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서 웹 서핑을 하던 중, 한 블로그에서 <현대판 전족, 하이힐>이란 글을 보았다. 전족에 대한 짤막한 설명과 함께 요즘 여자들의 하이힐이 마치 전족을 하던 중국 여인들처럼 남성에게 아름다워 보이기 위한 것이라는 글이었다. 하이힐과 전족 둘 다 아름다움을 위해 발을 혹사시킨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을 찾아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하이힐을 전족이라는 악습처럼 남성에 의해 강요된 것으로 치부해버린 그 글의 대목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의에 의해서 조금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과 관습이라는 이름 하에 남성에게 억지로 강행되던 것은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전족은 고대 중국에서 작은 발을 미인으로 여기던 풍습에서 비롯되었다. 현재 사이즈로 치면 담뱃갑만한 사이즈가 최고미인의 조건으로 여겨졌다. 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작은 크기를 위해 중국의 여성들은 억지로 발의 성장을 멈추게 해야 했다. 발의 성장을 멈추게 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열 살이 채 되지 않은 소녀의 발을 억지로 반을 꺾어 썩게 하고, 그것을 싸매 기형적으로 붙게 만든다. 이 과정은 전족을 시술하는 사람이 방 안에 들어오면 방 안의 소녀는 겁에 질려 울며 도망가려 하지만 발이 묶여 있어 그러지도 못 한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심지어는 썩은 부위로 세균이 들어가 사망한 사람이 있을 정도로 위험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만든 비정상적인 발은 오랜 시간 동안 비뚤어진 미인상으로 전해져 내려왔다. 전족은 중국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던 고대의 혼란기 때 처음 나왔다고 전해진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여성은 노동 수단이나 인구 증원에 도움이 되는 요소이므로 함부로 도망치지 못하게끔 한 수단이라는 설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고대부터 근대까지 중국의 여성들은 가부장 사회가 빚어낸 그릇된 미의식의 피해자가 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하이힐은 다르다. 물론 과도한 높이의 구두를 장기간 착용함으로써 생기는 부작용도 있지만, 전족처럼 생명을 걸어야 할 정도의 위험이 있지는 않다. 그리고 현대의 여성들은 부작용마저도 감수하며 하이힐을 신고 다닌다. 하이힐은 남성에게 아름답게 보이려는 것이 아닌, 자신감을 키우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하이힐을 전족에 비교한 블로거의 글을 읽으면서 남성주의적인 시선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현대 여성의 하이힐은 남성의 마음에 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당당해지기 위한 것이다.

 

 <09 인문 신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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