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변주곡을 연주하는 가야금 연주단과 비보이들이 함께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CF를 기억하는가. 청아한 가야금 소리, 화려한 비보이들의 춤, 현란한 비트박스, 그리고 신나는 DJ의 믹싱(Mixing).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네 가지는 캐논 변주곡의 선율 아래서 완벽하게 어우러져 세간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전통적인 가야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쉽고 친근한 이미지로 대중에게 어필하고 있는 숙명가야금연주단의 박은경 팀장과 강윤 수석단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숙명가야금연주단은 전통문화예술대학원의 졸업생과 재학생을 중심으로 수석단원 6명, 일반단원 6명, 예비단원 6명으로 구성돼 있다. 활동하고 있는 단원들 외에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잠시 활동을 쉬고 있는 단원들 까지 모두 합하면 30명을 육박할 정도로 대규모 연주단이라고. 단원들은 일년에 수차례의 공연을 소화한다. 그들의 공연이 매번 주목받는 이유는 전통가야금 의외에도 국경과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가야금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일정한 타이틀 아래 공연 기획을 해요. ‘가야금과 함께하는 세계음악여행’이라는 타이틀 아래 각 국의 유명한 곡을 편곡하다보니 남미, 러시아, 중국 등 다양한 음악도 선보이게 됐죠” 이 밖에도 최근에는 라운지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인 라운지음악으로 구성한 프로그램도 선보였다고 한다. 박 팀장은 “매번 공연을 기획할 때 새로운 것들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게끔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편곡은 누가 맡고 있을까. 곡의 완성도를 보다 높이기 위해 전문적으로 작곡을 공부한 사람들에게 맡기고 있다고 한다. “주로 작곡과에 계신 최승주 교수님께서 편곡을 맡아주셨어요. 다양한 시도를 하다 보니, 국악을 전공하고 프랑스에서 재즈롤 공부한 조용욱 작곡가, 국악 전문 작곡가 등 다양한 작곡가들에게 부탁하는 편이에요” 연주자 개개인이 자신이 작곡하고 연주하는 경우는 있지만, 연주단으로 활동할 때에는 작곡을 전공하신 분들에게 편곡을 의뢰한 곡들을 사용한다고 한다. 다양한 곡들을 연주하다 보니 각 곡의 성격에 맞는 작곡가 분들에게 각각 부탁을 드린다고.
국내외를 넘나들면서 다양한 공연을 펼치다 보니 재밌는 에피소드들도 많았다. “중국 VIP분들을 모시고 공연을 하게 됐어요. 그때 가야금으로 첨밀밀을 연주했는데 갑자기 연주장이 파티장 분위기로 바뀌었어요. 중국분들이 첨밀밀을 들으시고는 따라 부르시면서 흥에 겨우신지 춤까지 추셨죠” 해외공연을 할 때에는 각국에 있는 한인회분들이 공연을 많이 보러 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연주단이 마지막에 아리랑과 드라마 ‘대장금’의 삽입곡이었던 오나라를 연주할 때면 한국의 감성에 젖어 눈물 흘리는 분들도 많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공연이 매번 좋지만은 않았다. 특히 야외 공연장에서 공연을 할 때면 열악한 공연시설에 힘들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라고 한다. “작년 여름에 양평에서 열리는 축제에서 공연을 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런데 공연 당일 비가 많이 왔어요. 가야금은 목관악기라 습기에 굉장히 민감해서 절대로 연주를 하면 안되는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준비되어 있는 공연이고 보러 오신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공연을 중단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드레스를 입고 구두를 신고 한손에는 악기를 들고 진흙길을 걸어 공연장까지 걸었다고. 그런데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자리를 지켜주시고 마지막에는 앵콜까지 나오는 등 반응이 너무 좋아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강 수석단원은 “안좋은 상황도 막상 공연이 잘 끝나고 나면 다 잊어버리게 돼요”라며 웃었다.
조명이나 음향 때문에 발생한 에피소드도 있다. “은은한 분위기를 내려고 무대를 어둡게 할 때가 있어요. 조명이 보여야 줄을 보면서 연주를 할 수 있는데, 조명을 줄이면 저희가 줄이 잘 보이지 않아요. 그렇게 되면 연주를 하다가 줄을 찾으려고 고개가 자연스럽게 가야금쪽으로 숙여져요” 공연을 다니다 보니 그런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제는 노하우가 생겨 구분을 쉽게 하기 위해 줄에 색깔을 칠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많은 인기를 얻으며 가야금의 대중화에 성공한 이들이지만 처음부터 순탄치만은 않았다. 새로운 장르를 여는 데 어려움은 없었냐는 질문에 강 수석단원은 “창단 초기에는 정악연주자들에게 많은 쓴소리를 들었어요”라고 답했다. “국악이 그대로 재연되어야 전통이 이어지는데 그렇게 되지 않을까봐 걱정을 많이 하신 것 같아요” 하지만 티켓을 사서 국악 공연장에 찾아오고, 가야금에 관심을 가져주는 등의 대중의 변화에 비판을 했던 선생님들도 자신들을 좋은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단원들의 피나는 연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제로 단원들은 비교적 공연이 없는 1, 2, 7, 8월에 일주일가량의 합숙을 한다. 박 팀장은 “합숙 할 때는 아침먹고 연습, 점심먹고 연습, 저녁먹고 연습을 해요. 저희는 매번 철저한 훈련을 받고 무대에 서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훈련이나 트레이닝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공연과 훈련을 총괄하는 지휘자가 여러분이 계세요. 서울시 청소년 국악관현악단에서 지휘자로 활동하시는 김성주 지휘자 외에도 프랑스에서 지휘공부를 하고 온 박지용 지휘자분도 지도해 주세요” 연습은 정기적으로는 세시간씩 일주일에 두 번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공연이 많을 때에는 일주일에 거의 매일 연습에 시간을 할애한다고 한다.
숙명가야금 연주단은 앞으로 태교 음악에도 도전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비보이와 함께하는 한시간 정도의 분량인 공연물도 계획중이다. “한 장르로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할 예정이에요”라고 말하는 박 팀장의 얼굴에서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감을 엿볼 수 있었다.
강 수석단원은 “저희의 음악은 국악의 새로운 장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고 편한 음악을 계속 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에요. 궁극적인 목표는 월드뮤직으로 뻗어나가는 것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숙명가야금 연주단의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월드뮤직으로 뻗어나가는 것이에요”
친숙한 멜로디로 대중에게 가야금을 울림을 전하는 숙명가야금연주단. 가야금의 대중화를 뛰어넘어 가야금의 세계화를 선도하는 연주단으로 뻗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가야금으로 이루어진 더 다양한 음악을 듣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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