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라는 말은 영어지만 이제 흔히 쓰는 단어가 됐다. 세상이 워낙 빨리 바뀌다 보니 트렌드를 제대로 짚지 못 하면 적응이 힘들어진다. 모임이건 상품이건 사람이건, 끌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매력이 있어야 사람들이 모여든다. 매년 언론사나 경제연구소가 선정하는 ‘히트 상품’을 보면 트렌드를 알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0,351명에 대한 인터넷 설문 결과와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2008년 10대 히트상품’을 선정했다. 10대 히트상품을 살펴보면 ‘유명 연예인의 기부활동’ ‘베이징 올림픽 스타’ 등 유명인들을 통한 감성을 자극하는 사건들이 대중의 주목을 끌었으며, 공중파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패밀리가 떴다’나 ‘우리 결혼했어요’ 등 가상 세계 속 유명인들의 신(新)가족형 리얼 버라이어티쇼나 체감형 게임기인 ‘닌텐도 Wii’ 등은 가족과 감성을 자극한 컨텐츠로 그케 화제가 됐다. 이렇게 선정된 10대 상품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감성(Feeling), 가족(Family), 유명(Famous)의 머리글자를 딴 ‘3F’라는 키워드로 압축된다.
히트상품으로 선정된 목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알 수 있다. 경제적 불안감을 갖고는 있지만, 생활 속에서 재미를 찾고자 하는 노력을 매우 적극적으로 한다. 오락은 더 이상 사치재가 아니다. 재미있는 오락을 위해서는 돈과 시간을 들인다. 꼭 대의명분이 필요하지는 않다. 영화만 해도 그렇다. 7천원을 투자해서 가장 즐거움을 주는 영화면 되는 것이지, 제작비가 천문학적으로 들었다든지 감독이 유명하다는 것이 관객들에게 중요하지는 않다.
히트상품을 통해서 본 소비의 트렌드는 블로그와 같은 자기표현의 문화, 기분전환을 선사하는 오락, 그리고 DMB와 내비게이션과 같은 새로운 기술로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것들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사람들은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고, 즐기면서 살고 싶어 한다. 고효용의 이성적인 소비와 감성적인 여가 생활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그 원칙에 도움이 되는 상품이면 히트상품의 대열에 낄 자격을 부여받는다.
자신의 삶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욕망이 적극적으로 표출되는 것이 트렌드에 보인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이기적인 욕망을 표출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내 삶은 내가 산다는 자신감, 그리고 즐거움을 추구하면서 살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자우림’의 ‘매직 카펫 라이드’라는 노래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인생은 한번뿐 후회하지 마요, 진짜로 가지고 싶은걸 가져요” 진짜로 가지고 싶은걸 가지기는 힘들지만, 가져볼 엄두도 못 내고 살기 쉽다. 내년에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정말 무엇을 하고 싶은지 비밀 목록을 한번 만들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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