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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플러스 사이즈로 변화를 꿈꾸다
이신영 기자  |  smplsy76@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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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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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거식증에 시달리는 사이즈 제로 모델, 풀 피규어 패션위크의 한 모델, 잡지 글래머의 플러스 사이즈 모델 리지 밀러, 빅 사이즈인 타라 린이 엘르의 커버 모델이 됐다.
 

사진출처 = 구글 

 
 

미국인 멜리사 레이시는 13살부터 모델이 되기를 꿈꿔왔다. 그러나 모델 에이전시는 다소 풍만한 몸매의 그녀를 거부했다. “너무 뚱뚱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후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다이어트를 해오던 그녀는 어느 날 해골을 연상시키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충격을 받은 멜리사는 마른 몸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몸을 되찾기로 결심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한 에이전시가 그녀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멜리사에게서 플러스 사이즈 모델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뚱뚱하고 풍만한 몸은 패션계에서 오랜 세월동안 차별받아 왔다. 키가 큰 여성이더라도 특정 몸무게를 넘는 순간 업계에서 ‘아웃’ 당할 수밖에 없었다. 마른 몸이야말로 옷의 맵시를 잘 살릴 수 있다는 일반적인 인식 때문이었다. 표준 체중에 한참 미달되는 모델에게만 런웨이를 오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패션 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받는 일반 여성들은 마른 몸매를 무조건적으로 지향했고, 잡지와 TV에서 ‘이상적’인 몸매의 모델만을 보기 원했다. 악순환이 꼬리를 물고 계속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패션 업계에서는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거식증으로 모델들이 사망하고, 마른 모델이 심어주는 잘못된 인식의 심각성을 깨달으면서 패션계 스스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바로 ‘플러스 사이즈 모델’의 기용 증가이다. 늘씬한 모델만이 런웨이를 지배한다는 것은 옛말이 돼버렸다. 변화의 바람은 유럽과 미국, 호주 등지를 중심으로 불어왔다.

플러스 사이즈의 모델
에이전시만 전세계 400여 개


플러스 사이즈 모델만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전세계 400여 개의 에이전시는 이러한 현황을 생생히 보여준다. 미국은 유명 플러스 사이즈 모델 에이전시만 해도 10개에 달한다. ‘포드 모델’(Ford Models) 등의 일반 모델 에이전시에서도 추세에 발맞춰 소속 모델의 범위를 빅 사이즈 모델로 확장시키고 있다.
패션쇼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의 활약이 특히나 두드러지는 곳이다. 캐나다의 신예 디자이너 마크 패스트는 지난 3월 런던 패션위크 컬렉션에서 다수의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을 기용해 쇼에 세웠다. 루이비통의 간판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도 기존의 모델들을 볼륨감 있고 풍만한 모델들로 대체해 변화를 실감하게 했다. 올해로 2회째를 맞고 있는 미국의 ‘풀 피규어 패션위크(Full Figured Fashion Week)’는 패션 업계에서 플러스 사이즈 모델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잘 보여준다. 6월 16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뉴욕에서 열리는 이 패션쇼는 모든 모델이 플러스 사이즈 모델로 구성돼 있다. 2009년의 1회 패션쇼에서 라지 사이즈 여성들의 환호를 받으며 성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 해에는 더 많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거식증 앓던 모델의 사망
'Size 0 모델 퇴출' 운동

유럽의 경우 이러한 변화가 ‘*사이즈 제로 모델 퇴출’ 운동과 함께 맞물려 더 크게 부각됐다. 사이즈 제로 모델 퇴출 운동은 2006년 거식증을 앓던 한 브라질 출신 모델이 사망하면서 시작된다. 이 같은 사고의 예방을 위해 마른 모델을 퇴출시키고, 건강한 몸을 가진 모델을 기용하자는 것이 그 의도였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는 패션쇼에 ‘말라깽이’ 모델을 내보내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프랑스에서는 2008년 패션 · 광고업계가 건강한 몸을 권장할 수 있게 하는 자율규제협약을 맺었다.
변화의 물결은 패션 관련 미디어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특히 패션 잡지들은 라지 사이즈의 모델들을 기용하며 개선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09년 9월 미국의 패션 잡지 글래머(Glamour)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의 누드 사진을 전면에 실었다. 뱃살을 드러낸 채 환히 웃고 있는 모델의 모습에 독자들은 “일반적인 체형을 가진 이들에게 큰 힘을 주는 사진”이라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독일의 잡지 브리기테(Brigitte)에서는 깡마른 모델들을 일반 여성으로 대체했다. 브리기테는 일반인 여성이 커버 모델이 된 잡지를 올해 1월 이미 선보인 바 있다. 가장 대담한 시도는 프랑스판 엘르(Elle)에서 이뤄졌다. 올 3월 발간된 엘르의 커버에 플러스 사이즈 모델인 타라 린의 사진이 실린 것이다. 풍만하고 다소 뚱뚱하기까지 한 타라 린이 커버에 등장하자 패션계는 ‘가장 어렵게 느껴온 터부를 깼다’며 환영의 의사를 밝혔다. 이 외에도 이탈리아에서는 체격 있는 여성을 위한 웹진 보그 커비(Vogue Curvy)를, 미국의 V 매거진(V magazine)에서는 플러스 사이즈 여성들을 위한 기사를 다룬 바 있다. 이러한 패션계의 추세에 맞춰 보그(Vogue)의 편집장 안나 윈투어는 “우리는 더 이상 일부러 여성을 마르게 묘사하지 않을 것이며, 이제부터 다양한 타입의 몸을 소개하겠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빅 사이즈 모델이 잡지 커버에
패션 미디어도 변화에 동참


패션계의 변화가 최근에서야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그 성과에 대해선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오랜 세월에 걸쳐 굳어진 편견을 깨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현 상황에 불만과 걱정의 목소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샤넬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마른 모델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은 바로 뚱뚱한 여성들”이라며 "패션 세계는 꿈과 환상이다. 뚱뚱한 여성을 보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는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또한 호주의 디자이너 로즈마리 매직은 “L 사이즈 이상의 옷을 만드는 것은 건강하지 않은 삶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며 큰 크기의 옷과 증가하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이 비만을 더욱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통해 고정관념을 바꾸려는 시도가 계속되는 한 미래는 밝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패션계가 달라져야 대중들의 인식도 변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패션계가 변화한다면 일반인들의 편견은 감소할 것이고, 다이어트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여성들도 차차 줄어들 것이다.
오래 전 미인은 풍만한 몸매의 여성이었다. 미의 기준은 변한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아름다움에 대한 잣대라고 변하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 패션계와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이 함께 더 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길 기대해본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란?
플러스 사이즈 모델은 풍만한 신체의 여성을 대변하기 위해 고용된 모델을 말한다. 표준 여성의 체형(M 사이즈)부터 시작해 신체 크기에 제한이 없으며 사진 작업, 런웨이 워킹 등 일반 모델들과 같은 종류의 일을 하고 있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의 조건은 신체 사이즈 외의 많은 면에서 일반 모델과 비슷한데 아름다운 얼굴, 깨끗한 피부, 적절한 비율의 신체 등이 바로 그것이다.

*사이즈 제로 모델 : 사이즈 제로란 신체 사이즈 0을 말하는 것으로 허리 22인치 정도이다. 사이즈 제로 모델은 그만큼 마르고 비현실적인 모델을 의미한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에서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라는 표현보다 ‘빅 사이즈 모델’이라는 말이 더 흔히 사용되고 있다. 한국 패션쇼에서도 빅 사이즈 모델들을 세우는 등의 행사는 있었지만 단발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외국의 모델 ‘타라 린’ ‘크리스탈 렌’ ‘휘트니 톰슨’처럼 자신의 이름을 걸고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없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유럽, 미국, 호주 등의 국가에서 모델의 사이즈 변화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데에 비해 한국은 아직 시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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