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직장인 중 50%, 직장 내 성차별 경험해

제 1205호 2010년 10월 11일(월) 기사

이명숙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장, 최승옥 (주)기보스틸 대표이사.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남성들의 직업이라 여겨졌던 법조계, 철강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대표적 여성 임원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에는 언론을 통해 남성들만 두각을 나타내던 직업군에서 여성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소식을 많이 접할 수 있다. 여성들에게 취업의 문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해진 만큼 실제 직장 내에서도 여성들의 지위는 남성들과 평등할까?
지난해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www.jobkorea.co.kr)에서 여성 직장인 1,623명을 대상으로 ‘여성 직장인 승진 실태’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절반이 넘는 50.8%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서 남성 입사 동기생에 비해 낮은 직급에 배치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40.4%에 달하는 여성들이 남성 입사동기생에 비해 전반적으로 승진에 소요되는 기간이 길다고 생각했다.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여성친화정책을 펴는 회사가 늘어나면서 직장 내 남녀평등이 실현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사례를 보면 많은 사업장에서 입사와 근로조건에 대한 성차별이 행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성이란 이유로 취직 시 면접에서 불이익을 당한 여성들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은 “저는 여러 중소기업에서 면접을 봤는데 면접을 볼 때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저를 탈락시켰어요”라며 “회사에서는 4년제 대학을 나온 여자 직원들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어요. 남자 직원들에 비해 직장일과 월급에 불만을 갖거나 금방 퇴사를 한다는 등의 편견에요. 개인차를 성별의 차로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고학력 여성은 근로조건이 까다롭다’는 편견으로 인해 여러 번 취업에 실패한 것이다. 이에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 배진경 사무처장은 “고학력 여성들은 학력에 맞는 일을 해야 하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중요한 업무를 남성보다 여성에게 맡기길 원한다”며 “남성은 주요 업무를 하고 여성에게는 보조적인 업무를 맡기면 여성이 불만을 갖고 이직을 할 것이라는 판단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여성 노동은 부차적으로 여겨져 성차별 발생한다”

그러나 많은 여성들은 취업에 성공했어도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의 ‘2009년 상담 사례집’에 따르면 A회사에 다니고 있는 31살 고 모씨는 자신보다 나이도 어리고 입사시기도 늦은 남자직원에 비해 승진이 느리다고 상담했다. 그는 “저와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한 남자 직원은 이곳이 첫 직장인데 1년 만에 두 번이나 승진을 했어요. 다른 부서 남자 직원들도 마찬가지에요. 저보다 나이도 어리고 경력도 부족한 사람들이 직급이 높거나 같은 급이라서 관리부 이사에게 항의했어요. 그러자 이사는 남자직원은 원활한 대인관계를 위해 높은 직급이 필요하다는 대답을 하더군요”라고 말했다. 그는 능력과는 상관없이 단순히 여자라는 이유로 승진에 있어 성차별을 받고 있었다. 이에 배 사무처장은 “이러한 현상은 노동시장에서 아직까지 여성의 노동이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발생한다”며 “여성의 가치를 깎아내며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직원이 300명 이상인 대규모의 유통업 사무직에 종사 중인 한 미혼여성도 성차별 승진에 관해 ‘광주여성노동자회 평등의 전화’에 상담을 요청했다. 그는 남자 직원은 2~3년만 재직해도 주임, 대리 등 승진이 잘되지만 여자 직원들은 본사에 근무하지 않으면 10년을 넘게 근무해도 사원에 머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그는 남자 직원보다 더 잦은 직무전환에 여자 직원들은 항상 불안한 마음 속에 일을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승진에서 누락되고 잦은 직무이동을 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회사의 규모와 상관없이 많은 회사에서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워킹맘’의 비율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회사 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여성들도 많다. 지난해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의 상담건수에 따르면 승진과 같은 성차별에 이어 임신ㆍ출산으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상담사례가 22.5%로 2위를 차지했다. 또한 잡코리아의 설문조사에서도 35.9%에 해당하는 여성들이 육아휴직이나 산전후 휴가 사용 시 인사이동이나 승진 등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답했다. 심지어 15%의 여성들은 산전 후 휴가 신청 시 퇴직 압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B제약회사에서 품질관리 업무를 맡았던 38세의 한 여성은 “회사 측에 출산휴가를 줄 것을 요구했으나 이를 거부당했어요. 저의 계속되는 요구에 사측은 동료 직원의 승진을 누락시키겠다는 협박을 한 적도 있었고요. 결국 회사에 퇴직서를 내고 재입사를 했는데 13년간 약물의 품질관리를 맡아온 저를 연구소 보조 업무를 담당하는 곳으로 발령시켰어요. 전문직에서 보조직으로 강등된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해요”라고 상담했다. 다행히 그는 상담 이후 기관의 도움을 받아 원래의 직책으로 돌아갔다. 국가에서는 보육비를 지원하고 임신ㆍ출산 지원비를 제공하며 출산장려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여성은 출산을 하면 사회적 진출에 있어서 방해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배 사무처장은 “여성의 노동 생애주기를 살펴보면 20대의 임금성비는 97.2%로 남성과 차이가 없지만 30대가 되면 75.3%, 40대는 52.4%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이러한 주요 원인이 출산과 양육으로 인한 경력단절과 승진누락으로, 출산 후 노동시장으로 진입하게 될 때는 이전의 경력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노동자로서의 여성, 평등해지기 위해 인식변화 필요해”

남ㆍ녀 성차별은 채용과 승진에서 뿐만 아니라 해고 시에도 발생하고 있다. 서비스업에 근무하고 있는 한 여성은 ‘부산여성회 평등의 전화’에 부당해고에 대해 상담했다. 그는 “회사에서 경영이 어려워 구조조정을 단행했는데 구조조정 대상에서 남자 직원들은 모두 제외됐고 여성 16명만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어요. 몇 명은 회사의 압력에 못 이겨 퇴사를 결정했지만 대부분 부당하다며 대응책을 찾고 있어요. 심지어 회사 측에서 육아휴직 중인 여직원의 집까지 찾아가서 퇴사를 요구한 적도 있고요.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너무 차별적인 것 같아요. 현재 법적인 대응도 고려하고 있지만 그 전에 여성에 대한 차별적 해고에 대해 알리고 싶어요”라고 하소연 했다. 직장 내 남ㆍ녀 성차별이 심각한 수준이 이르렀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아직까지 노동자로서의 여성은 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 회사 내 제도 자체가 여성에 부당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고, 육아 휴직제도와 같은 여성을 위한 제도가 있다 하더라도 다른 직원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업장에서 여성을 위한 제도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고, 사업주의 인식과 남ㆍ녀 직원의 인식도 변화해야 할 것이다. 배 사무처장은 “노동시장의 구조와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피해 여성들이 끊임없이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며 “부당한 일을 겪었으면 노동조합이나 여직원회에 도움을 요청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