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우리나라에 처음 보급된 이래 TV는 가정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 됐다.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를 TV와 함께 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TV는 우리의 일상에 큰 변화를 줬고, 인터넷이라는 막강한 미디어 강자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력한 미디어 매체로 인정받고 있다. TV에서는 24시간 내내 새로운 영상을 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지금 이 순간에도 또 다른 정보들이 전해지고 있다.

TV를 켜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버튼을 살짝 누른 것만으로 우리는 일상 생활을 떠나 반짝이는 화면 속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 그렇다면 TV를 통해 펼쳐지는 이 아름답고 매혹적인 화면 속에는 우리의 현실이 얼마나 잘 반영되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TV가 내보내는 영상에서 우리 주변의 모습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이번 달 용돈으로 한 달을 버틸 수 있을지, 체중 과다가 된 몸무게를 어떻게 정상 체중으로 돌릴 것인지 걱정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TV 속 등장 인물들은 아름다운 외모와 늘씬한 몸매에 대해 찬사하고는 한다. 또 이러한 이야기가 TV 방송의 주요 소재거리가 되고 있다. 이같은 경향은 특히 이야기 속의 화제가 여성일 때 두드러진다. 현실 세계에서 외모에 대한 중요성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크게 과중되는 것처럼 텔레비전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여과 없이 반영하고 있다.

 

화려한 배우가 평범한 서민 역할?

많은 이들에게 두루 사랑받고 있는 드라마 장르에서 이는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흔히 드라마의 제작진들은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이라고 소개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결코 평범한 인물들에 의해 연기되지 않는다. 절정의 인기를 가진 톱스타 혹은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아름답고 가꿔진 외모를 가진 배우들에 의해 연기되는 것이다. 후줄근한 분장에 가려졌을 뿐 시청자의 눈에 그들은 여전히 화려하고 세련된 유명인이다.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현실 세계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은 보는 사람에게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이를 두고 우리 학교 김현정(기악 04)학우는 "예쁘고 아름다운 여성들이 TV에 주로 비춰지다 보니 미에 대한 기준이 정해진 틀에 박히게 된다"라며 "여성들이 외모에 더욱 투자해야 한다는 기분이 들게 만드는 것 같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또 이혜리나(정보과학 07) 학우는 "예쁜 사람을 평범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부터가 모순이 있다고 본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만 해도 얼짱 출신 배우 구혜선이 촌스러운 시민 역할로 나왔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요즘 광고는 연예인 홍보영상"

14초 영상의 이미지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광고는 특히나 이러한 경향이 심하게 나타난다. 광고 속에는 머리, 화장, 옷 등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된 연예인들이 나온다. 그리고는 화면에서 광고하는 제품의 맛, 기능을 알리기보다 자신의 완벽한 외모와 몸매를 자랑한다. 냉장고나 자동차를 홍보해야 하는 광고에서 제품 자체에 대한 설명보다 여배우들의 외모, 몸매가 어째서 더 강조되는 것일까? 제품과 특별한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여배우의 화려한 외면을 부각시키는 광고는 보는 사람들에게 외모 중심적인 사고를 부추기고, 가꿔진 외모에 무비판적으로 변하게 만든다. 이에 대해 이혜리나 학우는 "요즘 광고는 연예인의 홍보 영상 같다"라며 "광고의 처음부터 끝까지 제품에 대해 알리기보다 여자 연예인의 외모와 몸매를 비춰주기에 급급하다"라고 언급했다. 또 김주연(인문 08)학우는 "광고를 보다 보면 꼭 그럴 필요가 없는데 여성이 상품화되는 것 같아 기분이 불쾌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패션 관련 프로그램에서 출연진들은 스타에게 ‘네츄럴(natural)한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하지만 이들의 네츄럴함이 정말로 스타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에서 비롯된 것일까? 실제 네츄럴이라는 표현은 실질적인 자연스러움과는 다른 의미로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 코디, 헤어 디자이너들에 의해 철저히 만들어진 것이다.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여성들은 방송에서 찬양받는 외모를 가진 이들이 부러워지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다. 결국 TV가 말하는 아름다움에 동화되는 것이다.

TV에서 조롱거리가 되는 못생긴 외모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게 될 때가 있다. '남에게 찬양받을 만한 외모'를 갖지 못한 여자 연예인들이 지나치게 비하되기 때문이다. 그들의 외모는 예쁘지 못하다는 이유로 사람들 사이에서 놀림감이 되고 희화화의 대상이 된다. 분위기를 띄우고 사람에게 웃음을 전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외모 하나만으로 놀림거리가 되는 것이다. 어째서 못생긴 외모는 조롱의 대상이고 아름다운 외모는 찬양의 대상이 되는 것인가. 김주연 학우는 "사람은 외모 외에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데 남들에게 웃음을 준다는 이유로 희화화되는 경우가 많다. 농담을 들으면 웃음이 나긴 하지만 씁쓸한 웃음일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TV를 시청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이다. 이는 세계 평균 시청 시간보다 높은 시간으로 TV의 영향을 받기에 적은 시간은 아니다. 텔레비전의 외모 중심적인 성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케이블 채널이 증가하고 프로그램이 다양화된 만큼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TV의 프로그램을 선별해 볼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TV에 받을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력을 인식한 후 TV를 보도록 하자. 받아 들여야할 점은 받아들이지만 주관을 가져야 하는 부분은 과감히 지켜내야 하는 것이다. 더 이상 미디어의 외모 지상주의에 좌지우지 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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