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사업이 거대한 이익을 창출하면서 해외에서도 국위 선양하는 문화 콘텐츠로도 자리 잡으면서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걸그룹’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TV를 보면 음악, 예능, 드라마 모든 방송에서 걸그룹 멤버가 눈에 띈다. 그들은 서로 경쟁하며 활동을 재개할 때마다 더 ‘센’ 콘셉트로 무장한다. 이 무서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획사는 ‘얼마나 더 섹시한가’로 승부수를 띄운다.
걸 그룹들의 성 상품화는 오래 전부터 논란이 있었다. 특히 대부분 걸그룹 멤버의 나이가 미성년자라는 것에서 더 문제가 된다. 그들은 성적인 매력을 노골적으로 강조하는 안무를 선보이며 스스로 더 섹시해보이려고 노력한다. 속옷을 연상시키는 짧은 치마와 바지는 기본이다. 아예 수영복이나 속옷 형태로 된 무대 의상을 입기도 하고, 때론 속살이 보이는 옷을 입고 무대에 오른다.
지난 4일, 국정감사에서도 걸 그룹에 대한 문제가 도마 위로 올랐다.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는 일부 걸그룹의 인권문제가 거론됐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걸그룹 연습생 및 연예인들의 연령, 계약의 성격, 학습권, 노동 시간, 선정적인 안무 및 의상 등 다양한 문제가 제기됐다. 그 중에서도 미성년자 연예인의 선정성 문제가 가장 큰 문제로 대두돼 주목을 받았다.
최근 평균 연령 15세로 최연소 걸그룹인 ‘지피베이직(GP Basic)’의 데뷔 소식이 전해져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그룹은 초등학교 6학년 1명, 중학교 2학년 5명으로 구성된 6인조 걸그룹이다. 그러나 이들의 데뷔에 네티즌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아이돌 그룹의 섹시 콘셉트이 과열되는 가운데 초등학생이 포함된 걸그룹이 아동 성 상품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포털사이트 ‘다음(Daum)’ 게시판의 네티즌(ap2771)은 “초등학생에게 섹시 콘셉트를 요구한다는 것은 아동 학대나 다름없다”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그 외의 다수의 네티즌들도 어린이가 화장을 하고 핫팬츠 입고 나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비판했다.
또한 그룹 ‘포미닛(4minute)’의 멤버 ‘김현아’는 과도한 노출 의상으로 자주 구설에 오르내린다. 작년 9월에는 이 멤버가 공연을 하는 중 올라간 짧은 치마를 끌어내리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동영상 사이트 ‘유투브’에 게시돼 큰 파장이 일어났었다. 안에 속바지를 입고 있지만 치마가 너무 짧았고 속옷이 비치는 옷의 소재 때문이다. 당시, 이 멤버가 17살, 미성년자라는 점에서 더 큰 논란이 일어나 기획사에서는 의상을 수정하는 조치를 취했다.
뿐만 아니라 신인그룹 ‘미스에이(Miss A)’도 데뷔 초반기에 무대에서 선보인 의상 때문에 논란이 됐다. 원피스 수영복을 연상시키는 타이트한 의상과 속살이 비치는 망사소재 옷이 선정적이라는 지적이었다.
이외에도 ‘카라’의 엉덩이춤, ‘브라운아이드걸스(Brown Eyed Girls)’ 멤버 ‘나르샤’의 전신 망사 의상, 소녀시대의 핫팬츠 의상 등도 노골적으로 성적인 매력을 드러낸다며 네티즌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러한 논란에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지난 6월 말에 지상파 3사 음악프로에 선정적이라 해서 ‘권고’조치와 함께 등급분류 조정을 지시했다. 아이돌 가수들의 노출이 많은 의상과 선정적인 안무가 기존의 시청등급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따라서 지상파 방송 3사는 음악 프로의 시청등급을 15세 관람가로 상향 조정했다.
이러한 맥락으로 최근 음악방송 제작진들은 걸그룹의 기획사 매니저들과 노출 및 선정성 심의에 대한 회의를 가지고 의상에 대한 제재를 뒀다. 이에 걸그룹 ‘레인보우(Rainbow)’는 상의를 들어 올리는 안무 일명 ‘배꼽춤’을 지상파 방송에서 금지 당했다. 또한 신인 그룹 ‘나인뮤지스(Nine Muses)’도 바지의 길이가 너무 짧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아 핫팬츠의 길이를 늘였다.
그렇다면 왜 걸그룹들은 경쟁적으로 치마길이를 줄이며 대중에게 선정적인 퍼포먼스를 보일까. 기존보다 더 세고, 강한 자극을 보여줘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라도 있는 것일까.
섹시한 콘셉트는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 홍보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드라마 속에서 비키니 몸매를 선보였거나 무대 위에서 과감한 노출을 감행했을 경우 언론은 가장 큰 이슈로 다룬다. 또한 인기의 척도라 할 수 있는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도 노출 관련 단어가 상위권에 오른다. 지나친 경쟁구도 속에서 연예인들은 보다 효과적인 홍보수단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너그러워진 노출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연예인이 노출에 대해 무감각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이다. 과거와는 다르게 요즘은 자신을 적극적으로 내보이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겨진다. ‘섹시’가 자신을 표현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섹시를 콘셉트로 한 여자 연예인이 늘어난 것이다.
또한 10대부터 우후죽순 등장하기 시작한 30~40대 아저씨까지 팬층이 두터워진 것도 원인이다. 이른바 ‘삼촌팬’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10대 청소년 연예인은 노출이나 섹시에 매달리게 된다. 기획사의 새로운 전략이 삼촌팬들의 본성에 내재한 ‘롤리타 컴플렉스’를 이용한 것이다.
‘섹시 콘셉트’는 강한 중독성이 있다. 걸그룹은 ‘야한’ 몸짓과 표정으로 대중을 사로잡으려 하고 대중은 점점 더 강한 섹시함을 원한다. 계속된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걸그룹이 성적 이미지를 소비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 특히나 여성의 성을 상품화시키는 방향으로 권장돼서는 더욱 안 된다. 여성연예인을 대중매체가 앞장서 하나의 성적인 상품으로 여기는 풍조, 이제는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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