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장인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공지식, 취업에 도움되는 인증방법으로 다양화 해야

봄의 기운이 만발한 교정 곳곳에서 졸업앨범 촬영에 분주한 학우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졸업을 앞두고 취업, 대학원 진학 준비로 바쁜 4학년생들에게 지워지는 또 하나의 부담이 바로 졸업논문이다. 졸업논문을 자격증이나 영어 공인 시험으로 대체하는 학과가 늘고 있지만, 4년간 배운 전공지식을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졸업논문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졸업논문의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제출만하면 쉽게 통과되는 형식적 절차로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숙대신보 취재부에서는 학사 졸업논문의 실태에 대해 취재했다.


△ 전공마다 다양한 졸업논문제


졸업논문제는 전공별 졸업이수학점 외에 추가로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각 전공의 졸업자격 심사제로 해당전공에서 지정한 졸업논문제 종류(졸업논문, 시험, 발표, 자격증 제출 등) 중 한 가지를 선택해 합격해야 하는 제도이다.


각 전공별로 어떤 형태의 졸업 논문제를 채택하고 있는지는 상이하다. 따라서 전공에 따른 졸업기준을 확인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제1전공 뿐 아니라 제2전공의 졸업논문도 모두 신청해 제출해야 하며, 부전공은 졸업논문을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연계전공의 복수 전공은 졸업논문 제출이 필요하지 않다.


졸업논문제는 졸업학기에만 신청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3학년 수료학점인 105학점 이상 취득자부터 신청이 가능하다. 또한, 논문을 제출하는 전공 외에도 자격증이나 종합시험, 전시, 발표를 하는 모든 전공도 졸업 논문제를 신청 한 후 해당 형식을 선택해야 한다. 이렇게 졸업 논문제를 신청해서 합격한 결과는 당해학기에 졸업을 못하더라도 다음 학기에 계속 유효하게 적용된다.


△ 허술한 심사, 수준이하 졸업논문 낳기도


일본 대학의 경우에는 3학년 때부터 논문 준비를 위한 강좌를 개설해 일 년간 논문을 쓰는 준비를 한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작성된 논문은 완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대학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논문 준비를 돕는 과정이 활성화 돼 있지 않다.


정병헌(국어국문학 전공) 교수는 “우리 학교의 경우 교양 필수 과목인 ‘글쓰기와 읽기’에서 레포트 작성과 논문 작성법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논문 작성법은 전공 수업 중 작성하는 많은 레포트들이 그 연습의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1학년 때 주로 듣게 되는 교양필수과목에서의 단편적 논문 교육은 학사 졸업 논문을 쓰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논문 작성을 하는 당사자들의 문제도 허술한 졸업논문을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레포트 대행업체에서 논문 대필을 부탁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친구가 썼던 것을 이름만 바꿔 내거나 본인이 예전에 제출했던 레포트를 양만 늘리는 식으로 약간만 수정해서 제출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한, 형식적이라고 할 정도로 쉽게 통과되는 심사과정은 수준이 낮은 논문을 낳는 또 다른 원인이 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우는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지도교수와의 면담이나 체계적 준비 없이 레포트 제출하듯 지도교수 연구실 앞 상자에 졸업 논문을 제출하는 것을 봤고, 얼마 뒤 통과되는 A학부 선배를 봤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 논문의 평가과정은 어떨까. 지도교수와의 수 차례 면담을 통해 작성된 논문은 수정을 거쳐 제출된다. 한 논문 당 세 명의 심사위원이 배정되고 나면 논문의 심사가 들어가게 된다. 정 교수는 “글의 구성이 논문의 형식을 따르고 있는지, 자료는 충실한 지, 창의성을 지니고 있는 지, 기존의 논문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았는지 등을 평가 기준으로 삼게 된다”라며 “논문이 통과되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지도교수와 충분한 검토를 거친 뒤 제출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졸업생은 “한 학기를 더 다니려고 졸업논문을 제출하지 않았는데 과사무실에서 졸업 기준이 모두 통과돼 졸업을 할 수 있다고 연락이 왔다는 사람이 있었다”라며 “대학 졸업은 어느 정도 자격기준을 통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재의 논문 심사는 너무 허술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 졸업논문 통해 전공지식 재해석 가능해


졸업논문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학을 마치면서 논문을 써보는 것은 좋지만 계속해서 지금처럼 시행된다면 더 이상 졸업 논문제를 유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졸업논문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로 이어진다. 지식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중시하는 풍조에서 졸업논문에 시간을 투자하기 보다는 인턴을 하거나 자격증을 따 취업에 준비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나래(인문 08) 학우는 “논문 작성과정에서 첨삭이나 체계적 지도를 받지 못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졸업논문제는 의미가 없다. 전공에 따라서는 논문보다 효율적인 졸업인증제도가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굳이 졸업논문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 한다”라며 “취업 준비 등으로 바쁜 시기에 졸업논문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반면에, 졸업논문은 제도 개선을 통해 유지돼야한다는 의견이 있다. 졸업논문을 쓰는 것은 4년간 배운 전공지식을 정리하고 그 지식위에 자신만의 생각과 관점으로 새로운 연구를 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힘들지만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송유진(인문 08) 학우는 “졸업논문은 자신이 전공 강의를 들으며 배운 내용을 총정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자격증이나 영어 공인 시험으로 대체 한다면, 일부 관련이 있는 과도 있겠지만, 전공과 전혀 별개인 것으로 졸업을 인증하는 것이 된다고 생각 한다”라며 “취업 준비를 위한 교육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문의 장인 대학에서 자신의 전공지식을 공부하고 졸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 한다”라고 말했다.


우리 학교 전체 42개 학과 중 졸업논문을 요구하는 학과는 20개이다. 이 중 자격증이나 영어 공인 시험 등의 대체 없이 졸업논문만을 요구하는 과는 7개이지만, 13개 과에서는 졸업논문을 자격증으로 대체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렇게 졸업논문을 다른 수단으로 대체하는 추세는 앞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학사지원팀 김일현 팀장은 “확대까지는 아니고 해당 전공의 여건과 의사를 존중해서, 적당한 대체 수단이 있고, 전공에서 요청이 들어온다면 졸업인증 방법을 다양화 할 계획은 있다”라며 “졸업논문이나 자격증뿐만 아니라 발표회 등 졸업논문 외에도 많은 수단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정 교수는 “졸업시험은 졸업예정자의 전공지식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확인해 모자란 부분을 보충하게 한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현재는 졸업 논문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도 이 장점들은 수용해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라며 “전공 수업의 커리큘럼을 개정하거나 정규 수업 외 특강을 통해서 졸업 시험의 장점을 가져와 졸업논문제를 보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 표절 방지 프로그램의 도입


졸업논문의 존폐 위기를 위협하는 표절, 이를 예방하기 한 대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한국정보통신대학교 등에서 사용하는 논문표절 방지시스템 ‘턴인잇(Turninit)'은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 전 세계 학술관련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표절여부를 한 번에 파악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미국, 영국 등에서는 이미 사용하고 있고, 한국정보통신대에 이어 서울대 등에서도 도입할 예정에 있다. MS워드나 TXT, PDF, HTML 등 다양한 파일형태로 작성된 문서를 모두 검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 영어만 지원한다는 단점이 있다. 정 교수는 “표절 방지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대학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대학에서 이런 논의자체가 나오고 있다는 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라며 “대학에서 연구윤리를 가르칠 과목이 개설돼 학생들 스스로 윤리를 지키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학 4년간 배운 지식을 총 정리하는 졸업논문제. 전공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학이 학문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기위해서는 각각의 특성에 맞는 인증대상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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