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세대와 한국외대, 건국대 등이 ‘학과제’로 전환한 것을 비롯해 올해 초 중앙대에서는 학과 통폐합을 실시했다. 이처럼 요즘 대학가에서는 과거 학부제에서 벗어나 대대적인 학제 개편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 학교도 지난 12일 기존 학부제에서 학과제로 전환하는 ‘학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기존 19개 학부와 6개 학과로 운영하던 체제가 15개 학부와 32개 학과로 변경됐으며 의약과학과, 사회심리학과, 영어영문학부 TESL(테슬)전공과목 신설된다. 우리 학교는 홍보실을 통해 △학생들의 소속감 고취 △잦은 전공 교체로 인한 학생들의 부담감 해소 △교수와 재학생, 재학생 선ㆍ후배간의 교류증대를 이유로 학과 개편안을 시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개편안이 발표된 후, 16일 학내 인터넷 게시판인 숙명인 게시판에 경제ㆍ경영학부 소속의 교수들이 학제개편안에 대한 의견을 올렸다. 이 글들은 조회수 5천 번을 넘기며 많은 학우와 학내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학교가 홍보실을 통해 ‘60명 미만의 전공은 학과로 독립하고 60명 이상의 전공은 단일 학부로 독립해 세부전공의 학과를 개설한다’라며 발표한 학제 개편에 경상대학 다수 교수들이 공개적인 항의 글을 숙명인 게시판에 기재한 것이다.

학제 개편이 될 경우 현재 경상대학은 경영학부와 경제학부가 나뉜다. 이렇게 나눠진 경영학부는 경영대학으로 독립해 경영, 글로벌금융회계, 글로벌마케팅 학부로 다시 나눠진다. 또한 경제학부는 경제학과로 바뀌어, 기존 소속이었던 상경대학에서 나와 사회과학대학으로 편입된다.

이에 대해 경영학부의 총 25명 중 17명의 교수는 새로 신설될 학부가 경영학의 세부전공일 뿐 독립될 성격의 학문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같은 경영학부 내의 다른 입장을 가진 2명의 교수는 경영학을 특성학과로 분리해 차별화한다면, 경영학부의 전체적인 경쟁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될 거라 전망했다. 이에 대해 손병규(경영학 전공) 교수는 “학제 개편에 대해 무조건 반대의견을 고수하는 것 보다는 학교를 비롯한 경영학부 내에서도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경제학부 내에서도 교수들 간의 입장차이가 있다. 경제학부 내 총 12명 중 10명의 교수는 소비자경제학전공을 독립학과 분리로 요구한 적이 없다며 게시판을 통해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반면 소비자경제학전공의 독립에 대해 긍정적인 문정숙(경제학 전공) 교수는 “소비자경제학의 경우 기존의 경제학과는 학문적 성격이 다르다”라며 “소비자경제학은 교육이나 심리 등의 다른 학문도 함께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같은 경영 및 경제학부 내에서도 개편안에 대해 입장이 다르다. 학제 개편에 대해 경제학부의 한 교수는 숙명인 게시판(게시글 115461)을 통해 ‘대강당에 관련 교수들과 학교 측 대표들이 모여서라도 개편안의 학문적 정당성에 대해 토론해야 한다’라며 대화의 시급성을 알렸다. 이에 기획처 강형철(정보방송학 전공) 처장은 “소통은 공식적인 과정을 통해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라며 “기본적인 소통 구조는 학교 측의 입장이 학과장 교수에게 전달되면 학과장 교수는 전공 주임교수들에게 의견을 전달한 뒤 각 학과 교수들에게 전달된다”라고 말했다. 또한 강 처장은 의견전달 과정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은 각 학과 교수와 전공 주임교수, 학과장 교수 순으로 전달받게 된다”라며 덧붙였다.

각 학부내의 의견차이 뿐만 아니다. 경제ㆍ경영학부 교수들은 개편절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처음 본교는 홍보실을 통해 1년 전부터 이번 학사구조 개편을 준비해왔으며, 지난해 연말 각 전공에서 제출한 전공발전방안을 토대로 이번 학제 개편을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경상대학 교수 중 일각에서는 ‘사실과는 다르다’라는 입장이다. 경제학부에서는 10여명의 교수가 이번 개편안에 대해 ‘한마디 상의 없이 진행된 일’이라며 반론을 제기했으며, 경영학부에서도 17명의 교수가 ‘합의 없이 결정된 사항’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작년 11월 경영대학 독립에 관한 보고가 있었던 ‘대학비전 및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컨설팅 최종 결과 보고’에 경제학부 소속의 교수만 한 명 참석했다.

교수와 학교간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논란뿐만 아니라 이번 개편안은 학우들 사이에도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학제 개편안이 학우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에 대한 불만 섞인 여론이 일고 있다. 제42대 총학생회 The Change의 강보람(인문 07) 회장은 “학우들을 학교의 정책 집행에 배제시키고 있었다는 사실에 실망이 컸다” 라며 “당장 내년에 실행되는 개편안을 이제야 공개해 학우들의 공감을 사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공개간담회를 요청하기 위해 학우들의 서명을 모으고 있다”라고 말했다. 학우들 또한 숙명인 게시판을 통해 끊임없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이디 꽁밥**학우는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들에게 설문조사조차 하지 않고 이뤄진 이번 결정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는 글(게시글 115193)을 올렸다.

이처럼 교수와 학우들의 의견 수렴에 대한 논란이 있는 가운데, 학교 측은 원안은 고수하되 세부적인 운영 방안은 수정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강 처장은 “개편안이 이미 통과되고 발표된 내용인 만큼 원안에 대한 큰 틀에는 변경이 없다”라며 “개편된 내용들이 더 합리적으로 운영되기 위해 교수들의 방안을 수렴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수렴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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