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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 총각 물리친 아줌마의 힘
남다정 기자  |  smpndj77@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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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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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TV는 다양한 연령대, 직업, 기호를 가진 ‘시청자의 취향’을 아우르지 못했다. 예능 프로그램은 아이돌이 춤을 추며 이성 연예인에게 구애하는 쇼가 대부분이었다. 드라마에서는 젊은 두 남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요즘 TV가 변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아줌마 연예인들의 말솜씨는 시청자를 사로잡았고, 30~40대 배우들의 실감나는 인생 연기에 시청자는 공감했다. 아줌마를 위한, 아줌마에 의한, 아줌마의 방송시대가 온 것이다.

   
 
   
 

아줌마들의 TV 장악은 예능 쪽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줌마테이너’는 아줌마와 엔터테이너의 합성어로, 결혼하고 자녀를 뒀음에도 활발히 활동하는 여성 엔터테이너를 지칭한다. 이 단어는 인기있는 남성 엔터테이너와 아이돌 가수가 주를 이뤘던 예능 방송에서 최근 아줌마 예능인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며 생긴 신조어이다. 아줌마 예능인들은 방송에서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특유의 친근감과 대범함을 발휘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들의 활약은 30~40대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남성 시청자들도 TV 앞으로 불러모아 시청률로 연결시키고 있다.

   
 
   
 

예능프로그램 ‘스타부부쇼 자기야(SBS)’에서는 다양한 연령대의 아줌마들이 남편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을 속 시원히 함으로써 기혼 여성들의 공감을 얻는다. 또한 ‘오늘밤만 재워줘(MBC)’에서는 아줌마 연예인들이 어린 아이돌 가수의 숙소에 찾아가 엄마의 마음으로 밥을 차려준다. ‘세바퀴(MBC)’에서는 진행자와 출연자의 정신을 빼놓을 정도로 기센 아줌마들의 입담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 중인 박미선, 선우용녀, 이경실 등의 아줌마 연예인들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시청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아줌마 토크’, 그 매력은 친근함과 솔직함이다. 46살 노총각 배우에게 “그 나이까지 동거도 못 해 봤다니 몸에 문제 있는 것 아니냐”고 짓궂은 질문을 던진다. 남편에게 ‘사랑해’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더니 “왜 이래, 너 누구야”라고 답이 왔다는 이야기도 서슴없이 쏟아낸다. 프로그램의 게시판에는 “주부 연예인들의 입담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라는 네티즌의 글이 가득하다. 줌마테이너들은 찜질방에서 수다를 떨 때나 나올 법한 노골적인 이야기들을 TV에서 털어놓는다. 이를 통해 우리의 엄마들은 ‘TV속의 연예인들도 나와 같이 사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친근함을 느낀다.

   
 
   
 

드라마에서도 아줌마가 강세다. 故 최진실이 ‘내 생에 마지막 스캔들(MBC)’을 통해 불러일으킨 ‘줌마렐라 신드롬’은 시청률 30%의 ‘내조의 여왕(MBC)’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현상은 ‘오 마이 레이디(SBS)’ ‘수상한 삼형제(KBS)’ ‘이웃집 웬수(SBS)’ 등 현재까지도 이어지며 드라마의 소재로 이용되고 있다. 아줌마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가 많아지면서 그 안에 나타나는 모습도 다양해지고 있다. 파마머리를 한 전형적인 대한민국 아줌마 외에도 최신 유행을 따라하며 44사이즈의 옷을 입는 ‘스타일리쉬 맘’, 백마 탄 연하남을 기다리는 ‘돌싱’, 주체적으로 살아가며 자신의 삶을 즐기는 ‘워킹맘’ 등 현실 속 아줌마들의 다양한 모습이 드라마에서 그려진다.


아줌마들이 겪고 있는 문제 또한 더 세밀하게 다뤄지기 시작했다. 특히 일하는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이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이 드라마에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워킹맘(SBS)’이다. 주인공 역의 염정아는 임신으로 일을 쉬었다가 정규직으로 복귀하게 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워킹맘의 고충을 보여줬다. 이혼한 부부의 관계도 더 현실적으로 나타난다. ‘이웃집 웬수’에는 이혼은 했지만 아이가 있기 때문에 영원히 남이 될 수 없는 부부가 등장한다. 서로 다른 상대를 만나지만 ‘쿨’하게 행복을 빌어줄 수 없는 모습은 시청자의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하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중년의 사랑도 드라마의 소재로 많이 쓰이고 있다. ‘거침없이 하이킥(MBC)’ ‘수상한 삼형제(KBS)’ 등의 드라마에서는 50~60대 아줌마와 아저씨의 연애 이야기를 풀어냈다. 부모님의 연애, 재혼을 반대하는 자식의 모습도 보여줘 중년의 사랑이 결코 가볍지 않은 현실 문제라는 것을 드러냈다. 이 외에도 ‘수상한 삼형제’에서는 고지식하며 자기 자식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시어머니, 하녀처럼 집안일만 하는 며느리, 고부간의 갈등으로 이혼 위기에 처한 며느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 네티즌(ap4823)은 “잔디가 있는 전원주택에 사는 교양 있지만 깐깐한 시어머니, 한없이 착하기만 한 며느리가 나오는 드라마는 와 닿지 않았다. 반면, 이 드라마에 나오는 아줌마들의 모습이야말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극중 주인공이 아줌마인 경우를 넘어 주인공 배우가 실제 아줌마인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선덕여왕(MBC)’의 이요원은 아줌마 배우란 말이 어색할 만큼 앳된 외모 속에서 성숙한 연기를 보여줬다. 또한 같은 드라마의 고현정은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염정아와 오윤아는 결혼, 출산 후 더 실감나는 엄마와 아내 연기를 선보였다. 손태영도 ‘두 아내(SBS)’에서 아이가 있는 주부 역할을 맡으며 결혼 후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호평을 들었다. 과거에는 여자 배우의 결혼은 연예계 생활의 무덤이란 말이 당연할 정도로 기혼 여성 배우는 예전의 인기를 누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배우들의 결혼과 출산은 이미지 변신의 한 기회가 되고 있다.


예능, 드라마뿐만이 아니다. 사회 현장 곳곳을 담아내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도 아줌마는 단골 출연자이다. 대표적인 예로 인터넷 상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파워블로거’를 들 수 있다. 주부들은 ‘아줌마의 힘’을 과시하며 인터넷 공간을 이웃집처럼 드나들고, 자신만의 비법과 재주를 블로그에 녹여내고 있다. 와이프와 블로거의 합성어인 ‘와이프로커’란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기혼여성, 골드미스 모델을 선발하는 ‘미즈모델선발대회’ 참가자들의 몸매 유지비결을 취재해 주부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안겨주기도 했다. 이처럼 요즘 주부들은 그들이 집안일만 하며 자기관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주체적인 존재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아빠는 오늘 밤도 야구중계가 아니라 줌마테이너들의 입담에 빠져있다. 젊은 딸은 30~40대 배우의 카리스마에 감탄하며 그들의 연륜을 찬양한다. 엄마는 아줌마의 실감나는 연기에 공감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요즘 아줌마가 대세인 TV를 보는 거실 풍경이다. 방송의 온갖 장르를 종횡무진, 넘나드는 그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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