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현(근영여자고등학교)

아카시아 필 무렵

아카시아 필 무렵에
윗 잇몸이 가려워 왔다
동구마다 걸린 푸른 잎맥 틈에
꽃물을 따 먹고 건너가던 봄날,
붉은 잔가지 같은 잇몸으로
뽀얀 덧니 하나 솟았다
아카시아 흰 꽃잎을 닮은 덧니는
여린 나뭇가지 위로 삐툴게 걸려들었다
소리 없이 벌어진 이 꽃잎은
준비 되지 못한 잎새 틈을
하얗게 덧대어 가는 것인지,
단단하게 차오르는 아카시아에
부풀어 오른 젓망울이 아려온다
굵은 잔가지로 목을 빼든 아카시아
모나게 튀어나온 하얀 목청에
이 늦은 봄날이 다 술렁이는 것,
잎사귀 벌어진 이음새마다
뿌리 박힌 햇살의 수액을 삼키며
나는 이른 사춘기를 앓아 가겠다
아카시아 생장하는 젖은 잎맥을 따라
한 뼘, 그늘이 드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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