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위해
평생을 두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싶다
혼자있으면
그 혼자있음이 금방 들켜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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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는 충북 옥천 출생으로, 경희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1980년부터 1982년까지 시인들의 모임인 ‘동인’에서 활동했으나 1990년에는 창작 활동을 중단했다.
요즘 우린 이렇게 가슴 시린 사랑을 갈구하지 않는 것 같다. 어느새 자본주의 사고방식에 익숙해져 감성이 메말라 버린지 오래다. 그러나 사랑은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변할 수 없는 소중한 감정이다. 그래서 이 시를 읽으면 그저 가슴이 아린다. 너무 절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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