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웍스 VS 픽사

2010. 9. 6. (월)  1201호

  최근 두 편의 3D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영화 「슈렉포에버」와 「토이스토리 3」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두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뒤에는 제작사인 ‘드림웍스’와 ‘픽사’가 있습니다. 이 두 회사는 1998년 영화 「개미」와 「벅스라이프」를 동시에 선보인 이래로, 12년 째 대결 구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우리의 오랜 친구였던 ‘슈렉’과 ‘우디’를 떠나보내는 이 시점에서, 두 3D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픽사’는 1995년 개봉한 영화 「토이스토리」를 시작으로 ‘월트디즈니컴퍼니’와 손을 잡아왔습니다. 때문에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디즈니 특유의 동화적 환상을 많이 담고 있으며, 화려한 색채로 가득합니다. ‘픽사’의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은 언제나 가족과 친구들의 사랑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토이스토리」의 ‘우디’와 ‘버즈’가 겪었던 모든 고난과 역경도 결국엔 그 사랑을 확인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죠. 또한 ‘픽사’는 환상적인 영상을 선보이기로 유명합니다. ‘픽사’는 설립 초기 그래픽 컴퓨터를 개발하는 회사였는데, 그 덕분에 더욱 발전된 기술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픽사’의 비현실성을 꼬집으면서 등장한 ‘드림웍스’는 환상을 깨기 위한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가령 첫 3D 작품인 「개미」를 제작하던 당시 애니메이션과는 거리가 멀었던 샤론스톤에게 주인공의 목소리를 맡기고, 내용면에서 현실성을 강조하기도 했죠.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에서 ‘디즈니 비틀기’가 극대화 된 것은 영화 「슈렉」 시리즈에서 부터입니다. 「슈렉」시리즈에서는 주인공 ‘슈렉’이 늘 똑같은 삶에 진저리 치기도 하고,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같은 아름다운 공주들이 ‘머리채 잡고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동화 속 인물들의 역설적인 장면은 웃음과 함께 공감을 자아냅니다.
  ‘드림웍스’와 ‘픽사’는 지금까지 각각 16편, 11편의 3D 애니메이션을 선보였습니다. 이 작품들을 내놓는 동안 두 회사가 3D 애니메이션 시장을 양분했다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들은 서로를 견제하며 더 좋은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이 노력에 부응한 관객들의 반응 덕분에 두 회사의 경제적 규모도 전체 영화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성장해왔습니다.
  가장 최근에 벌어진 빅매치에서는 ‘픽사’의 「토이스토리 3」가 승리를 거뒀습니다. 「토이스토리 3」는 수익 10억 달러를 돌파하며 애니메이션계의 정상으로 등극했습니다. 이는 2004년 ‘드림웍스’의「슈렉 2」가 세웠던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 기록인 9억1900만 달러 이후 최고의 기록입니다. 「토이스토리 3」는 전체 영화 흥행 순위 기록에서도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9억3800만 달러)을 제치고 9위에 오르면서,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중입니다.
  흥행 수익에서 패하기는 했지만, ‘드림웍스’의 「슈렉포에버」역시 눈여겨 볼만 한 작품입니다. 혹시 「슈렉포에버」에서 익숙한 모습들을 본 적 있지 않나요? 질문이 낯설다면 피리 부는 사나이의 노래에 맞춰 방패춤을 추는 괴물들의 군무와 마녀들의 비보잉을 떠올려 봅시다. 우리의 전통 무용인 부채춤과, 국제 대회에서 수상한 한국 비보이들의 안무가 보일 것입니다. 미국 문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서 한국의 문화를 반영한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렇듯 새로운 문화에 열려있는 태도와 기발한 발상은 ‘드림웍스’의 무한한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각각 현실과 환상을 그려내는 ‘드림웍스’와 ‘픽사’의 대결은 계속됩니다. ‘드림웍스’는 새 작품 「메가마인드」의 예고편을 공개했습니다. 또 ‘픽사’는 영화 「카 2」를 제작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혀 다른 세상을 보여주며 서로 더 많은 관객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경쟁하는 두 회사. 둘의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질수록 우리들의 눈은 더 즐거워지겠죠. 다시 시작된 두 회사의 상상력 대결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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