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문학 전문지 ‘시와 에세이(이하 시에)’ 심사위원들에게 “현재를 사는 생활인의 정서를 정확한 문장과 사실주의적 시선에 담으려 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라는 찬사를 받은 신예 소설작가가 있다. 바로 단편소설 「심출가」의 정유제 작가이다.

정 작가는 부산경제신문, 부산 매일신문 등에서의 기자생활을 거쳐 현재 밀교신문의 편집국장을 역임하고 있다. 그는 기자생활을 하며 꾸준히 습작활동을 한 끝에 ‘시에’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등단했다.
‘시에’ 2010년 봄 호에 실린 정 작가의 데뷔작 「심출가」는 삶에서 무기력증을 겪는 한 남자가 스님이 된 과거 연인의 모습을 보며 마음의 평정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직장에서 부조리를 느끼고 부인과의 문제로 일탈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 결혼을 약속했던 ‘혜란’과 닮은 여자를 만나게 되고 옛 생각에 젖어 혜란을 찾아 헤맨다. 그러던 중 교인이었던 혜란이 출가한 것을 알게 된다. 남자는 이를 혜란이 자신과 결혼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여겨 괴로워한다.

남자는 혜란을 찾아 나서고 대전 선화사에서 그녀를 보게 된다. 소설의 끝부분에서 주인공은 혜란이 수행하는 모습을 보며 ‘진정한 일탈은 떠남이 아니라 마음으로 찾는 평정이라던 말도 새삼스럽게 떠올랐다’고 말한다. 결국 그는 심출가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 평정을 찾게 된다. 이 소설의 제목이자 한 남자를 깨닫게 해주는 심출가란 ‘세속에 살지만 마음은 세속적인 욕망을 떠나 있어 출가한 사람과 같은 보살’을 이르는 불교 용어이다.

「심출가」는 심사위원들에게 직장인 남성의 위기의식과 일상에서 겪는 불안, 욕망을 다각도로 분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무엇에 쫓기는 듯한 불안한 수사는 이러한 위기의식과 욕망에 대한 진정성을 느끼게 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정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중년 남성들이 겪는 사회적 혼돈과 갈등을 표현하고자 했다. 앞으로도 이러한 문제를 불교사상으로 풀고 싶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학창시절부터 꾸준히 습작을 써왔다. 그는 “그동안 썼던 작품들이 에너지를 모으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에너지를 발산해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백화점에서 그리 흔하게 하는 가격파괴, 폭탄세일 물건 하나도 사본 경험 없는 나로서는 회사의 파괴식 정기인사가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심출가」의 한 문장이다. 사실주의적인 시선으로 현대인의 문제와 정서를 담은 정유제 작가. 세상을 맑고 밝게 하는 글로 고마운 모든 이들에게 화답하겠다는 그의 말처럼 정 작가가 펼쳐낼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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