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Hours Of Astronomy

1609년 갈릴레이가 최초로 지름 20mm의 작은 천체 망원경을 개발한지 400년이 흘렀다. 거친 달의 표면, 지구의 공전, 우주의 팽창 등 이는 천체망원경이 없었더라면 인류가 결코 알아내지 못했을 사실들이다. UN은 이를 기념해 2009년을 ‘세계 천문의 해’로 지정했다.

지난 4일 저녁, 기자는 ‘세계 천문의 해’를 맞아 국립과천과학관 앞 광장에서 열린 ‘천문학 100시간’ 행사에 참여했다. 이 행사에서는 개인ㆍ단체가 30여대의 천체 망원경을 설치해 일반 시민들에게 직접 토성, 달 등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달 주위에 빛나는 별 하나 보이시죠? 저 별이 바로 토성입니다.” 망원경 옆에서 행사의 주최 측인 한국 아마추어 천문학회 관계자가 레이저 빛으로 토성을 가리켰다. 토성은 육안으로 보면 일반적인 별과 다를 바 없는 모양이었다. 기자는 망원경 안을 들여다보면서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지구로부터 약 12억 7천km 떨어져 있는 토성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지름이 12km에 이르는 토성은 망원경 안에서 손톱만한 크기로 보였는데, 황토색 색깔과 고리는 선명했다. 희미한 점처럼 보였지만 토성의 위성 중 하나인 ‘타이탄’도 관찰할 수 있었다.

올해 토성의 고리는 일직선으로 보이며, 점점 얇아지다가 사라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토성은 자전축이 지구와 비슷하게 26.7도 기울어져 있어 15년마다 한 번씩 지구에서 보는 각도에 따라 고리가 보이지 않는다. 관계자는 “오는 9월 4일에 토성의 고리가 보이지 않는 진귀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그러나 올 해는 토성이 태양 가까이에 있어 지구에서는 관측이 불가능해요”라며 아쉬워했다. 함께 관찰하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토성이 눈앞에 있는 것 같다”와 같은 상기된 대화가 오고 갔다.

광장 한쪽에서는 경기도 교육청이 ‘이동 과학차’를 마련해 뒀다. 이동 과학차 안에서는 버스의 천장을 뚫고 설치된 구경 152mm의 망원경으로 달을 관찰 할 수 있었다. 이 날 마련된 30대 중 가장 성능이 좋은 망원경이었다. 버스 출입문으로 달의 표면을 보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동 과학차 관계자는 “갈릴레이가 망원경을 개발한 뒤 처음으로 관찰한 것이 달”이라며 “갈릴레이는 처음으로 달의 표면이 거칠다는 것을 밝혔다”라고 설명했다. 밤하늘에서 맑고 은은하게 보이는 달의 표면은 생각보다 울퉁불퉁했다. 이 날 달의 위상은 상현달이었는데, 크기가 다른 자갈을 쏟아 놓은 것처럼 표면이 거칠고 색깔도 탁한 회색이었다. 이동 과학차 주위는 직접 망원경에 카메라를 대고 생생한 달의 표면을 담으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한편, 광장 중앙 무대에서는 별자리에 관한 설명회가 열렸다. 발표자인 한국 아마추어 천문학회 회원 오성진 씨가 먼저 북두칠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7개의 별로 이루어진 북두칠성이 ‘바가지 모양’ 이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국자 모양’은 일제 강점기에 잘못 번역된 표현이라는 것이다. 오 씨는 북두칠성에 대해 생소한 부분도 언급했다. 북두칠성의 손잡이 모양을 이루는 별 중 끝에서 두 번째 별은 확대해서 보면 두 개라는 사실이다. “자세히 보면 두 개의 별 사이에 작은 별 하나가 더 있습니다. 두 별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았는데, 남편별이 바람을 피워서 아내별이 일정한 거리를 두게 된 거에요.” 그의 능청스런 설명에 시민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봄철 서울 하늘에서 찾을 수 있는 별자리는 큰곰자리, 사자자리, 처녀자리, 목동자리 등이라고 한다. 오 씨는 “서울 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은 많으면 30개 정도입니다. 그러나 10개 이상 안 보이는 날도 많죠”라고 설명했다. 그 별들 중 처녀자리의 ‘스피카’, 목동자리의 ‘레굴루스’는 구름이 끼지 않는 다면 서울하늘에서 특히 밝게 보이는 별이라고 한다.
태양계의 행성 중에는 금성이 가장 밝게 보인다. 그러나 이 날은 태양이 금성 가까이에 있어 금성을 관측할 수 없었다. 또한 오 씨는 “달 옆에는 수천 개의 별들이 수백 광년의 공간에 불규칙하게 흩어져 있는 산개성단이 있는데, 달빛 때문에 관찰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행사에 참여한 김주원(18) 양은 “토성과 달을 직접 보고 나니 밤하늘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또 다른 별도 관찰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 씨의 별자리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는 한참 동안 계속됐고, 행사는 신비로운 토성과 달의 모습을 보려는 시민들로 늦게까지 성황이었다.

망원경은 우주를 이해하려는 인류의 염원을 담은 거대한 눈이다. 천체 망원경의 발견으로 인류는 400년 동안 천문학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400년 전 지름 20mm부터 시작된 천체 망원경은 지름 25m의 대형망원경까지 발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 대형 망원경을 만드는 프로젝트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천문학기관에서 함께 연구한다고 한다. 우주를 향한 인간의 욕망을 담은 천체망원경, 그리고 어마어마한 거리를 향한 천체 관측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오늘도 그들을 위한 밤이 ‘밝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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