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소설 <나쁜 피>

작가 김이설의 자화상 / 그림출처 = 한국일보

 

2009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에서 "간결하고도 긴장감 넘치는 문체로 첫 문장부터 독자를 사로잡는 솜씨가 일품"이라는 찬사를 받은 신예작가가 있다. 바로 소설『나쁜 피』의 작가 김이설이다. ‘이설(異說)’이라는 이름은 김 작가의 필명으로 매번 다른 이야기를 쓰고싶다는 의미에서 지었다고 한다. 김 작가는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노숙자 청소년의 일상을 담아 낸 『열세 살』로 등단했고, 2009년 소설『나쁜 피』가 동인문학상최종후보에 오르며 신예 여성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그녀의 첫 장편 소설『나쁜 피』는 천변이라는 지방도시를 배경으로 사회의 하층부의 한 가족의 갈등을 담았다. 이 소설에서 34세 노처녀 화숙을 중심으로 그녀의 가족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화숙의 엄마는 정신지체에 간질을 앓고 있는 환자였다. 그녀는 동네 사내들에게 성적으로 유린당하는 삶을 살아왔는데, 이 과정에서 화숙이 태어나게 된다. 자신의 출생에 대해 알게 된 화숙은 스스로 ‘나쁜 피’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성장하면서 화숙은 엄마의 처지를 외면하고 폭력을 휘둘러 엄마를 숨지게 한 외삼촌을 강력히 증오한다. 그리고 외삼촌의 딸인 수연에게 복수의 화살을 돌린다. 수연의 행복을 막기 위해 외숙모의 외도사실을 외삼촌에게 알려 수연의 가정이 파국으로 치닫게 하고, 불행한 결혼 생활을 겪는 수연의 모습을 보며 통쾌해한다. 또 수연이 딸인 혜주를 버리고 다른 남자와 도망간 사실을 꼬집으며 죄책감을 느끼도록 만든다.

결국 화숙의 잔인한 정신적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수연은 자살을 선택한다. 수연의 죽음이 후 화숙은 외할머니, 수연의 딸 혜주, 옆집 진숙과 함께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며 소설은 마무리 된다.

소설은 화숙이 청소년기부터 느껴온 분노와 절망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화숙과 주변인이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내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히 묘사한다. 김 작가는 이 소설에서 가부장의 상징인 남자를 가족 밖으로 내몰고 여성만으로 가정을 이루는 결말을 택함으로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작가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족을 밀쳐버릴 수도 동떨어질 수도 없는 것, 그런 식으로 끌어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삶인 것 같다”라고 하며 “타인보다도 때로는 더 상처를 주는 가족의 이야기, 그 문제적 개인들의 이야기를 더 써보고 싶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한국 소설계에서 가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김이설 작가의 다음 작품에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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