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각과 나의 목소리
                             

숙명 여고문학상 백일장이 16회를 맞았다.
매년 미지의 여고생들이 새로 쓰는 작품을 만나는 두려움과 즐거움은 각별하다.  이는 가히 무에서 유를 찾아내는 발견의 기쁨과 그 숙연함이라 할 만하다. 상상력의 신비와 창작의 아름다움을 거듭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

1등으로 결정한 <아카시아 필 무렵>은 ‘아카시아 필 무렵에/윗 잇몸이 가려워 왔다’로 시작한다. 사춘기의 고뇌를 치통으로, 아카시아 꽃을 뽀얀 덧니로 연결시킨 발상이 신선하다. 자연과 계절에서 삶의 성장통을 짚어 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2등 <아카시아 필 무렵> 역시 자기응시의 깊이가 보이는 수작이다. 산야에 흐드러진 아카시아 가지 사이사이 허공에 얽힌 거미줄과 그 한 가운데 매달린 외로운 거미에서 생의 본질을 인식한 사유가 돋보인다.
3등 <나무와 꽃>은 나이 들어가는 엄마를 보는 딸의 심정을 감상에 치우치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살핀 작품이다. 단단한 나무인 줄 알았던 엄마가 문득 작은 들꽃이 되어 ‘바람이 이끄는 대로 /허공을 나는 나비가 된다’고 한 데서 가슴 저릿하게 애틋함이 읽힌다.
장려로 뽑은 2편의 <아카시아 필 무렵>도 단순하나 소재를 시화하는 능력이 상당하였다. 특히 ‘아찔한 숨결을 토해 내며/나무는 조용히 울고 있다’고, 꽃이 피자마자 지는 현상을 이별로 파악한 착상은 괜찮았으나 시 전편이 가슴 보다 머리가 승해서 울림이 약했다.
다른 3편의 장려 시 <나무와 꽃>은 지암사 앞마당 불에 탄 나무 벚나무 등걸에서 ‘몸속의  화기’를 본 것 말고 나머지 두 작품은 수사는 화려하나 할머니 죽음과 관련된 구체적인 사실의 서술에 가까웠다. 체험의 시적 형상화 과정을 거쳐야 하겠다.

우리는 학생들이 자연과 사물을 얼마나 깊이 관찰하고 자기 가슴 안에서 숙성시켰나, 그리고 그것을 서투르지만 어떻게 자기 연령에 맞게 자기 어법으로 표현하였나, 중시하였다. 부디 어째서 시인가, 다시금 곰곰 생각들 하시고 무엇보다 나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나의 목소리로 사물을 해석하는 힘을 기르는 데 힘쓰기 바란다.

 

                                 심사위원/성낙희 (시인, 국어국문학전공 교수) (글)
                                          구명숙 (시인, 국어국문학전공 교수)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