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 지난 기사
폐품, 새로운 비상을 꿈꾸다정크아트(Junk Art)
김해나라 기자  |  smpkhnr76@s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09.11.1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지난 달 폐막된 ‘서울 디자인 올림픽’이 열린 잠실종합운동장의 입구에는 거대한 해치상이 방문객을 맞았다. 납작하게 구긴 1.5L짜리 패트병으로 만들어진 이 거대해치는 방문객들의 감탄사를 자아냈다. 이곳저곳에서 ‘그린’ ‘에코’등의 단어가 눈에 띄는 시대. 예술에 ‘재활용’바람이 불고 있다.


정크아트란 말 그대로 ‘Junk(폐품, 쓰레기, 잡동사니 등)’를 이용해 만든 예술작품들을 말한다. 아무 논리없이 선택한 오브제를 구체적으로 재구성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아상블라주(Assemblage)’의 한 형식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현대 도시문명의 일상 속에서 제품으로서의 1차적 임무를 마치고 여러 물품들은 예술인들의 사고와 만나 다시 태어난다.


1950년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는 산업폐기물이나 공업 제품의 폐품에서 작품의 소재를 찾으려는 작가들이 나타났다. 작년에 타계한 미국 팝아트의 거장 로버트 라우션버그(Robert Rauschenberg) 정크아트의 출발선을 그은 인물이다. 그가 정의한 ‘컴바인 페인팅(Combine painting)’은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는 전통적인 방식을 거부하고 일상의 모든 사물과 버려지거나 파기된 것들을 조합하여 만든 일종의 콜라주의 확대개념을 가진다. 이 개념은 당시 미술계를 주도하고 있는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거부의 표현이었다.


캔버스 위 자동차 타이어를 허리에 끼고 있는 박제 산양을 콜라주한 ‘모노그램(Monogram)’, 닭의 박제품을 이용한 ‘위성 Satellite’, 세 개의 콜라병 옆에 날개를 단 ‘코카콜라 플랜(CocaCola Plan) 등 로버트의 작품은 예술의 본질이나 소재의 순수성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도시생활과 대중문화를 비판했다.


이 틀에서 발전해 탄생한 장르가 바로 오늘날의 ‘정크아트’다. 정크아트는 ‘버려지는 모든 것’들을 재료로 한다. 원형을 그대로 사용해 작품을 만들기도 하지만 자르고 두드리고 서로 이어붙이는 작업을 거치기도 한다. 기존의 예술재료들이 가진 한계를 벗어나 어떠한 양식에도 구애받지 않는 특징 때문에 정크아트들은 자유롭고 새로운 형식미를 가지고 있다.


타국과 비교해 국내에는 정크아트 분야가 잘 알려지지 않아서 전문작가의 수가 적다. 국내 유명작가로는 오대호, 정경수 등이 있다. 정경수 작가의 정크 아트 작품은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검정 중학교 미술교과서에 소개됐다. 오대호 작가는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서 ‘정크 아트 특별 체험’전을 열기도 했다. 또한 청남대에 정크 아트 예술체험학교를 만들고, ㈜정크아트를 만들어 정크 아트를 상업화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비교적 낮은 인지도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자원공사는 2005년부터 ‘대한민국 자원순환 정크아트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4회를 맞이한 이 공모전은 일반 대중들이 자원순환 뿐만 아니라 예술과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올해의 대상 수상작은 사람의 발모양을 형상화한 정재영씨의 ‘희망을 찾는 사람들’이다. 이 작품은 유통기한이 지난 라면들로 만들어졌다. 바쁜 현대인들의 식품인 라면을 통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표현했다. 이 외에도 일반부 최우수상은 3m의 거대한 펭귄이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을 농촌의 폐비닐을 사용해 만든 신현종씨의 ‘너는 날았으면 좋겠다’가 수상했다. 또한 학생부 최우수상은 신문지와 셀로판테이프를 사용해 장구 치는 한국인을 형상화한 현인섭군의 ‘다이나믹 코리아’가 차지했다.


산업문명에 따른 수십만 톤의 쓰레기는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물자가 흔해져 버려지는 물건이 많을수록 정크아트 작품도 많아진다. 이에 따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만큼 세계적으로 각광 받는 조형예술 분야로 성장하고 있다. 정크아트는 ‘녹색환경’이 중시되는 상황 아래 정크아트는 환경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재활용’의 방식 때문에 산업화 사회의 대량생산·소비에 대한 일종의 반항이자 경고의 의미를 지닌다.


국내에는 아직 정크아트의 완성도나 예술적 가치를 폄훼하는 예술가들도 있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미술사조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 발전하고 있다. 버림받은 사물의 역할을 제거하고 새롭게 탄생하는 정크아트. ‘쓰레기’라는 인식을 탈피해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예술작품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이 곳을 주목하자!> ‘음성 정크아트갤러리’

음성 정크아트 갤러리는 세계 최초의 정크아트 전문 갤러리로 청남대에 정크아트 예술 체험관을 열고 전속작가로 활동 중인 오대호 선생에 의해 2002년 설립됐다. 이곳은 단순히 미술관이 아니라 현재 충청북도 과학학습 체험관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그의 500여 점 작품은 수려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야외전시장과 2층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음성 정크아트 갤러리가 여타의 미술관과 다른 점은, ‘손대지 마시오’라는 문구가 없다는 점이다. 갤러리에서는 빈 LPG통, 내다 버린 숟가락, 망가진 자전거 바퀴, 경운기 부속품 등이 결합되어 갖가지 새와 곤충, 인간, 각종 로봇 캐릭터 등 다양한 모양으로 변화된 독특한 정크아트 작품의 세계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작품을 전시해놓을 뿐 아니라 학습공간을 마련해 놓음으로써, 스스로 만들고 체험하는 시간을 통해 작품 감상과 더불어 작동 원리를 알아보는 과학체험이 가능하고, 더 나아가 환경의 소중함까지 깨달을 수 있다. 문의 : (043) 872-2230

김해나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근초고왕과 칠지도
2
밤새 꺼지지 않던 독서의 열기
3
스마트 스피커, 편리함의 이면
4
종묘
5
“사고 예방을 위한 공사 진행돼”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발행인 : 강정애 | 편집인 겸 주간 : 강미은 | 편집장 : 하재림 | 발행처 : 숙명여자대학교|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정애
우)140-742 서울특별시 용산구 청파로 47길 100 숙명여자대학교 숙대신보사
행정실 ☎ 710-9150 (Fax) 706-2695 / 편집실 ☎ 710-9721 / 9152
Copyright © 2017 숙대신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mnews@sookmy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