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유산

‘사람은 3억분의 1의 확률로 세상에 태어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건강한 남자가 한번 사정을 할 때 배출되는 정자의 수는 평균 2억에서 3억 마리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부부가 불임인데다가, 임신을 했다 하더라도 유산되지 않을 확률까지 계산해야 하지 않을까싶다.

유산은 정상적인 임신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임신상태가 끝나는 경우를 말하는데,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임신 28주 이전의 중절을 말한다. 유산은 크게 자연유산과 선택유산 등으로 나눠볼 수 있으며, 자연유산은 유형에 따라 절박ㆍ계류ㆍ불가피ㆍ불완전 유산으로 나눠볼 수 있다.

자연유산은 80%가 임신 초기(12주)에 발생하며, 대부분 태아에게 선천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다. 그러나 부모에게 원인이 있는 경우도 있다. 전염병 등으로 모체의 상태가 좋지 않거나 지나친 음주나 흡연, 카페인 섭취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외에도 분만의 횟수 및 부모의 연령, 출산 후 3개월 이내에 임신한 경우에 자연유산이 발생하기 쉽다.

자연유산 중 절박유산은 임신 초기에 질 출혈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임신 초기의 질 출혈은 산모 가운데 20~25%에서 관찰되며, 이중 50%가 결국 유산된다고 한다. 만약 속옷에 약간의 갈색 혈이 묻어나오거나 한다면,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때는 입원을 하거나 절대적 안정을 취해야 하는데 말 그대로 ‘화장실 갈 때 빼고는’ 누워있어야만 한다. 건강에 자신이 있어도 아기를 위해서라도 절대 움직여서는 안 된다.


계류유산은 자궁 내에서 사망한 태아가 배출되지 못하고, 자궁 내에 남아있는 경우를 말한다. 병원에서는 ‘태아의 심장이 더 이상 뛰지 않네요’라고 진단하는 유산이다. 계류유산 시에는 자궁이 커지지 않으며, 가슴의 변화가 임신 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만약 태아가 사망한 상태로 자궁에 오래 남아있게 되면, 코피를 흘리거나 잇몸에 출혈이 생기기도 한다.

불가피 유산은 자궁 양막이 파열되어 유산하는 경우를 말한다. 자궁의 양막은 태아와 양수를 담고 있는데, 정상적인 경우라면 출산에 임박했을 때 파열돼야 한다. 그런데 임신 초기에 양막이 파열된다면, 돌이킬 수 없으므로 유산을 막을 수 없다. 불완전 유산은 유산이 된 후, 태아와 태반이 동시에 배출되지 않고 자궁 내에 남아 출혈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임신 초기에 자연유산을 하게 되면, 태아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몸 밖으로 배출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계류유산이나 불완전 유산이 된 경우에는 소파수술을 통해 자궁 내에 남아있는 임신 산물을 제거해 줘야 한다.
만약, 가임기 여성의 자연유산이 3번 이상 반복된다면 습관성 유산으로 볼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별도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한편, 화학적 유산은 수정이 되었지만 정상적으로 착상이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혈액검사나 소변검사에서는 임신이라고 나오지만, 뚜렷한 임신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며 원래의 생리 시기보다 조금 늦은 시기에 생리 같은 출혈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소파수술 등의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선택적 유산은 세쌍둥이 이상일 경우 유산의 위험이 높고 산모와 태아에게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태아를 선택해 그 중 한명 정도를 유산시키는 방법이다. 이 유산수술은 일반 유산수술과는 달리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 시술하게 된다.

남녀가 만나 사랑을 나누고 결혼을 하고, 어느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아이를 낳게 되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그러나 그마저도 만만치 않은 것이 건강한 아이를 무사히 열 달 동안 품고 있는 것이다. 만약, 나를 나를 낳아준 어머니가 곁에 있다면, 오늘 저녁에 가서 꼭 안아드리자. “엄마, 건강하게 낳아줘서 고마워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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