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과 이완의 적절한 조화에 성공한 작품"

 

총 44편의 투고작이 심사위원들에게 전달되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이기는 하지만, 작품들 간의 편차가 두드러져 보였다. 투고 자체에 의의를 둔 듯한 순수 아마추어 성향의 것에서부터 기성 시단의 수준에 필적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양상의 작품들을 찬찬히, 오랜 시간 음미하며 읽어보았다.
1차 심사 후 <그늘의 역사>,<울고 있는 돌을 본 적이 있다>, <몽유도원도>, <굽이굽이>, <4월>의 다섯 작품이 최종심까지 올라왔다.
<그늘의 역사>는 조어법이나 이미지 조형 능력만을 놓고 본다면 이미 수준급의 솜씨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단, 이러한 작품들이 항용 지니기 쉬운 약점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세부적인 부분들에 치중하는 나머지 비슷비슷한 이미지들이 별 특징 없이 반복되고 있다. 오히려 전체적인 구도를 좀 더 신경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울고 있는 돌을 본 적이 있다>는 덜 다듬어진 원석과 같은 작품이다. 구문상의 단순함과 반복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내면의 열망과 의지를 솔직 담백하게 표출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생각된다. 10행 이하 후반부의 마무리가 다소 모호하고 허술하게 처리된 점은 그래서 더욱 아쉽게 생각된다.
<몽유도원도>는 몽환적 분위기 속에서 치밀하고 정교한 구성 형식을 드러낸 수작이다. 특히 1, 2 연을 연작 형태로 이어 배치하면서 적절한 긴장 속에 아름다움과 안타까움의 세계를 절제된 톤으로 대비시킨 구도는 일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긴장과 이완의 적절한 조화에 성공한 작품이라 하겠다.
<굽이굽이>는 기발한 착상과 상상력의 발랄함을 유심히 살피게 했던 작품이다. 특히 전반부의 2연까지의 흐름이 상당히 재치 있고 재미있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모호한 시어들이 남발되어 주제 자체를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처음부터 소통 단절을 의도하지는 않았을 터. 마무리 작업에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4월>은 구성이 독특한 작품이다. ‘너’와 ‘나’를 등장시켜, 내면의 고뇌를 상징화된 방식으로 표출한 2연의 첫 부분을 제외한다면, 나머지 부분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이미지들로만 채워진 시다. 부조화의 조화라고나 할까. 흔치 않은 그런 구성 방식이 묘한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특이한 작품이다. 시가 뭔지를 아는 이의 작품이다.
이들 가운데 마지막까지 놓고 고심했던 작품은 <몽유도원도>와 <4월>이다. 둘 가운데 어느 하나를 버리기가 못내 아쉽고 안타까웠다. 거듭 고심 끝에 최종적으로 <몽유도원도>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독자들의 폭넓은 이해와 공감대 형성에 있어 후자보다는 조금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계속 정진하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구명숙(시인, 숙명여대 국어국문학전공 교수)
                                     김유중(문학평론가,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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