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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 속에 저물어가는 노숙인의 하루
정소영 기자  |  smpjsy71@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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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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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시내 길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인은 700여 명이다. 노숙인 쉼터에 있는 사람까지 추산하면 5,000여 명. 이를 전국적인 수치로 환산하면 최대 8만명에 이른다. 불안정한 사회구조 속에서 터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은 수많은 노숙인을 양산하고 있다. 노숙인들에게 일일 잠자리를 제공하는 ‘노숙인 다시서기 지원센터’(이하 다시서기센터)의 이정규 현장지원팀장은 “노숙인들에게 취업상담, 임시주거지원사업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나도 언제든 거리에 나갈 수 있다는 두려움이었다.”고 말한다.


‘게으르다, 폭력적이다.’ 노숙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들은 이미 거리생활에 지쳐 있는 그들의 가슴에 더 큰 생채기를 낸다. 이정규 팀장은 고개를 내저으며 이런 시선들은 모두 오해일 뿐이라고 말한다. “다시서기센터에서 하룻밤을 지낸 대부분의 노숙인들은 새벽 4시가 되면 스스로 일을 찾아 밖으로 나설 정도로 부지런하다.”

그러나 노숙인들에게 직업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이다. 일정한 거주지가 없어 행정상 ‘주민등록 말소자’이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노숙인들은 1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고액의 빚을 지고 있어 채권자들의 빚독촉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주민등록을 재등록 할 수 없고 관련 등본이 없으니 이력서조차 쓸 수 없다. 비교적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일용직이라도 구하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거리생활을 하다 보니 40% 이상이 질병을 앓고 있어 ‘몸 쓰는’ 일은 힘든 실정이며 일자리도 부족하다. 이같은 제약들로 인해 노숙인들은 쉽사리 노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무고한 시민을 폭행하는 노숙인’은 언론이 만들어낸 이미지에 불과하다. 일반인에 비해 노숙인과 관련된 사건은 발생하기가 무섭게 언론에 오르내린다. 그러나 모여 사는 수백명의 노숙인들 중 절도ㆍ폭행과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며 오히려 지나가는 취객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돈은 안 줘도 돼. 그냥 자고 있는데 때리지만 않았으면 좋겠어.” 다시서기센터에서 지내고 있는 한 노숙인의 말이다. 이처럼 비상구를 찾지 못해 거리에 눌러앉을 수밖에 없는 노숙인들에게 사회 복귀와 생계유지를 위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다시서기센터의 ‘2006 노숙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원센터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은 80% 이상이 일용직, 임시직, 특별자활사업 등 정당한 노동에 참여해 돈을 벌고 있다. 반면 거리노숙인들은 33%만이 정당한 노동으로 수입을 내고 있으며 25%는 수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지원센터는 실질적 서비스를 제공해 노숙인들에게 도움을 주지만 시설이 부족해 수혜를 받는 노숙인은 소수에 불과하다.

‘용산노숙자선교회쉼터’의 최성원 목사는 “미국 홈리스 단체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지만 넉넉지 못하다. 방과 쌀이 부족해 더 많은 노숙인들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이 팀장 역시 “주간에는 150명, 야간에는 250명 정도가 다시서기센터를 찾아온다. 겨울에는 훨씬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데 시설이 부족해 100명 정도를 어쩔 수 없이 돌려보낸 적도 있다.”고 한다.

지원센터를 확보한 이후에는 전문인력 확충과 체계적인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다. 지원센터나 쉼터에 들어가도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노숙생활로 돌아서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장기간의 노숙생활로 이미 노숙이 만성화돼 쉼터의 규범과 단체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숙인들에게는 보다 심층적이고 전문적인 상담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전문인력이 부족해 봉사자들의 단순 설득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분야 관련 인력과 전문성 부족도 문제다. 현재 노숙인들이 밀집한 서울역에서 운영되는 무료진료소는 정신과와 내과 뿐이며 그것마저도 일반의사가 아닌 군복무를 대체하는 공중보건의사로만 이뤄져 전문성에 한계가 있다.

다시서기센터를 통해 들은 노숙인들의 사연에서는 안타까운 실상이 드러난다. 열심히 일해 한푼 두푼 모은 돈이 있지만 방세가 비싸고 돈을 쓰기 아까워 현금뭉치를 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그러다 통째로 잃어버려 울기도 한단다. 왜 현금뭉치를 들고 다니냐는 질문에 “예금통장을 만들 수 없으니까.”라고 돌아오는 대답은 노숙인들에게 관대하지 못한 현실을 드러낸다.

사회가 할 일은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다. 구석진 곳으로 무조건 내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노숙인들이 형성한 사회를 인지하고 그들의 욕구를 파악해 알맞은 복지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최선이다. “노숙문제에는 모든 사회복지 분야가 집결돼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장애인, 청소년, 여성 등 다양한 소외계층이 포함된 문제이기에 이 팀장은 이렇게 말한다. 더 많은 노숙인들이 월급 봉투를 받을 수 있는 그날을 위해 사회와 시민들이 힘을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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