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의 여유로움을 만끽하기도 전,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10kg가 훌쩍 넘는 캐리어와 노트북이 들어 무거운 배낭을 맨 채 영국에 도착해 있었다.
시간을 거슬러 도착한 낯선 땅, 유럽. 한적한 유럽의 길거리를 홀로 거닐다가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노는 모습에 발길을 멈췄다. 저희들끼리 즐겁게 놀던 아이들은 낯선 이방인인 나를 발견했는지 까만 머리의 내가 신기한 듯 힐끔힐끔 쳐다봤다. 내가 그들을 신기하게 여기는 것처럼 저 아이들에게도 내가 신기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문득 웃음이 나왔다. 어설픈 발음으로 “굿텐탁” 인사를 건네자 신기한 듯 나를 보는 아이들.
아이들과의 만남을 가슴에 담고 발걸음을 돌려 과학박물관으로 향했다. 너무나 광대해 반나절 이상을 투자하고도 반도 관람하지 못했지만 무엇보다 인상깊었던 것은 현장실습이었다. 직접 전자기장을 실험해 보고, 비행기에 탑승해 보고, 버튼을 눌러 공전과 자전을 실험한다.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의 눈이 초롱초롱 하다. 어쩌면 독일에서 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가 많은 이유도 이런 체험 학습 덕분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트램을 타는 방법을 채 익히지 못해 길을 헤매고 있자 “May I help you?” 하고 누군가 다가온다. 낯선 땅, 낯선 사람들 사이 당황해 하던 내게 친절하게 하나하나 설명해주던 그녀는 여행에서 만난 또 다른 소중한 인연이다.
기분 좋은 발길은 야시장에서도 계속된다. 다양한 나라의 음식들이 즐비하게 늘어서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와 잔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한국의 야시장과 비슷한 흥겨운 분위기에 휩싸여, 마치 마시지도 않은 술에 취한 것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사방에서 들리지만, 모두가 행복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거리 악사들이 연주하는 음악에 취해 몰려드는 사람과 지는 노을이 함께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여유롭지만 역동적인 유럽의 풍경들이 다시 한 번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가니, 한달 간의 여행이 마치 꿈만 같다. 여행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의 별 의미 없었던 대화들까지 하나하나 떠오른다. 기분 좋은 만남과 기억들. 어쩌면 다시는 오지 않을 그런 경험인지도 모르겠다. 그 때 만났던 그 사람들은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지구 반대편의 소중한 친구들에게 안부 인사를 해본다.
최은주(경영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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