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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 살인사건의 진범은 누구일까?
최윤정  |  smpcyj79@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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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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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소 추리극 <쉬어 매드니스(Shear Madness)>에서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배우들이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미용실 건물 위층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용의자는 미용실에 왔던 네 명의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러나 모두가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타난 형사는 미용실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우리에게 증인을 요구한다. 그 순간부터 우리는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또 누가 범인인지를 가려내야 한다. 관객과 소통하는 폭소 추리극 <쉬어 매드니스(Shear Madness)> 공연장에서는 관객들의 말 하나하나에 따라 날마다 새로운 연극이 만들어진다.
  공연 시작 10분 전, 동네 미용실을 그대로 본떠온 무대 위에서 한 배우가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고 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샴푸통을 정리하고, 거울을 닦는 배우의 모습은 여느 미용실 여직원의 모습과 별 다를 바가 없다. 그녀가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관객들이 자리를 잡는 사이 어느새 연극이 시작된다. 첫 손님이 들어와 머리를 자르려 하는데 이 미용실, 뭔가 이상하다. 방정맞은 미용실 원장 ‘조지’는 금방이라도 사고를 낼 것만 같고, 아까 전부터 미용실을 활보하던 여직원 ‘정미숙’은 음악에 심취해있다. 배우들의 과장된 행동과 걸쭉한 입담, 그리고 몸이 절로 들썩이는 음악. 여기까지만 보면 이 연극은 단지 조금 독특한 미용실의 일상을 다룬 코미디 뮤지컬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극이 진행되면서 본격적으로 수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말없이 사라졌다 상처를 입고 나타나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비밀스러운 통화를 하는 손님도 있다. 극도로 다혈질인 조지는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계단을 오르내린다. 무대 위의 배우들이 한바탕 관객들의 시선을 흩트려놓는 사이, 갑자기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온다. 잠시 후 미용실에 들어온 미숙은 혼절할 듯한 표정을 짓고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만다. 그리고 공연장은 암전이 된다.
  연극 <쉬어 매드니스>의 진면목은 바로 지금부터다. 다시 무대 위에 조명이 켜지는 순간부터 관객들은 이미 그 상황의 일부가 된다. 형사는 그 자리에 있던 4명의 용의자들에게 각각 한 명 씩 오늘 하루 동안 미용실에서 있었던 일을 재현하도록 한다. 이 때 만약 그의 행동이나 말이 사실과 다를 경우, 관객들은 주저 없이 그 잘못을 추궁할 수 있다. 심지어 관객들은 그 날의 가장 유력한 범인을 직접 지목할 수도 있다. 한 관객이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단서를 발견하자 객석 여기저기에서는 놀라움의 탄성이 쏟아져 나온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관객의 심문과 용의자들이 반문이 끝날 때 쯤, 형사는 관객들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를 뽑으라고 말한다. 그러면 형사는 그동안의 단서들과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마지막까지 수사망을 좁혀나간다. 결국 이 연극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마지막에 범인을 찾아내는 것은 관객들의 몫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이 연극의 제목인 <쉬어 매드니스(Shear Madness)>는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완전히 미친 것’ 정도가 된다. 본래 뜻으로 하자면 ‘완전히’라는 의미의 ‘Sheer’가 들어가야 맞지만, 미용실에서 일어나는 사건인 만큼 가위를 뜻하는 ‘Shear’라는 단어를 위트 있게 차용한 것이다. 1985년 미국에서 처음 공연된 이 연극은 각종 코미디ㆍ추리 부문의 상을 휩쓸며 대중성과 함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쉬어 매드니스>는 어떤 돌발 상황에서도 흐트러지지 않고 결말까지 부드럽게 마무리되는데, 이는 본래 원작이 가지고 있는 탄탄한 구성 덕분이다. 이렇게 완벽한 구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그 날의 관객 성향 혹은 사회적인 분위기에 따라 매 번 다른 공연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저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유인촌 장관 같은 사이라우”라는 대사처럼 시대 상황에 대한 풍자는 이 연극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묵묵히 공연을 지켜보는 관객 역할에 질렸다면, 한 번 쯤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쉬어 매드니스>를 보자. 관객과 함께 ‘살아 숨쉬는’ 연극이 무엇인지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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