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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웃기지 말란 말입니다"REVIEW
최윤정 기자  |  smpcyj79@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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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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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웃음의 대학>의 한 장면. 검열관(왼쪽)이 희극작가(오른쪽)에게 대본을 고치라고 요구하고 있다.  
 

올해 연극계에서는 2인극이 ‘대세’다. 2인극은 말 그대로 공연 시간 내내 단 두 명의 인물만이 등장하는 연극 형식이다. 등장인물이 적은 만큼 공간의 변화도 제한적이다. 얼핏 보면 단조로워 보인다. 그러나 최근에는 탄탄한 구성을 자랑하는 2인극이 많이 만들어 지면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웃음의 대학>은 이러한 2인극 열풍의 중심에 서 있는 연극이다.

연극 <웃음의 대학>에서는 희극을 없애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본인 검열관과, 웃음에 모든 것을 건 조선인 희극 작가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막이 오르자 어수룩한 차림의 한 사내가 쭈뼛쭈뼛 거리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다. 이 사내가 바로 극단 ‘웃음의 대학’에서 희극 대본을 쓰는 작가다. 작가가 사무실을 둘러보고 있을 때 날카로운 인상의 검열관이 나타난다. 작가가 그에게 내민 극본의 제목은 <‘희극’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남을 웃겨보기는커녕 웃어본 적도 없다는 검열관은 심기가 불편한 듯이 헛기침을 한다. 그는 몇 줄 읽어 보지도 않은 채 작가를 향해 단호하게 말한다. “이 작품, 공연할 수 없습니다. 지금과 같은 전시 상황에 ‘로미오와 줄리엣’ 따위의 사랑 놀음이 말이 되기나 합니까? 게다가 희극이라니!” 깜짝 놀란 작가가 수정을 하겠다고 말하자, 검열관이 되받아 친다. “정 그렇다면 내일 아침까지 진정한 사나이의 이야기인 ‘햄릿’을 각색해오시오!” 이렇게 작가와 검열관의 첫 만남이 마무리된다.

두 사내의 본격적인 대결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다음 날 아침, 작가가 퀭한 모습으로 수정된 극본을 들고 나타난다. 연극의 제목은 <햄릿과 줄리엣>으로 변경됐다. 작가는 바뀐 극본의 내용을 설명한다.  “이번 극본은 ‘햄릿’을 좋아하는 엉터리 연출가 때문에 억지스러운 연극이 탄생한다는 줄거리입니다.” 이어서 그는 희극은 글로 읽는 것보다 직접 연기로 보는 것이 제 맛이라며, 능청스럽게 수정된 부분을 연기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햄릿과 줄리엣>에 등장하는 엉터리 연출가는 ‘진정한 사나이’를 부르짖던 검열관과 왠지 모르게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그 엉터리 연출가가 자신을 희화화시킨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은 검열관은 작가가 얄미워져 점점 더 무리한 요구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작가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그가 손을 대는 순간 연극은 오히려 처음보다 점점 더 우스꽝스러워 진다. 특히 검열관이 “천황 폐하 만세”라는 대사를 넣어오라 하자, ‘천황 폐하 만세’라는 이름의 말(馬)을 등장시키는 대목에서는 작가의 재치가 최고조에 이른다.

그 이후로도 극본은 계속해서 수정된다. 작가가 다음에는 또 어떤 엉뚱한 장면을 들고 나올지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기다린다. 사사건건 트집을 잡던 검열관까지도 희극의 매력에 푹 빠졌다. 오히려 이제는 검열관이 직접 나서서 극을 더 재미있게 꾸미기 위해 함께 고민하기도 하고, 열성적으로 상대역을 연기해주기도 한다. 냉정하기만 했던 검열관이 180도 변신하는 모습 또한 이 연극이 가진 또 다른 재미다.

이 연극은 대학로의 조그만 소극장에서 첫 공연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코엑스의 대형 무대로 자리를 옮길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인기의 비결이 단지 웃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연극 자체의 내공도 무시할 수 없다. 작가는 검열관의 권력에 순종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엔 웃음을 통해서 그 권력마저 자기편으로 만들어버린다. ‘언중유골(言中有骨)’이라는 말처럼 작가의 희극에서는 보이지 않는 뼈가 느껴진다. 다른 사람들은 검열관의 말을 그대로 수용해 대본을 고치는 작가를 비난한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검열관이 고치라면 고치자. 빼라면 빼자. 그 대신 고친 대본은 더 재밌게, 더 웃기게 만들자. 내가 이 세상에 맞설 수 있는 무기는 웃음밖에 없다’고 다짐하며 ‘자기만의 방식’의 방식을 고수한다. 이런 작가의 뚝심이 <웃음의 대학>을 단순한 코미디극이 아닌 완성도 높은 연극이 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고 있다.

세상을 살다보면 웃을 수도, 그렇다고 울 수도 없는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여기에 연극 <웃음의 대학>은 ‘웃으면서 우는 법’을 보여준다.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마음을 비우고 <웃음의 대학> 공연장을 찾아보자. 어쩌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2010.03.11 ~ 오픈런, 코엑스 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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