 출판한 「자본론」의 제1권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지배하는 사회의 부는 방대한 상품들로 나타난다.”라는 말로 시작된다. 마르크스는 이어 상품의 가치를 노동량으로 측정하는 이론을 내세운다. “가치로서, 모든 상품은 일정한 크기의 응고된 노동 시간에 불과하다.”는 그의 논리는 자본주의 사회의 교환방식에 적용된다. 이는 ‘탁자 1개=양 5마리’의 규칙을 예로 들 수 있다. 여기에는 양 한 마리를 잡는데 걸리는 시간은 하루, 탁자 하나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5일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자본론」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총체적 분석과 강도 높은 비판도 담고 있다. 마르크스는 ‘자신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팔고 그 대가인 임금을 화폐 형태로 지불받는 관계 속에서 자본가와 노동자의 수탈 관계가 은폐되는 것’을 밝혀냈다. 이러한 성격으로 「자본론」은 현재 ‘사회주의의 바이블’로 평가받고 있으며 마르크스의 대표적 경제학 저서로 꼽힌다. 그러나 마르크스가 직접 저술한 것은 제1권뿐이며 제2ㆍ3권은 친구이자 동지였던 엥겔스가 그의 유고를 추려 발간한 것이다.


21C,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정밀하게 분석한 경제학자이자 위대한 사상가 중의 한 명으로 추앙받고 있다. 그러나 그가 유물사관을 주장하며 책을 저술하고 노동자 혁명에 참가하던 때에는 파리,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에서 추방령을 받고 런던으로 망명해 정신적 고통과 물질적 빈궁에 시달려야 했다.
때론 이론과 사상이 후대에 이르러서야 받아들여지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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