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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단어가 엄마의 전부는 아니다
민유경 기자  |  smpmyk75@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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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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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황은 계속되고, 그 끝이 어디인지 보이지 않는 어려움 속에서 사람들은 엄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지난 해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한국문학의 화두는 ‘엄마’였다. 엄마에 관한 연극이나 영화도 주목받고 있다. 힘들수록 가장 먼저 찾게 되는 사람, 엄마. 이러한 ‘엄마 신드롬’의 한쪽에는 항상 엄마를 바라보는 딸의 이야기가 얽혀 있다.

어느 딸에게나 엄마는 묘한 존재다. 엄마는 딸에게 부모이자 친구고 선생님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특별한 이유 없이 원수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세상의 많은 딸들은 엄마에게 하루 종일 이기적인 투정을 쏟아내더라도, 결국 힘들고 어려울 때 엄마라는 이름만으로 위안을 얻는다. 그러나 딸은 엄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막상 떠올려보면 안타깝게도 내 엄마를 설명해줄 수 있는 말은 ‘엄마’라는 단어가 전부일지도 모른다.

엄마와 딸이라는 운명, 이것은 기본적으로 엄마의 희생이 전제된 만남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이기적인 딸은 엄마의 희생을 ‘엄마이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쉽게 잊어버린다. 엄마는 딸을 위해 때로는 무모할지라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 또한 엄마에게 여성의 무엇보다 본능적으로 습득된 모성, 그 이상을 기대한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희생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신경숙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잃어버린 엄마의 빈자리를 통해 엄마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소설에는 다음 구절이 나온다. ‘우리 엄마도 나의 엄마이기 전에 꽃다운 청춘과 큰 꿈을 지닌 한 여자였으며 엄마의 엄마에게 무한 사랑을 받았던 그냥 한 사람이었다.’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난 것은 아니다. 가족을 위해 집안일을 하는 가정부도 아니고, 언제나 가득 찬 사랑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엄마는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였다. 모성의 탄생 이전에 이미 한 명의 여성으로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다. 엄마도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 딸이었으며, 이런 엄마의 속껍질은 여리디 여릴 수도 있다는 사실은 모성이라는 신성한 이름으로 인해 곧 비밀처럼 사라진다. 가끔 엄마도 빈 손으로 등 위에 아무것도 업지 않고 홀로 길을 걸어가고 싶을 것이다. 엄마의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던 그 때로 돌아가거나, 순간순간 을 억누르는 모성을 내려놓고 새처럼 훨훨 자유롭고 싶었을 것이다.

항상 딸보다 일찍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던 엄마, 아파도 혼자 끙끙 앓기만 하던 엄마, 자식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지 못해 미안해하던 엄마……. 누구도 엄마에게 엄마로 살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결국, 여자를 희생적인 엄마로 만들어 버린 것은 자식이라는 존재인 것이다.

자궁 속에서 엄마와 같이 호흡도 했건만, 딸은 엄마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아니, 알려고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딸은 모두 ‘엄마’를 어딘가에 두고 온 것은 아닐까. 엄마가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만큼 절망스러운 것도 없다. 엄마를 잃어버린 인생은 진실로 메마르고 고달플 것이다. 이제는 딸은, ‘엄마’를 향해 조금씩 나아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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