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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이설이 본 이 시대 가족의 모습여성예술가에게 듣는다 ① 여성작가
김윤 기자  |  smpky76@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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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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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가는 길, 유독 날씨가 흐렸다.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껴 있어 김이설 작가가 소설 <나쁜 피>에서 그려냈던 ‘천변’이라는 도시의 쓸쓸함을 연상케 했다. 그녀는 이 소설에서 ‘나쁜 피’를 나눈 사람들, 다시 말해 혈연이라는 ‘운명’을 짊어진 한 가족을 그려냈다. 여성작가들의 ‘트렌디’한 최근의 소설과 비교했을 때, 그녀의 소설은 다소 무겁다. 증오와 절망 속에서 삶을 이어온 ‘화숙’부터 화숙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 그녀의 가족들까지. 작품 속 평범하지 않은 인물처럼 김 작가는 ‘문제적’인간일까. 청주의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나 현대사회 속 '가족'이 지니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소설 <나쁜 피>는 충격적인 줄거리와 치밀한 장면 묘사로 읽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문단도 독자들도 놀라워 하며 속된 말로 ‘쎄다’라는 평가를 했다. 이에 대해 김이설 작가는 “사람들은 ‘마치 소설같다’라는 표현을 많이 써요. 그렇지만 실제 삶이 소설보다 더 끔찍하고 더 잔혹하고, 말로 쓸 수 없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 중의 일부라도 소설에 담고 싶었고, 인물이나 이야기를 함께 엮다보니 쎄졌나봐요”라고 말했다.

소설 <나쁜 피>는 가정 폭력의 가해자 이미지로 대변되는 ‘외삼촌’이 죽고, 주인공 ‘화숙’과 그 주변의 여자들이 가족을 형성하며 막을 내린다.꼭 혈연으로 이뤄진 가족이 아니라 여성들끼리 모여 새로운 가족으로 살아가는 결말을 택한 것이다. 이를 통해 김 작가는 가족 속에서 남성을 사라지게 만들고 여성만으로 이뤄진 가족을 그려냈다.

이와 같은 결말에 대해 일부 독자들은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묘사하고 있다’‘가족에서 남성이 사라지거나 죽어야만 여성들이 비로소 살 수 있는 것이냐’라고 질타의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김 작가는 “여성만으로 만들어진 가족이 가장 좋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게 아니다”라며 “가족의 구성에서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떠나, 그리고 ‘혈연’을 떠나 가족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단지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가치관이 맞고, 같이 있어 행복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삶. 이와 같은 공존의 장이 바로 그녀가 생각하는 가족의 이상향이다. 김 작가는 이에 덧붙여 현대 사회에서 가족은 바로 개인을 지탱하는 동시에 가장 상처를 주기도 하는 곳이라며 “한 인물을 만들어내는 근간은 가족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이 소설이 처음 나왔을 때, 인터뷰를 요청했던 몇몇 기자들이 가장 조심스럽게 물어봤던 질문은 “혹시 작가님의 이야기인가요?”였다고 한다. 자신의 경험을 모티브로 소설을 쓰는 작가들이 많아, 소설 속 가족을 작가의 실제 가족의 모습으로 상상한 탓이었다. 그러나 소설 속 가족의 모습은 그녀의 가족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소설가 김이설을 만들어낸 가족의 모습은 어떨까.

김 작가는 자신의 가족에 대해 딸에게 자주 편지를 썼던 자상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건넸다. 또 그녀는 가족으로 핏줄은 아니지만 그녀의 초고를 서슴없이 보여줄 수 있는 습작동기들을 꼽았다. 결혼 후 한 남자의 아내로,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면서 그녀는 ‘가족’의 가치와 소중함을 정립할 수 있었기에 가족을 소설의 소재로 내놓을 수 있었다. 그녀는 소설에서 가족이 파편화되고 깨져버린 모습을 치밀하게 묘사한다. ‘파괴된 가족’이라는 일종의 반증을 통해 우리사회 속의 가족의 가치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셈이다.

‘작가 엄마’로 산다는 것에 대해 김 작가는 “힘들어요. 그러나 등단 전의 습작기간에도 등단 이후에도 나는 일상처럼 소설을 써왔어요”라고 말하며, 두 딸이 잠에 든 저녁 시간에 5~6시간을 몰입해 작품을 써내린다고 했다. 소설가 엄마는 뭔가 특별할 것 같다고 하자 “그건 우리 사회가 갖는 고상한 작가의 이미지가 강해서 그래요. 글을 쓰는 엄마 때문에 애들이 고생이 많아요”라고 솔직히 답했다.

이처럼 김 작가에게는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책임져야하는 ‘일상’과 작가라는‘일’이 함게 어우러져 있는 듯했다.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그녀가 소설 구상을 틈틈이 하기 위해서 남다른 관찰력이 그 몫을 톡톡히 했다. 이에 남들과 똑같은 것을 보고 경험해도 항상 '이거 한번 소설로 써볼까'하는 태도가 더해져 작품을 쓰는데 도움을 줬다. “지하철에서 자는 척하면서 옆에 아줌마의 통화를 엿듣기도 해요. 나하고는 먼 사람의 일이지만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잖아요. 그런 이야기와 이미지가 잔상처럼 남아 있다가 소설로 쓰여요.”

김 작가는 소설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독자가 묻는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물음에 답할 수 있다면 된다고 했다. 한 여자가 울면 왜 우는지 한 남자가 죽임을 당해야 한다면 왜 죽어야 하는지. 작가 김이설에게 소설은 고충을 안고 사는 ‘문제적 인간’의 행동과 '당위성'이 연결돼 펼쳐지는 장이라는 것이다.

특이해서 더 기억에 남는 그녀의 이름 김이설(異說)은 사실 그녀의 필명이다. 매번 다른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마음가짐에서 그녀가 직접 지었다. 소설<나쁜 피>를 통해 읽는 이에게 ‘가족’에 대해 깊이 생각할 기회를 줬던 그녀가 이제 ‘여성’에 대해서 또 다른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등단 이후 써왔던 단편 8편을 묶어 3월 초 단편집<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문학과 지성사)을 발간한다. 가족의 이야기도 담았고 개인적인 아픔을 지닌 여자의 이야기도 담았다. 소설 <나쁜 피>의 주인공 ‘화숙’은 색이 바랜, 해어진 옷을 입고 투박하게 걸어가는 이미지였다면 그녀의 다른 소설 속 ‘여성’들이 지닌 이미지와 걸음걸이는 어떨지 지켜보고 싶다.

 

 

 

 

김이설 작가

 

사진 = 남다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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