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 오페라 '나비부인'

꽃밭에서 날아다니는 나비를 상상해보자. 얇은 날개를 팔랑거리며 날아가는 나비. 가늘고 얇은 다리로 살포시 꽃 위에 앉았다가도 이내 힘차게 날아오르는 모습은 마치 유년시절을 끝내고 사회로의 도약을 준비하는 우리의 모습과 같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은 존 루터 롱(John Luther Long)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존 루터 롱은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누나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엮어 단편소설을 냈고, 이를 데이비드 벨라스코(David Belasco)가 희극으로 재탄생시켰다. 런던에서 연극으로 상연되고 있던 ‘나비부인’을 우연히 관람하게 된 푸치니는 내용에 매력을 느낌과 동시에 여주인공에게서 강한 인상을 받아 오페라를 만들었다. 초연은 성공적이지 못했으나 반복적인 퇴고로 연이은 성공을 이룩한 ‘나비부인’은 푸치니의 3대 오페라로 꼽히기도 한다.

1900년대 일본의 나가사키. 일본에 정박한 미 해군 장교 ‘핑커톤’은 중매쟁이의 주선으로 15살 게이샤인 나비부인 ‘쵸쵸상’과 혼인한다. 신부를 기다리는 초조하고 흥분된 모습의 핑커톤 뒤로, 북적대는 인파속에 쵸쵸상은 눈부신 의상을 입고 나타나 나비부인의 출현을 알린다.

두 사람의 혼인이 끝난 후, 두 사람은 2중창 ‘저녁이 온다네(Viene la sera)’를 부르며 사랑을 나눈다. 종교와 친인척과의 관계를 포기하고 선택한 행복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나비부인의 모습은 영락없는 10대 소녀의 순수함을 보여준다.

어느덧 3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하녀 스즈키, 아들과 함께 남편을 기다리던 나비부인은 그가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나비부인의 대표적 아리아 ‘어떤 개인 날 (Un bel di, vedremo)’은 남편과의 지난 추억을 회상, 그에 대한 믿음을 보여준다.

핑커톤의 친구 샤르플레스는 핑커톤의 편지로 그가 이미 재혼하여 정착해 살고 있음을 알게되고, 이를 나비부인에게 전하려 한다. 하지만 바보스러울 정도로 지고지순한 그녀의 사랑 때문에 말하지 못한다. 나비부인은 중매쟁이가 제안한 신흥재벌과의 재혼도 아이를 핑계삼아 거절한다. 관객들은 앞으로의 일을 모르는 그녀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항구에 미 함정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나비부인은 기쁨에 차 스즈키에게 남편맞을 준비를 시킨다. ‘벚꽃나무의 가지를 흔들어라(Scuoti quella fronda di ciliegio)’를 부르며 온 집안을 꽃을 뿌리며 단장한다. 나비부인을 제외한 모든 인물과 관객들이 모든 사실을 알고있는 상황은 그녀를 더욱 외롭고 가녀리게 만들고 관객은 그녀를 동정하게 된다.

마침내 핑커톤이 돌아왔지만 그의 곁에는 미국인 아내가 있었고, 핑커톤 부부는 아이를 데려가기를 원한다. 자신이 버림받았음을 안 나비부인은 ‘명예롭게 살 수 없을 때는 명예롭게 죽어라’라고 적혀있는 아버지의 단도를 꺼내 자결한다.

지난 7월 17일부터 25일까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열린 ‘나비부인’은 국립오페라단의 복귀무대였다. 2막 3장으로 구성된 공연은 총 2부로 나뉘어 2시간 반 남짓 이어졌다. 극의 초반에는 아내로서의 안정적인 삶에 대한 기쁨이 짧은 시간에 보여진다. 극 후반 믿었던 사랑의 배신으로 인한 슬픔과 외로움이 주가 돼 관객에게는 한 여인의 슬픈 생애가 더 크게 느껴진다.

버림받았다는 수치심으로 자결하는 여인의 모습은 같은 여자로서 애석해하게 만든다. 하지만 강인해진 현대여성의 모습과 반대되는 나비부인의 모습 때문에 오히려 거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나비부인의 내용으로 사랑에 대해 의심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한 인간의 안타깝고도 한 사람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을 느껴보길 바란다.

 

*마이 퍼스트 오페라(MFO, My First Opera): 초보관객들이 오페라를 보다 쉽고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하기 위해 국립오페라단에 의해 마련 됐다. ‘나비부인’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라보엠’ ‘카르멘’에 이은 국립오페라단의 마이 퍼스트 오페라4번째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5만원을 훌쩍 넘어버리는 표 값과 달리 1~5만원에서 구매가 가능하고, 할인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생에게는 유명 오페라를 관람하기에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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