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데이 120주년 기념 전야제 현장

세계 모든 나라가 함께 기념하는 날이 있다. ‘메이데이(May Day)’ 혹은 ‘근로자의 날’이라고 불리는 5월 1일이다. 이 날에는 노동자의 권리를 높이고, 근무의욕을 상승시키기 위한 각종 행사나 집회가 열린다. 올해에도 고려대학교, 마로니에 공원과 인천 등에서 메이데이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가 열렸다. 이 중에서도 특히 대학생 참가자가 많았던 ‘고려대학교 4.30 전야제’ 현장을 찾아가 봤다.


고려대 민주광장에서는 주먹 쥔 노동자의 손이 그려진 피켓이 사람들의 이목을 모으고 있었다. 그 아래로 행사에 참가한 단체들의 깃발이 흩날렸다. 이번 행사는 대안 세계화 운동을 위해 모인 ‘대학생 공동행동’을 중심으로 마련됐는데, 고려대와 전남대 등 전국의 15개 대학교 학생들이 참여했다. 이 밖에도 버스 노동조합 소속의 노동자와 일반 시민들이 함께했다.


학생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꾸며 더 의미있어


오후 7시가 되자 ‘다시 싸우자’라는 사회자의 구호와 함께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됐다. 이번 전야제는 ‘신자유주의 반대’와 ‘노동기본권 쟁취’ 및 ‘노동조합 탄압반대’라는 구호 아래, 발언과 몸짓, 노래공연이 번갈아가면서 진행됐다. 행사를 주최한 ‘대학생 공동운동’ 소속 김지운(26ㆍ여)씨는 “신자유주의는 노동기본권과 자율권을 억압하는 제도이다”라며 “이번 메이데이 전야제에서는 ‘노동기본권 쟁취’와 ‘노동조합 탄압반대’외에도,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메세지를 대표 구호로 선정했다”고 했다.

풍물패의 떠들썩한 공연이 시작되자 사람들의 이목이 무대로 집중됐다. 첫 번째 발언 주자인 현정(고려대학교 4학년)이 무대로 나왔다. “여러분 더 이상 무한 경쟁 속에서 서로를 외면하며 살아가지 맙시다. 학생과 노동자는 서로 연대하며 권리를 주장해야 합니다. 그래야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옵니다.” 그의 발언 이후에도 다양한 발언자가 노동자와 학생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특히, 송혜민(중앙대학교 4학년)씨는 “중앙대학교 구조조정은 비민주적으로 이뤄졌으며, 청년실업의 해결책을 학제개편안에서 찾으면 안 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노동자의 대표로 나선 이태기(전국 공무원노조 위원장)씨는 칼 막스의 국가 정의를 예로 들면서 사회구성원 간 연대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여러분도 곧 노동자가 됩니다. 청년실업과 저임금 같은 노동자의 기본권 문제를 해소하려면 혁명이 기본이 돼야합니다. 더 이상 촛불 들고 사정하지 말고, 그 불을 횃불로 바꿔 노동자의 힘을 보여줍시다.” 무대에 선 발언자들은 모두 사회구성원 간의 연대를 요구하며, 6월 2일 지방선거에 참여하자는 메세지를 전달했다.

 


몸짓패들의 몸짓 공연 역시 전야제의 열기를 북돋는데 큰 몫을 했다. 고려대 몸짓패 ‘단풍’과 성균관대 몸짓패 ‘아성’등이 노동가요에 맞춰 노동자의 모습을 표현했는데, 노동자의 애환을 충실하게 그려내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성균관대 몸짓패 ‘아성’ 소속의 신동원(성균관대 3학년)씨는 “몸으로 말을 전달하는 것이 가치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해 몸짓패를 하고 있다”며 “오늘은 ‘비’라는 제목의 노래에 맞춰 춤을 췄는데, 비가 세상의 모든 것을 씻어 내리듯이 우리의 어려움도 깨끗이 씻고 하나가 되자는 의미를 담고있다”고 말했다.


"젊은이들간의 소통과 조직적 단결력은 부족해 진 듯"


과거 노동절 전야제의 참가 단위가 시민, 대학생 및 정당 및 네티즌으로 다양했던 반면, 이번 전야제는 주로 대학생 단위의 참가자로 구성돼 아쉬움을 남겼다. 3년째 노동절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임수진(가톨릭대 4학년)씨는 “아무리 목소리를 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는 체념 때문인지, 젊은이들 간의 소통과 조직적 단결력이 부족해 진 것 같다”며 “특히 이번 전야제는 작년보다 규모도 많이 축소되고 참여자도 적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들 역시 전야제의 규모와 참여도가 예년보다 줄어들어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신자유주의 반대가 쟁점이 되기도



한편, 이번 전야제에서는 신자유주의 반대운동이 쟁점이 되기도 했다. 전야제 주최 측이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사회주의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 탓인지 행사장 곳에는 ‘사회주의 노동자 정당’의 홍보지 및 사회주의와 관련된 책을 진열한 판매대가 마련돼 있었다. 사회주의 정치신문을 홍보하던 조명태(27ㆍ남)씨는 “노동절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사회주의 운동에 대해서 알리고 싶어 오게 됐다”며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구현시킬 수 있는 사회주의 세상을 함께 만들자”고 말했다. 반면, 일부 관중들은 이러한 분위기를 부담스러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정보현(성균관대 1학년)씨는 “신자유주의는 악으로, 사회주의는 선으로 나누는 대결구도가 거북하다”며 “노동자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사회주의를 찬양하는 모임으로 변질 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전야제의 울림 행사장 밖을 벗어나지 못해



11시까지 진행된 전야제는 참가자들이 노동자의 노래인 ‘인터네셔널’을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메이데이 전야제는 대학생이 주축이 돼 모든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했다는 점에서 특별했다. 그러나 전야제의 울림은 고려대학교 민주 광장 안에서만 퍼졌을 뿐, 광장 밖을 벗어나지 못했다. 전야제 참여자의 대부분은 ‘대학생 공동운동’ 소속의 학생들이었고, 일반 대학생들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노동운동에 관심을 갖는 학생이든, 그렇지 않은 학생이든 미래에는 모두 노동자가 될 것이다. 직접 전야제를 준비하지는 못하더라도 행사에 관심을 갖고참여 해 보는 것은 어떨까? 메이데이 전야제는 사회구성원의 활발한 참여가 뒷받침 될 때, 비로소 노동의 가치를 이야기 할 수 있는 진정한 소통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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