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생회관을 지나던 한 학우는 “학생회관 3층에서 분홍색 티를 입은 사람을 봤어요. 그러고 나서 4층으로 올라갔는데 같은 사람이 파란색 티를 입고 다시 지나가는 거예요. 학생회관에 귀신이 있나요?”라며 의문을 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옷을 갈아입고 한 층을 올라갔다는 의문의 여인, 이 여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미스터리한 사건의 주인공은 15분차로 태어난 우리 학교의 쌍둥이 자매, 언니 박명은(인문 10)학우와 동생 박자은(인문 08)학우다.

가족과 같이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이 아니면 쌍둥이를 제대로 구별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두 학우도 이 때문에 자주 지인들의 오해를 산다고 한다. 명은 학우는 “동생이 3학년인데다가 학생회, 연극학회 활동을 하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돌아다니다 보면 제가 동생인 줄 알고 인사하는 분들이 계세요. 어떤 날은 인사 받은 횟수를 세어 봤더니 23번이나 되더라고요”라며 웃었다. 동생인 자은 학우도 “학생회 활동 때문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행사 진행을 담당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선배가 와서 ‘너 3학년인데 왜 신입생 티셔츠를 입고 명찰을 멘 채로 돌아다니냐’고 물었어요”라며 일상에서 겪는 작은 일화들을 말했다.

두 학우는 이처럼 재밌는 일도 겪지만 매번 지인들의 오해를 푸는 것이 불편하다고 했다. 자은 학우는 “학교에서 활동을 많이 하다보니까 아는 교수님ㆍ선배ㆍ친구들이 많아요. 그런데 언니를 저로 오해하면 인사도 안 하는 사람이 되는 거죠. 그럴 때마다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게 번거로워요”라고 말했다. 명은 학우도 “쌍둥이라는 것을 알리려고 일부러 팔짱을 끼고 교정을 돌아다닌 적도 있어요.”라며 덧붙였다.

쌍둥이이기 때문에 친구들에게는 인사를 안 하는 친구로, 교수님에게는 재수강하는 고 학번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이 자매는 서로가 너무나 소중하다. “저희는 가족이면서 둘도 없는 친구예요.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이다 보니 친구와는 다른 끈끈함이 있죠. 친구로부터는 나의 단점을 직설적으로 듣기 어렵잖아요. 그러나 저희는 서로에 대해 솔직하게 평가해줄 수 있어요. 친구 관계에서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저희끼리는 가지고 있죠.”

이들 자매는 우리 학교 학생회에서 각각 정책국, 기획국의 일원으로 일하고 있다. 자은 학우는 작년부터 학생회에서 활동을 했는데 언니가 입학했을 때 함께 학생회 활동을 하자고 권유했다. “이제 사회에 나가면 서로 다른 인생을 살잖아요.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겠죠. 함께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덕분에 저희 사이가 더 돈독해졌어요.”

쌍둥이 자매는 총학생회 활동을 같이 하며 애교심도 두 배로 커졌다고 한다. “입학 당시에도 학교가 좋았지만, 총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저희 인생에서 ‘숙명여자대학교’가 차지하는 의미가 더 커졌죠. 학생회 활동의 결과로 학우들 불만사항이 개선될 때, 학교가 발전할 때마다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힘든 학생회 활동이지만 학교에 대한 사랑으로 또 함께 한다는 것으로 이겨낸다는 쌍둥이 자매다.

“우리는 지금 평생 잊지 못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예요. 나중에 엄마, 할머니가 돼서 숙명에서 보낸 시간을 돌아보면 ‘우리가 가장 쌍둥이다웠던 시절’이라는 생각이 들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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