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감각에 의한 분석이 돋보여"

 

   이번 숙명 대학문학상 평론 부문에는 많은 분들의 응모가 있었다. 이 가운데 우수한 비평문들은 최근 우리 문화의 예민한 지점들을 짚어가면서 텍스트에 대한 섬세하고도 가열한 해석과 평가의 과정을 보여주었다. 그 중에서 심사자는 특별히 진은영 시편들을 분석한 ?이미지의 사용과 변주 그리고 진화?,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소설과 미카엘 하케네의 영화를 분석한 ?충족될 수 없는 사랑 혹은 욕망?, 그리고 함기석과 오은 시편을 해명한 ?언어유희로 탐색하는 제3의 방?에 각별하게 주목하였다.
  그 밖에 심사에서 다루어진 작품으로는 세 편이 더 있었는데, 김행숙 시편을 분석한 글은 비평가의 주관적 몰입이 타당한 해석을 막고 나아가 시편들 사이를 가로지르는 질서를 찾아내는 데 소홀하게끔 작용한 듯하고, 피츠제럴드의 작품을 분석한 글은 작품의 개관에는 어느 정도 노력을 기울였으나 정작 본격적 작품 탐색의 밀도에서는 크게 아쉬웠다. ?향수, 감미로운 가면?이라는 글은 분량이나 체재에서 본격 비평문으로는 다소 미흡했다고 판단하였다.

  진은영 시편을 분석한 글은, 진은영 시편들이 보여주는 고유한 순간의 이미지들을 차분하게 따라가면서 그녀 시편의 이미지가 가지는 본질을 추적하고 있다. 작품 한 편 한 편에 대한 밀도 있는 해석은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비평적 자의식에서 모자랐다고 할 수 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소설과 미카엘 하케네의 영화를 분석한 글은, 두 작품에 나타난 욕망의 원칙과 사랑의 시학을 잘 비교하고 분석한 평문이다. 두 작품의 장르상 차이나 텍스트 차원에서 가지는 차이점에도 주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가지게 하였다. 하지만 안정된 문장과 세련된 이론 적용은 충분한 호감을 주었다.
  함기석과 오은 시편을 분석한 글은, 언어유희라는 공통의 기법을 통해 현대시의 제3지대를 드리우고 있는 그들의 시편을 잘 분석하고 있다. 우리 시대의 어떤 시적 자의식을 충분히 드러냈다고 생각된다. 빌려온 이론을 적용하는 곳보다는 스스로의 감각에 의해 작품을 읽은 것이 호감을 주었다.
  눈높이의 차이에서 세 편 큰 차이가 없었으나, 이 가운데 심사자는 시의성과 자발적 논의의 활달함을 높이 사서, 함기석과 오은 작품을 다룬 비평문을 당선작으로 뽑기로 하였다.

  당선자에게 격려와 축하의 말씀을 드리고, 더욱 정진하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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