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1181호 취재면 후기졸업식 사진 기사를 위해 졸업식의 처음과 끝을 카메라에 담았다. 학교를 떠나 사회로 나가는 첫 걸음인 졸업식은 분명 축복의 시간이다. 또한 졸업생에게는 꿈을 현실로 옮길 수 있는 기회의 순간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졸업생들의 표정은 밝았고, 사회로 첫 발걸음을 내딛는다는 두려움에 위축되지 않은 당찬 모습이었다.

그러나 졸업식 자체는 졸업생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보였다. 무대에서는 졸업생들을 격려하는 연설이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거울을 보며 화장과 머리를 고치고, 친구들과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등 졸업식에 집중하지 못했다. 또한 졸업식이 시작된 이후 끊임없이 들어오는 사람들 때문에 대강당 안은 계속 어수선했다. 진지하게 졸업식에 임하고자 하는 눈빛들도 곧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묻혀버렸다. 몇몇 졸업생의 태도뿐만 아니라 졸업식의 진행 절차 또한 아쉬웠다. 졸업식은 그저 빨리 해치워야하는 형식적인 행사처럼 몇 가지 의례적인 순서로만 진행됐다.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뜻 깊은 졸업식을 만들기에는 무엇인가 부족해 보였다.

졸업식이 끝날 때 쯤, 기자는 인터넷에서 본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후기졸업식 영상을 떠올렸다. 그 동영상에는 스티븐 잡스가 졸업 축하연설을 하고 있었다. 졸업식은 뜨거운 태양이작열하는 야외에서 진행됐다. 기자에게는 15분 정도의 연설을 듣는 졸업생들의 진지한 자세와 졸업식에 몰입하는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았다. 스탠포드 졸업생들도 우리와 같이 학사모를 쓰고 학위복을 입었지만, 졸업식장의 분위기는 우리의 그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졸업. 특히 대학 졸업은 산위에서 내려온 물방울이 ‘드디어’ 큰 바다를 만나는 여행의 시작일 것이다. 기자는 그러한 졸업에 대한 깊은 의미를 생각해 보지 못한 채 끝나버린 졸업식의 분위기가 많이 아쉬웠다. 대학생활의 끝자락을 장식하는 졸업식이 그저 의례적인 행사가 아닌 좀 더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될 순 없었을까? ‘시작과 끝’을 의미하는 졸업식을 어떤 모습으로 장식할지 우리의 태도를 고민해 본다.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