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Crossover)음악

크로스오버 음반의 겉표지 모습(좌),  크로스오버의 대표사례인 서태지 심포니(우)
          길을 걷다 흘러나오는 신곡에 ‘이 노래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아 멜로디가 익숙한데?’ 라고 느끼거나 ‘이 노래 색다르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 멜로디가 귀에 익다고 해서 무심코 ‘표절인가?’라고 할 수 있지만 성급하게 판단해서는 안된다. 음악의 새로운 장르 ‘크로스오버’가 부상했기 때문이다.

‘크로스오버’는 보통 퓨전이라는 말과 비슷하게 사용되고 있다. 크로스오버는 말 그대로 교차나 융합을 일컫는다. 특히 외적이고 이질적인 요소가 서로 마주치면 더 크고 색다른 변화가 일어난다. 20세기후반, 재즈에서부터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크로스오버는 문화예술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건축, 패션, 요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시작이 그러했듯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고, 전문지식 없이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바로 음악에서의 크로스오버다. 클래식 같은 예술음악과 락이나 일렉트로니카 같은 대중음악간의 장르의 벽 파괴. 언뜻 보면 어울리기 힘든 장르의 음악들이 서로 융화되면 제 3의 새로운 음악장르가 탄생하는데 이를 크로스오버 음악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다.

귀에 익숙한 클래식 멜로디에 대중음악의 비트와 가사를 입히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고도 널리 쓰이는 크로스오버 형식이다. 보통 팝, 록, 재즈 등의 대중음악 분야에서 클래식음악을 수용해왔던 모습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런 클래식의 차용은 ‘표절’이라는 선과 구분이 어려워서 논란이 되기도 한다. 비발디의 “사계”중 겨울 2악장과 어우러진 가수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날’,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사용한 스위트박스(Sweetbox)의 ‘Superstar’는 이에 대한 예가 된다.

크로스오버 음악은 단순히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만남이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연주가들 사이에서도 생겨난다. 6년 전 한 피아니스트가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을 총알같은 속도와 힘있는 연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가 바로 크로아티아의 크로스오버 피아니스트 막심 므라비차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 출현한 한국인으로 주목받은 손수경 또한 크로스오버 아티스트도 해당된다.

우리나라는 국악과 크로스오버 시킨 음악들이 많다. 국악을 새롭게 편곡해 믹싱하거나 가야금, 해금, 태평소와 같은 국악기의 사운드를 추가하면 보다 친근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을 낼 수 있다. 우리나라 악기들은 비교적 느릿한 선율을 타는데, 연주의 빠르기에 약간만 변화를 주어도 대중음악 사운드와 잘 어우러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후크송 유행속에서도 장르의 융합으로 이목을 끌기 위해 크로스오버를 시도하는 작곡가들이 늘어가는 추세다. 최근 발매된 에프티 아일랜드(F.T Island)와 왁스(Wax)의 앨범에서도 이를 확인 할 수 있다. 다른 분야에서의 일어나는 대부분의 크로스 오버는 본래의 성질을 잃거나 혹은 약화되지만 음악이라는 분야에서 만큼은 ‘1+1=3’과 같다.

음악이라는 분야의 크로스오버는 단순히 융합이라고 해서 이것저것을 뒤섞어 놓으면 불협화음이 되기 십상이다. 그만큼 하나의 큰 모험이라는 점에서 위험성을 지녔지만 무궁무진한 사운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은 우리의 관심을 끌 만하다.

 

 크로스오버 싱어 ‘Kyul[ː결]’ 

이탈리아의 팝페라가수 알렉산드로 사피나의 ‘LUNA’를 리메이크한 ‘월화연(月下緣)’을 타이틀곡으로 2008년에 데뷔한 크로스오버 음악계의 ‘엄친아’ 결. 그는 서울대 성악과-서울대 대학원 성악학 졸업이라는 학력이 보여주듯 탄탄한 실력의 소유자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와 매력적인 중저음의 바리톤 보이스가 한데 어우러져 몽환적 느낌을 준다. 클래식의 위기속에서도 당당히 도전장을 던진 그의 행보를 주목해보자.

 

크로스오버 그룹 ‘Elec Cookie(일렉쿠키)’

 키보드와 전자바이올린, 전자첼로로 무장한 3명의 여인들이 파워풀한 연주와 무대매너로 각광받고있다. 여성 3인조 크로스오버 그룹 일렉쿠키는 클래식은 물론 랩과 민요까지 섭렵하고 있다. 출중한 실력을 인정받은 그들은 각종 국제행사에 초청돼 이름을 알리고 있다. ‘아리랑’에서 ‘서바이버’까지 이르는 폭넓은 곡선택은 지켜보는 관객들을 열광하게 한다. ‘음악을 맛깔나게 요리한다’는 뜻을 가진 팀명처럼 앞으로의 그들의 ‘요리’를 기대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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