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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누굴까... 살인현장이 남긴 단서
민유경 기자  |  smpmyk75@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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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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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방영된 드라마 ‘혼’에서는 주인공 신류(이서진 분)가 연쇄살인사건의 해결사로 등장한다. 범죄심리분석 전문요원인 그는 범인을 “여성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 20~30대 남성으로,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아 옆에 있어도 살인범인지 모를 사람” 이라고 추정했다. 젊은 여성을 향한 잔혹한 공격성에서 또래 여성에게 이루지 못한 성적 욕구를, 흔적을 남기지 않고 납치한 뒤 마지막까지 폭력성을 감춘 점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특성을 간파한 것이다. 이는 범죄 현장에 남겨진 단서로 범인의 특징을 추정해내는 심리수사기법, 프로파일링의 결과물이었다. 프로파일링은 이처럼 드라마 ‘혼’에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주요 열쇠로 등장했다. 그렇다면 실제 범죄현장에서 프로파일링은 어떤 역할을 할까.

실제 현장에서 프로파일링이 주로 사용되는 분야는 연쇄살인사건이다. 절도ㆍ폭행 등 보편적인 범죄는 그 동기나 과정이 비슷하지만, 연쇄살인은 거의 모든 사례가 예외적이다. 완전히 똑같은 범죄나 범죄자가 없다는 말이다. 하나의 특정화 된 공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사건 용의자를 찾는 일이 다른 범죄보다 훨씬 어렵다. 이 때 프로파일링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사실 프로파일링의 진정한 목적은 엄청난 수의 잠재적 용의자 범위를 줄여서 수사관들이 용의자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만약 용의자가 남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면, 전체 잠재적 용의자 중 약 50%를 제외할 수 있다. ‘성인 남자’나 ‘독신 남자’라고 하면 더 많은 대상이 제외된다. 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 사항을 더해 수사 범위를 빠르게 좁혀 나가는 것이다. 범인이 실업자인지, 이전에 정신병 치료를 받은 경력이 있는지, 범행현장에서 걸어갈 수 있을만한 거리 내에 살고 있는지를 예측한다면 수사 범위는 훨씬 줄어든다.

이러한 프로파일링 작업에서는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추리과정이 필수적이다. 먼저 프로파일러는 여러 범죄에서 어떤 패턴을 찾아내 범죄자의 성격을 가늠하려고 시도한다. 또한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왜 사건이 발생했는지’를 알아낸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를 이용해 간결하게 범인을 묘사하는 것이다. 즉 ‘무엇’과 ‘왜’를 합쳐 누군가를 찾아내야한다. 미국 FBI의 유명 프로파일러인 ‘로버트 레슬러’는 “이 퍼즐의 핵심은 범행현장이다”라며 “범행현장에서 범죄자의 모습을 유추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로버트 레슬러는 한 살인사건 현장에서 희생자가 저항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범인은 희생자와 안면이 있는 25~35세 사이의 백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또 부자연스럽게 뒤틀린 시체의 상태를 통해 범인은 정신 병력이 있으며, 멀리 이동할 수 없는 근처에 사는 사람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가장 결정적인 단서는 현장에 남겨진 낙서였다. 그는 낙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범인이 그다지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내용을 토대로 경찰이 주변을 집중 수색한 결과, 로버트 레슬러의 예측과 거의 일치하는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범죄심리학자 ‘브라이언 이니스’는 저서 『프로파일링(Profile of a criminal)』에서 “범행 장소의 위치와 유형, 접근ㆍ공격ㆍ제압 방법, 성적 행위의 성격과 과정, 사용된 도구의 종류에 따라 범인의 특징을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살인사건 현장이 간선도로 인근일 경우 범인은 그 지역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일 수 있다. 그러나 살인현장이 간선도로에서 1.5Km 떨어져 있다면 범인은 그 지역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시체가 쓰레기장에 숨겨져 있다면, 범인은 그 쓰레기장을 한번 더 이용할 수 있으며 나아가 범인이 그 지역 사람일 수 있다. 반면에 시체가 쓰레기장에 그대로 방치돼 있다면, 범인은 시체가 눈에 띄던지 말던지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그 지역에 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프로파일링을 바탕으로 선진국에서는 이미 해결된 사건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에 기초해 수많은 일반적인 법칙들을 정식화 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흉악범죄자체포프로그램(VICAP)이나 캐나다의 흉악범죄연관성분석시스템(VICLAS)가 그것이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연쇄살인이 발생하면 과거에 해결된 유사한 사건을 빠르게 파악해 범인을 검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몇몇 프로파일링 성공사례를 다른 사건에 그대로 대입하기에는 큰 함정이 숨어있다. 현재 발생한 사건의 범인과 과거에 발생한 사건의 범인이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진 인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60년대 보스턴에서 연쇄강간살인범 ‘보스턴의 교살자’를 프로파일링 했던 당대 최고의 프로파일러 제임스 브루셀 박사는 과거와 유사한 사례를 근거로 범인의 특성을 추정했다. 그러나 범인은 프로파일링 결과와 전혀 다른 인물로 밝혀졌고, 브루셀 박사는 실패를 시인한 뒤 프로파일링계를 떠났다. 프로파일링의 철칙인 ‘모든 사건은 새롭다. 심지어 같은 범인의 범행이라도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놓친 결과였다.

그동안 프로파일링은 각종 영화나 범죄수사 프로그램의 단골이었다. 프로파일링만 하면 모든 범죄가 해결되는 것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로버트 레슬러는 “프로파일링은 단지 행동과학의 원리를 응용한 작업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수년간 범행현장과 증거물을 면밀히 조사하고, 범죄자들과 면담을 해 얻은 경험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영화와 같은 프로파일링이 실제 현장에서도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면, 이러한 수사과정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을 알아두자. 프로파일링의 본질은 ‘경찰에게 가장 가능성이 높은 용의자의 유형을 알려주는 것’이다. 프로파일링 자체로는 결코 살인자를 잡지 못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프로파일링은 이렇게 시작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프로파일링 시도는 2001년 서울 어린이 토막살해 사건(일명 최인구 사건)이었다. 1990년대 말 서울경찰청이 선발, 양성하여 배치한 한 범죄분석관이 무수한 범죄자 심층 면담을 실시하면서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해 범인의 특성을 추정했다. 시체의 상태나 사건 현장 등을 근거로 범인이 냉동물건을 취급한 경력이 있으며, 소아기호증이 있는 남성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한 범행당시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하지 않았으며, 직업이 없거나 있다면 야간ㆍ교대근무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수사는 이를 바탕으로 사건 발생장소 인근에 거주하는 성범죄 전과자를 위주로 진행됐고, 결국 살인범을 찾을 수 있었다.
2004년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붙잡힌 뒤 경찰청에서는 심리학이나 사회학 학사 이상의 학위소지자를 특채해 프로파일러를 양성하고 있다. 또한 ‘폭력적 범죄 분석팀(VICAT)’를 설치하고 체계적인 범죄 분석 및 범인상 추정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연쇄살인범 강호순을 검거할 때는 수원 경기지방 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인 ‘이상훈’ 팀장과 ‘이유라’ 경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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