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3.15 발간 1192호

“국민의 정당한 권리를 제약하고 기득권자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법질서를 준수해야 할 까닭이 없다. 그 법질서의 준수는 끊임없이 ‘용산참사’를 재현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신념에 가득 찬 이 글을 읽으며, 더구나 목사님이 쓰신 글이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넘어 섬뜩함을 느꼈다. 도대체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신념의 힘은 강하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고 자신 뿐만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킨다. 역사는 신념을 가진 자들의 기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신념은 올바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나치에 의해 저질러진 유대인 대학살 등 인류의 역사에 새겨진 수많은 굴곡도 그릇되고 비합리적인 신념이 초래한 비극적 결과 아닌가.
올바르고 합리적인 신념과 그렇지 못한 신념은, 우선 그 신념이 객관적 사실 및 진실의 토대 위에 형성됐는지 여부로 판단한다. 객관적 사실을 왜곡ㆍ과장한다든지, 편견에 가득찬 주관적 시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객관적 사실인 양 착각하는 한 올바른 신념은 형성될 수 없다. 다음으로, 융통성이 있는지 여부이다. 반드시, 당연히, 기필코 등의 말로 장식되어 융통성과 타협의 여지가 없는 신념이라면 일단 비합리적이라고 봐야 한다. 마지막 기준은 현실성이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상대방도 최선을 다하려 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모두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려는 자세여야 한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당면한 현안들에 대해 집단적으로 신념을 밝히고 거침없이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휘둘리고 있는 것 같다. 우려되는 것은, 우리 사회 특히 젊은이들이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정서적으로, 이념적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무엇인가’라는 사실이 아니라 ‘내 편이냐 아니냐’로 인식하는 것이다. 비합리적 신념의 전형이다. 비합리적 신념은 이기적이고, 독단적이며, 비현실적이고 과장적이다. 비합리적 신념을 가진 사람은 ‘절대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강력하게 요구하고, 세상을 향해 자신의 뜻에 따를 것을 명령한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분노하고, 침묵하는 자들에게는 각자의 신념을 밝힐 것을 강요하며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작년 여름 숙명인게시판에서 “교수님, 부끄럽습니다”라는 총학생회의 성명서를 읽으며 우리 대학도 예외는 아니구나 싶어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과잉은 부족함만도 못하다고 했던가. “나는 신념이 가득찬 자들보다는 의심에 가득찬 자들을 신뢰한다.”며 비합리적 신념의 과잉을 우려하신 김훈님의 말씀에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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