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대 사회복지학과에 재학 중인 안은비(22)씨는 심리학과로 전과하기 위해 학점을 3.5이상 받는 것은 물론 외국어 공인 성적을 따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서류도 면접도 모두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낙방. 여석이 충분히 있는데도 전과를 신청한 학생 중 단 한명만 합격했다. 적성에 맞지 않는 공부를 계속해야 할 것을 생각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우리 학교에 재학 중인 A 학우는 이번 학기에 정보방송학과로 전과한다. 인기학과이고 학점도 좋지 않은 편이라 전과를 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마음을 굳히고 나니 절차는 의외로 간단했다. 전과를 신청한 다른 친구들도 모두 원하는 학과에 갈 수 있게 됐다.


전과는 행정상으로는 단순히 학적 상에 학부 명을 변경하는데 그치지만 학생 개인에게 있어서는 장래희망과 전공 공부 사이의 괴리감을 극복하는 계기가 된다. 전과를 준비하는 우리 학교 학생들이 알아야 될 사항은 무엇이며 경쟁률과 합격률은 어떻게 되는지 타 대학들과 비교해 알아보자.


전과전형 타 대학에 비해 쉬워 경쟁률 낮고 합격률 높은 편


우리 학교는 전과 전형을 제2,3,4학기 재학생과 휴학생에 한해 매년 11월 17일에서 20일 경에 실시한다. 지원하려는 학부에 여석만 있다면 이수해야 할 학점과 지원계열에는 제한이 없다. 또한 입학정원의 20%이내에서 전과생을 받으며 타 학과로 소속을 변경하는 것이 자유롭다. 모든 학부가 학업성적과 면접을 반영하지만 정치행정학부와 언론정보학부를 지원하고자 하는 학생은 영어 구술시험을 치러야 한다. 각 모집단위별로 선발하는 인원수는 11월 초경에 발표되는데 해당 학과의 여석은 2학년이 전과함으로써 충원되므로 다음 해의 3학년 여석은 거의 없다.


타 대학의 경우에는 우리 학교에 비해 전과 전형에 제약이 많은 편이다. 한양대학교는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만이 전과를 지원할 수 있으며, 모집하는 학과 입학정원의 10%만을 선발한다. 또한 과별로 배정된 졸업 학점에 따라 일정 학점을 충족시켜야만 지원가능하다. 이화여자대학교는 3~5학기를 이수한 재학생과 휴학생이 전과할 수 있으며, 40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또한 특별전형입학생과 재입학생은 전과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표1> 참고)


<표 2>에서도 알 수 있듯 우리학교는 전과가 타 대학에 비해 수월하며 경쟁률도 일부 학과를 제외하고는 낮은 편이다. 2009년 11월 17일에 마감된 <2010학년도 전과 지원현황>에 따르면 전과 경쟁률은 교육학부 2.8:1, 멀티미디어과학부 2:1, 생명과학 1.3:1을 제외하고는 전체 모집 여석 342명 중 지원자수는 135명으로 미달되는 추세를 보였다. 학사 지원팀이 발표한 <2010학년도 전과전형>에 따르면 24개 학과 중 인문, 교육, 생명과학, 멀티미디어학과를 제외한 모든 학과의 전과 신청생이 전원 합격했다. <2009학년도 전과전형>에서는  24개 학과 중 4개 학과를 제외하고 모두 전원 합격했다.

<2008학년도 전과전형>에서는 디자인, 문화관광학과 1명씩을 제외한 전원이 합격했다. 학사지원팀에서 10학년도 전과를 담당했던 정지영씨는 “학교는 주로 학과를 옮기고 싶어하는 학우들에게 최대한의 기회를 주려는 입장이다”며 “전과 전형이 타 대학에 비해 쉽다고 해서 무조건 전과가 되는 것은 아니며 학과 교수 재량으로 여석이 있어도 뽑지 않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교육학과의 경쟁률이 특히 높은 것에 대해 정 씨는 “교육부가 09년도부터 사범대의 인원을 초과시키지 말라는 방침을 발표했기 때문에 앞으로 사범계열학과와 체육교육과의 여석은 계속해서 줄어들 것 같다”라고 답했다.


쉬운 전과제도 진로 변경에 도움 돼 전과 후에도 전과생에 대한 배려 필요해


이번학기에 교육학과에서 정보방송학과로 전과를 한 익명을 요구한 한 학우는 수월한 전과제도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교육학과가 적성에 맞지 않았고, 방송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서 전과를 했다”며 “전과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불편한 점은 못 느끼겠지만 전과가 생각보다 쉬워서 진로를 변경하는 계획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쉬운 전과제도로 인해 재학생들이 피해를 본다는 의견도 있다. 강혜원(경제 08) 학우는 “원치 않는 과에 진학했거나 진로를 변경하려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전과제도는 좋은 것 같다”며 “그러나 전과생이 많아서 기존 학부생들이 수강신청과 지도교수를 배정받는데서 밀려나는 피해를 겪고 있다”라고 이의를 표했다.


우리 학교 전과제도가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는 학우들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전과 후의 제도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인문학부에서 경영학과로 전과한 육아라(경영 07) 학우는 “수강신청 과정에서 전과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며 “제1전공자와 성적우수자가 우선순위이기는 하지만 전과생은 전공자에 비해 수업을 많이 듣지 못해 성적을 잘 받는 것이 비교적 불리하다”며 “학부생이 많은데 비해 분반이 적어서 학부기초를 듣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수강신청에서 느끼는 전과생의 불편에 대해 학사지원팀 담당자는 “수강신청을 할 때 2학년이 가장 마지막 순서이고, 전과한 학생이 2학년에 가장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 느끼는 것이다”며 “우선순위인 제1전공자에 전과생도 포함되지만 성적순에서 갈리는 것은 최대한 공정성을 기하기 위한 절차였기 때문에 감안해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과생들은 행정적인 면에서 불편을 겪지만 학교생활을 하는데도 심리적인 불안을 겪는다. 작년에 영어영문학과로 전과한 익명의 한 학우는 “할 수 있는 공부를 하게 된 것은 좋지만, 새로운 학과 친구들과 친해질 기회가 없는 것 같아 아쉽다”며 “단지 학과를 옮겼을 뿐이지만 신입생도 아니고 기존 학부생도 아니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낄 때가 많다”라고 말했다. 또한 “전과한 후에 멘토를 정해줘서 학교생활을 도와준다든지 학과 측의 학부소개나 설명을 듣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송기창 교수(교육학 전공)는 전과를 한 학생에 대해 “수업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으나, 편입생과 마찬가지로 교육학부로 입학한 학생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면이 있는 듯하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학부 행사에 참여하고 다른 학생들과 어울리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전과제도에 대해서는 “전과제도를 어렵게 막아놓으면 다른 학교로 편입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결원을 타 학교 학생을 통해 보충하는 것보다 먼저 재학생에게 전과 기회를 주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어 전과하려는 학생에 대해 “우선 해당 과목을 1~2과목 정도를 먼저 수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유는 전과를 원하는 학과의 과목을 수강해본 후 자신이 생각했던 전공이라는 확신을 갖고 전과를 수강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는 조언을 전했다.


우리 학교의 전과제도 전형이 타 대학에 비해 수월한 만큼, 전과한 후 전과생들이 느끼는 만족도도 커지길 바란다. 또한 진로에 대한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학우들에게 보다 신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는 길잡이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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