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세상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된다고 해도 종이의 따뜻하고 친근한 느낌을 복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종이보다 LCD모니터에 익숙한 세대라지만 가끔 종이 위에 사각거리는 손글씨가 그리워지는 것은 아마도 어린 시절 종이에 대한 아스라한 추억 때문일 것이다.


숙명여자대학교 박물관에서 오는 6월 20일까지 전시되는 <소박한 일상의 미 ; 지공예>전에서는 ‘옛’ 종이라서 더 아스라한 한지 공예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이 전시는 종이연구회 ‘한매재’를 설립해 후학양성에 힘쓴 한지예술의 선구자 김경씨의 소장품전으로 한국적인 향기와 선인들의 지혜가 가득한 지공예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지공예는 종이를 여러 겹 덧발라 그 위에 색지와 문양을 붙여 완성하는 ‘전지공예’와 일정한 크기로 재단한 종이를 직조하듯 엮어서 형태를 만드는 ‘지승공예’의 기법으로 제작된다. 또한 제작기법이 간단하고 그 외관이 질기면서 자연스럽다는 점에서 현대 생활용품에 적합함과 동시에 한국의 미가 잘 나타나는 공예품 중 하나다. 이번 전시에서는 색지상자와 지혜지(접는 방법이 복잡하고 어려워 어린이가 가지고 놀면 두뇌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함) 등을 통해 한지 고유의 고운 빛깔을, 종이로 만들어진 화살통과 신발 등을 통해 종이의 실용성을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지공예 작품들을 살펴봤다면 상설 전시돼 있는 유물들에게 눈길을 돌려보자. 조선시대 장신구와 목공예작품, 복식 등에서 묻어나는 우리나라의 단아하고 소박한 미를 물씬 느낄 수 있다. 특히 조선시대 마지막 황태자 이은과 그의 둘째 아들 이구가 어린 시절에 입었던 ‘황태자 복식’은 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빛깔이 곱고 앙증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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