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윤(이매고등학교)

나에게 건네는 사과

아침 7시 15분. 나는 물기가 남아있는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선릉행 지하철을 탄다. 자리가 없다는 사실에 조금의 한숨을 내쉬고 생각에 잠긴다. ‘그래, 오늘도 힘내자.’ 멀뚱멀뚱 서있는 학생들을 보며 ‘난 다르다’는 생각으로 신문 사설을 읽는다. 두 개를 읽자 지하철은 이대역에 도착하고 나는 수많은 학생들 속에서 바삐 걷는다. 탄천 다리를 건너며 다리 밑 연두빛의 잔디와 짙은 초록의 나무들을 보고 아침의 웃음을 보낸다. 신선한 공기와 햇살을 느끼며 아침의 웃음을 보낸다. 신선한 공기와 햇살을 느끼며 학교 정문을 지나 교실에 도착한다. ‘오늘은 뭔가 좋은데? 열심히 공부하자.’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해야 할 공부의 양과 함꼐 스트레스가 늘어난다. 옆 친구의 문제집들을 보고 “벌써 그거 풀어? 좋겠다.”며 부럽기도 하고 ‘난 뭐지’하는 생각도 든다. 스케쥴러의 빽빽하게 쓰여진 문자들을 보며 한숨을 짓고 덮어 버린다. 그런 감정들을 이기지 못하고 친구들에게 불평을 하면 "괜찮아 벌써 그러면 어떡해“ 하는 위로의 말들을 받지만 나는 더욱 더 약한 사람이 된 것 같아 답답하고 혼란스럽다. 문제집들의 긴 해설을 보지만 머릿 속은 걱정과 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 옆 친구의 문제집을 술술 넘기는 소리로 열등감 덩어리가 된 나는 종이에 괜시리 끄적인다. ‘힘 내서 다시 하자. 다른 애들보다 늦더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될거야’ 라고. 다시 마음을 잡고 공부를 시작한다. 그렇게 야자 시간이 끝나고 집에서 할 계획들을 세웠는데 문자가 왔다. ‘아빠 집이야. 얼른와~’ 나는 짜증이 났다. ‘오늘 밤에는 아빠차를 타고 가기로 했었는데.’
지하철을 타면 한 시간 후인 열한 시에 도착한다는 생각을 하며 가방을 챙겼다. 친구와 계단을 내려 가면서 내안에 있던 짜증과 열등감 부담감이 뜨거운 눈물로 흘러 내렸다. 친구는 다행히 나의 눈물은 보지 못했지만 분위기는 알았나보다. 아무말 하지 않고 내 눈치만 보다 인사를 했다. 다리를 건너며 잔디와 나무를 보지 못했따. 찬 바람과 달만 보였을 뿐.
이마를 긁적이는 척하여 빨개진 눈을 감추고 보정행 지하철을 탔다. ‘아. 이 시간에 아이들은무얼 할까. 씻고 다시 공부하겠지. 난 뭐지?’ 지하철 창문에 비친 나의 얼굴을 보았다. 이 세상의 모든 고통들을 담고 있는 듯한 얼굴. 자기가 제일 힘들다며 울었던 얼굴. 그런데 비친 나의 얼굴 뒤에는 졸고 있는 사람, 책 읽는 사람, 음악 듣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창문에 비친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너만 힘든 거 아니야. 지하철타고 통학해서 지치고 친구들에 비해 시간을 빼앗겨서 억울하다고? 근데 모든 이 세상 사람들은 한 가지, 아니 더 많은 고통을 갖고 있어. 너가 억울하다고 한 건 너 자신에 대해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왜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너 자신을 잃게 해? 너도 충분히 아름다운 인간이야’라고. 그리고 대답했다. ‘미안해. 이제 나를 믿고 내 고통을 흐르는 강물처럼 받을게. 그리고 그 강물이 결국엔 빛나도록 할게.’
 어느새 전철은 보정역에 다 왔다. 문이 열리고 나는 가볍게 걸어 나가 밤하늘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나의 시과를 받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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