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있는 묘사력… 깊이의 확보 필요해"

 

투고해온 작품 총 21편 가운데 심사위원들이 일차적으로 선정한 작품은 <촉촉한 입술>과 <상상>, 그리고 <붉은 실> 등 세 편이다. 습작인 만큼 고만고만한 고투의 흔적을 안고 있었는데, 참조를 위해 간단한 평을 부기하면 다음과 같다.
<촉촉한 입술>은 환상을 곁들인 일종의 우화형식으로, 나름대로의 현실안을 관철시키려고 애쓴 과정이 역연하다. 발상법 또한 대학생다운 참신함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몇몇 군데서 알레고리가 전하는 바 대응 메시지 해독이 얽혀 있는 점과, 현실 맥락이 성급히 환기되는 등의 약점이 눈에 띄었다. 소설이 면대면 의사소통이 아니라 문자인 만큼, 메지시의 전달에 좀더 신경 쓰면 좋을 것 같다.
<가족 로맨스>는 우리 시대 가정의 단면을 포착하고 있는 작품으로, 다른 작품들에 비해 완결성이 두드러져 만만치 않은 습작의 경험을 보여주고 있다. 저마다 일인극을 연출하면서 사는 가족의 풍경이 일정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는 것도 힘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기왕의 패턴을 답습한 느낌이 짙고, 가족의 풍경을 성적인 관계로만 통일적으로 포착하려는 고집스러움이 부담을 준다. 자유롭지 않은 것이 과연 소설일 수 있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붉은 실>은 상황의 설정이라든가 묘사의 측면에서 매우 힘있는 작품이다. 중간부 독자를 놀라게 하는 재치도 사줄만하다. 하지만 애서 꺼낸 이야기를 심도 있게 구축하지 못한 점이 흠이다. 인물의 내면으로 들어갈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개척했으면서 정작 그 통로로 한 걸음 내딛지는 못한 작품인데, 작품의 깊이를 확보할 수 있는 나름의 방법에 대한 천착이 요청된다.
다양한 특장과 단점을 지닌 세 작품 가운데 <붉은 실>을 가작으로 뽑는다. 이야기 소재를 발결하는 힘과 묘사력에서 좀 더 믿을 만하다고 판단되어서인데, 정진하면 좋은 작가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데에 심사위원 두 사람의 의견이 합치되었다. 건투를 바란다.

심사위원  최시한(숙명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김경수(서강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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